소득보다 큰 지출이 매달매달 반복되서 카드로 생활을 꾸리고 있거나, 생활비로 인한 자잘한

대출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다가 그 생활이 힘겹고 지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번 돈을 몽땅 써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사회 초년생이 되서 처음으로 번 돈을 쓰는 기쁨,

멋지지 않은가.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그 거대한 어둠의 에너지를 산뜻하게 분출할 수 있는 게 돈으로

가능하다니 어찌보면 저렴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서 더 꾹꾹 눌러 참다가 돈보다 훨씬 값진 것을

탕진하는 길을 가는 사람도 간혹, 아니 꽤 많으니까. 그래서 그 생활이 즐겁고 유쾌하다면 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기간과 범위로 한정한다는 가정 아래에서 말이다. 만약 이게 불가능하다면

지금의 행복을 위해 내일을 담보잡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모파상의 진주목걸이를 생각하면 된다.

하루 저녁을 위해 빌렸던 목걸이에 젊음과 미모를 고스란히 내주어야 했던 그 잔혹한 이야기.

그 이야기의 주인공처럼만 되지 않는다면 어차피 돈은 쓰라고 버는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물가는

올라가고 소득은 그만큼의 상승이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 이때만 할 수 있는 게 분명히 존재하고. 

나중을 위해, 나중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지금 참아야만 하는 곳에서 살고있는 나는 가끔 궁금해진다.

그리 참은 후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내 노후를 위해 현재는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자신을 위기에 빠트리지만 않는다면 하고 싶은 걸 해야한다는 것이다.

돈은 쓰라고 있는 것. 쓴 돈만이 내 것. 미래를 위해 현재를 궁색하게 만들지 말 것!

 

그런 경제관을 갖고 있는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방법론 중에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돈을 아끼려면 일단 소비를 줄이는 게 우선이다. 이 책에서도 그 방법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하고 있고.

그런데 말이다. 나는 대용량 샴푸나 세제를 못 쓴다. 집에 거대한 재고를 쌓아두는 걸 참아내는데

에너지가 필요한 사람이라 불가능하다. 그리고 향이 좋은 샴푸와 조금 비싼 바디워시를 사용하는데

행복감을 느끼고 있어서 나는 따라하지 못하겠다 싶었다. 그 외에도 크고 작게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나에게는 요긴하진 않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미 이 책에 쓰여있는

재테크 방법을 알고있는데다 이미 경험해본 적도 있어서 나에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에 대한

결론을 이미 잠정적으로 내리고 있는 상태여서 이 책을 읽으며 강렬한 인상을 받지도 못했다.  

이 책을 20살 무렵에 읽었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은 들었다. 좀 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읽었더라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을 받았을텐데 말이다. 혼자서 무릎 깨고 절뚝거려가며

그렇게 지내 온 지금의 나보다는 과거의 나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그럼 정말 재미있었을텐데.

 

하지만 한 가지에 있어서만큼은 동의했다. 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것. 수입의 경로를 다각화해서 최대한

수익을 높이는 것. 이것만큼은 전적으로 찬성이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방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그 부분만큼은 개인이

스스로 채워야 할 듯 하다.

 

다양한 정보들이 넘치는 책이었다. 작가의 전작은 '1인 가구 살림법'을 읽은 적이 있어서, 이 책 역시

지나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전작과 마찬가지로 유효한 정보와 자료를 차곡차곡 모아서 알려주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고 있어서 돈 관리 초심자는 따스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절약방법에서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오랫동안 경험할 건 아니지만

그 상황을 겪고나면 아...나는 이렇게도 살아남을 수 있구나!라는 마음이 생겨서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며 모험심이 커진다. 망해도 살아남는 인간이라는 믿음이 생기면 이것저것 마구 시도해보는 것들이

많아지니까. 그러다보면 삶이 재미있어진다. 그러니까 이 책에 쓰여있는 절약법을 시도해보고, 할만하다

싶으면 더 심화된 절약/긴축생활도 도전해보기를. 물론 잠깐 동안만. 모험심이 생길 딱 그만큼만.

 

저축하는 방법과 노후를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고, 의지할 것이 자신뿐인 1인가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몰랐던 부분이나

챙겨야 할 것들이 있으면 꼼꼼하게 챙겨서 책을 읽고나서 탄탄한 재정으로 한 걸음 성큼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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