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 읽기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_ 신형철

자몽도넛 2018. 11. 21. 09:00

이래서 서점에 가서 펼쳐보고 읽어보고 구입했어야 한다. 아니면 책소개글을 꼼꼼하게 살폈어야 했다.

평이 워낙 좋길래 덜컥 구입했는데 나와는 맞지 않았다. 일단 조각글의 모음을 즐겨 읽지 않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종류였다. 여러 군데에서 연재했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나온 거는 일단 믿고 거르자고 마음 먹었는데...

앞으로는 서점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종이책은 사지 않겠노라 다짐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종이책을 사서 실패를 해도 홀랑 팔아버리면 됐었다. 나는 중고셀러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정책이 바뀌었다. 신간은 6개월이 지나야 팔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알라딘이나 예스에 반값에 넘기는

것 뿐. 종이책을 사는 것 자체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런 사정이 있다보니 종이책 선택에서 실패를 하면 심적

타격이 있다. 그 마음을 추스르며 주섬주섬 20권 정도를 골라서 박싱해서 택배로 보내거나 중고서점에 방문해야 한다.

그러니까 차라리 이북으로 사는 게 마음의 안정을 준다. 팔아치울 수는 없지만 종이책 형태로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냥 삭제하면 그만이다.

최근에 산 종이책들이 참담한 실패를 거듭해서 최근에만 세 박스 정도 책을 보냈다. 조금 지쳤버렸다.  

이제 반드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방문한 다음에 책을 직접 확인하고 그 다음에 종이책을 구입해야 겠다.

또 잊어먹진 않겠지. 이런 다짐을 일년에 몇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여기에 꾹꾹 적어둔다.  

 

이 책은 두어번 읽었는데 작가의 감상 중에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을 가끔씩 발견했고,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들도 

찾아냈다. 그렇게 불화가 생기면 독서는 힘들어진다. 책 전체를 요리조리 뜯어보고 관찰하게 되니까.  

게다가  채도가 낮은 조용한 밀실같은 책을 읽어가고 있노라니 졸렸다. 슬픔을 공부하기는 커녕 기계적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독서에서 이탈하지 않는데 집중했다. 이렇게 읽으면 독서 후에 남는 것도 그다지 없다.

 

나와 맞지 않는 책, 그저 그뿐이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별점도 훌륭하니 이 작가와 이 책으로 일면식을

치를 예정이라면 미리보기를 권하고 싶다.  

 

평론가와 관객의 평이 상반된 경우에 대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몇 번 더 볼 생각이다.

고작 거기에 만족하는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관객이기에 이 책에 대해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보헤미안 랩소디에

빠져들고 있나보다. 그래서 이 책을 팔아서 보헤미안 랩소디 한번 더 볼 예정이다. MX관에서. 싱어롱도 봐야지.

 

일단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읽어볼 예정이다. 이 작가와 맞지 않는 것인지, 이 책과 맞지 않는 것인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확인을 하고 마무리를 짓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