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만 남기고 버려라 _ 후지요시 타쓰조
평범한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하고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기면서 읽고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걸 발견했다.
자신이 못하는 것을 극복하려 애쓰지 말라는 것. 나는 이런 경향이 있었다. 꽤 오랫동안. 못하는 것을 굳이 잘 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건 잘 하는 사람에게 맡겨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랬던 것인데 ㅎㅎ
앞으로는 그렇게 살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다 싶은 것은 과감하고 정리하고 나에게 맞고 즐거운 것을 하는 사람이
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최근에 버리고 정리한 것도 꾀나 된다. 그러다보니 이 책과 맞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나보다. 이 책은 그야말로 버리고, 정리하고, 내려놓는 것에 대해 조언하는 책이니까.
교재로 구입했었던 과거의 동경이나 열정이 배여있지만 현재에는 마음의 부담만 되는 책도 전부 정리해 버리라고 한다.
저 부담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미련이 뚝뚝이다. 하지만 이때 아깝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아까운 건 무겁게 짓눌린
내 마음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과감하게 처분하는 수 밖에 없지만 쉽지만은 않다. 문제는 이거다. 쉽지 않다는 것.
그럴 때 정말 배우고 싶은지, 배워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거 효과가 좀 있다. 최근에 또 드릉드릉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프레디 머큐리가 피아노 치는 걸 봤더니
왜 피아노가 치고 싶냐고. 이건 아니라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만으로는 설득이 안 된다. 그래서 저걸 해봤다.
정말 배우고 싶냐고, 배워서 어떻게 하고 싶냐고. 그랬더니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더라고. 그래서 피아노 연주회를 좀 더
들어보고, 퀸 콘서트 영상을 보고나서 '그럼 영화 한번 더 볼래?'했더니 그것만으로 저 마음이 충족되더라고. 진짜 내 맘은
영화를 한번 더 보고 싶었던가보다.
하지만 이토록 정리가 빠른 것은 내가 악기에 도전한 적이 몇 번인가 있었기 떄문일지도. 붐이 일 때 나도!나도!하며 폴싹
뛰어드는 걸 좋아하는 나는 기타도 피아노도 이미 해 본 적이 있는걸. 그리고 재미없었다 ㅡㅡ 잘하지 못해서 재미가
없었다. 미숙한 내가 만들어내는 소음을 나 스스로가 견딜수가 없어서 내 마음에 피었던 불꽃은 정말 쉽게 사그라지더라.
그리고 악기가 남는데. 악기는 처분하기 엄청나게 어려운 물건 중에 하나가 된다 ㅡㅡ
그런 경험이 토대에 깔려있어서인지 영화 한번 더로 어떻게든 만족스럽게 스스로와 협상할 수 있었다.
이미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버려야 새로운 것을 맞이할 기회를 얻게된다. 이 책이 말하는 요지도 그것이고.
언제까지 과거의 내가 선택한 것에 얽매이는 것은 어쩐지 억울하지 않은가. 과거의내가 지금의 나를 속박하다니 내가 조금
가엽다. 이 생각을 하면 버리고, 내려놓는 과정이 조금 쉬워지기도 한다.
이 책은 참으로 하지말라는 것이 많다. 투정하지 말고, 헛된 기대도 하지 말고, 불안과 신념도 버리라고 한다.
한 권의 거대한 고나리질 책. 하지만 하지 말라는 것 중에는 정말 해서 득은 결코 되지 않고 인생만 허비할 뿐인 것들이
있어서 어느 지점이 넘어서면 수긍하게 된다. 그러다 어디 한번 해볼까 싶은 것들도 발견하게 된다.
전부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책 한 권을 읽어서 행동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큰 소득인 것 같다.
그래서 자기계발서가 그동안 인기가 있었구나 수긍하게 된다.
내가 최근에 자기계발서를 읽게된 것은 집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자기계발 관련 도서들이 꽤나 많은데, 아무도 빌려가지
않길래 한 권 두 권 읽다보니 재미가 들었나보다. 좋은 걸 발견하면 실제로 해보기도 한다. 나와 맞든 맞지 않든 일단
내가 행동하고 있다는 데 큰 만족을 얻어서 당분간은 즐겁게 자기계발서를 읽을 예정이다.
게다가 빨리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