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옷가게 문양첩 _ 하츠 아키코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의 작가인 하츠 아키코가 신작을 연재하고 있고,
정발본이 나왔는데 챙겨봐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이런 말을 하기에는 사두고 한참동안 보지 않긴 했지만. 최근에 너무 더워서
의욕이 없었다. 좀 전에 비가 내리는데 문득 읽고 싶어져서 후다닥 다운받아서
읽었다. 비 오는 날 괜찮은 만화를 선택한 나, 칭찬한다!
요즘 만화는 이북을 많이 본다. 가끔 종이책을 사기도 하지만, 종이책을
사서 읽다가 이북을 구입하면 즉각 되팔고 있다. 이 책도 이북으로 읽었다.
‘백귀야행’이랑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은 상당히 다르기는 하지만 세트로 읽고 있다.
그림체도 다르고, 분위기도 전혀 다른데 ‘백귀야행’을 읽으면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
궁금하고, ‘세상비밀’ 신작소식을 들으면 ‘백귀야행’ 신작 정보도 찾아보게 된다.
그게 꽤 오래 반복되다보니 어느새 이 둘을 한 세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슬슬 새 권이 나올 때가 되지않았나 싶으면 그맘때 딱 등장해서 꽤 오랫동안
챙겨보고 있는, 그 세트에 ‘헌옷가게 문양첩’이 추가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그림체는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과 비슷하다. 같은 얼굴인데, 어쨌든 다른 존재.
한 작가의 다른 시리즈물을 볼 때면 ‘이건 평행우주와 비슷한거야’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이번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고. 얘네들은 다른 우주 속에서 살고있는거라고 정리했다.
뭐 그래도 괜찮다. 나는 재미만 있으면 닮은 얼굴 정도는 훌쩍 뛰어넘는 부류이니까.
캐릭터 얼굴은 비슷하지만 내용과 분위기가 다르고 헌옷이라는 소재로 특화되어 있어서
‘세상비밀’과는 차별화되고 그래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외할머니의 기모노를 받게 된 이토코가 그 옷을 처분하기 위해 헌옷가게에
가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따스하게 그리고 있다.
인간이 갈 수 없는 헌옷가게인데 그곳과 연을 맺게 된 이토코는 여러 벌의
기모노와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이 가게로 안내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헌옷과 오래된 기억이 모여드는 그 헌옷가게는
미스테리한 헌옷가게 점주와 점원까지 더해져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마지막 페이지 즈음에 나오는 하츠 아키코의 글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이 만화에서도 작가의 근황(조금 오래전이지만)과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보게 돼서 반갑기도 했다. 어쩐지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도 다시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