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할 수 있을까? _ 다카기 나오코
다카기 나오코의 만화에서는 가족들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부모님의 활약이 돋보인다. 힘들어서 쓰러지기 직전에
등장해서 든든한 조력자로, 밋밋한 장면에서 유머와 활력을 불어넣는 씬스틸러로 다카기 나오코의 책 거의 전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는 공동주연급으로 한 권 내내 부모님과 작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가 고향을 떠난 지도 20여년이 가까워져가고 있던 때에 그려진 모양이다. 때때로 고향을 방문해서 부모님을
뵙고는 있지만 일 년에 몇 번이나 될까. 그때마다 부모님이 나이드시는 걸 발견한 작가는 효도라기 보다는 부모님과
멋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런저런 이벤트를 마련한다.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 위한 멋진 이벤트는 역시나 여행! 이 책에서 한번도 해외에 나가지 못한 아버지를 위해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여행지가 서울이다. 사흘간의 촉박한 일정에서 대장금 투어까지 가고, 불고기 맛집을 찾아내고,
참이슬을 마신다. 그리고 아버지가 비싼 물건을 사게 된다. 자신만을 위한 여행에서보다 힘줘서 호텔을 잡고,
무심함을 가장 하지만 부모님이 편안하고 쾌적하고 즐겁게 여행하기 위한 작가의 배려가 여기저기에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부모님과의 여행에서의 팁도 알려준다. 절대, 결코 서두르지 말 것. 일정대로 예정대로 되지 않으리라는 것.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모님이 만들어내는 돌발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유연하게 사고하고 그 상황에서 가장
좋은 대안을 찾아내는 현명한 어른이 되어야 부모님과의 여행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일까. 어쩌면 어린이 시절에
받았던 것을 이제는 갚아야 하는 시간이 된 게 아닐까. 일단, 달리자/뛰자라는 말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이 책에서도
서두르다가 아버지가 넘어지는데 작가가 서두른 탓이라고 원망을 듣더라고.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그 점이었다. 작가가 무명시기를 거치고 있었을 때, 부모님이 매번 이제는
고향으로 내려오라고 설득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첫 책이 나오고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고향에 딱 1권이
있었던 작가의 책을 아버지가 사서 집안에서 논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리고 그 책을 홍보하기 위해 나고야까지
부모님이 서점 원정을 단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부모님께 고향으로 내려오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
다고 한다.
작가의 만화는 대채적으로 유쾌하고 웃음이 소소하게 들어차있기는한데 침전처럼 가라앉은 감정들이 공존하고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게 당연하듯. 그런 그림자 역에 해당하는 감정들을 작가는 어른스럽게 꿋꿋하게
잘 해결해나간다. 그리고 거기에는 항상 부모님의 응원과 조력이 있었다. 그런 장면들이 작가의 전작에서 꽤 많이
등장했고. 그러고보니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연금도 어머니께서 한동안 지불해주신 적도 있었다는 걸 어디에선가
읽었던 듯 하다.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을 때 아버지가 잠깐 보러와서 용돈주고 가신 이야기도 있었고.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작가는 버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최소한 그 시간을 되돌아보고 추억할 수 있을 정도로의
색감으로 만든 건 부모님의 조력이 기여한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보니 최근의 작가의 작품을 보지 못했다. 방금 찾아봤는데, '축제만세'라는 신간이 나왔더라. 2018년 12월
28일 출간인데 이미 지금 구입할 수 있다...28일인가?!! 놀랐다. 혼자살기 시리즈로 이 작가를 만났고 출간작을
쭉 살펴보니 거의 다 읽었더라. 축제만세도 조만간 읽어보리라.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책으로 작가를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