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_ 이수정/김경옥
부제는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과 프로파일러 김경옥의 프로파일링 노트.
제목과 부제가 책과 딱 맞다.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 이 책이었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범죄자는 이니셜로 표기되어
있지만 그건 거의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 책에 실려있는 사건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던 것이니까.
읽다보면 어떤 사건인지 언제쯤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떠오를 정도로 사건 당시 뉴스를 장악했었고 사람들은 인간성에
대한 의문을 한번쯤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분노와 함께 불안을 느꼈을테고. 그럴만한 사건들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다.
그 사건들을 통해 작가분들이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들에 대해서 간략하지만 임팩트있게 소개되고 있다.
범죄자도, 그 범죄자에게 아무런 잘못없이 공격을 당한 피해자들도 모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길을 가다
지나쳤을 수도 있고, 같은 지하철을 탔을지도 모르고.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서 숨어 지낸다는 제목처럼 그들이
사이코패스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 건 아마도 범죄가 일어난 이후일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연쇄살인범의 이웃도 그들이
평범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회오리치는 위험한 물가나 상어가 주기적으로 출몰하는 여름의 바닷가, 깍아내린듯한 절벽 부근, 교통사고 다발구역
기타등등 위험한 장소에는 대체적으로 그런 표식이 되어있다. 하지만 범죄에 있어서만큼은 그런 표식도 주의도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면,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멀리했을테지만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난 뒤에는 이미
너무 늦은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계속 암시하고 있는 말이 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던 그들은 반드시
사회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에 그들은 또다시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낮지 않다는 것.
이때부터는 위험에 대한 관리가 가능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식을 하기도 한다. 특정 범죄에 있어서는.
그렇다고해서 모든 범죄에 대해서 그런 표식을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건 범죄자들의 인권이 없었던
시기에나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자행되던 시대에 인권이 얼마나 열악하게 처우받았나를 되돌아보면 그건
이 시대에 가능해서는 안 될 일들이다. 그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만큼의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 그러니까 그때로 돌아가자는 말은 물론 결코 아니다.
다만 국가가 제도에서 재범을 막기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최선의 관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을
뿐이다. 정확하게는 의문이 아니라 의심이 들었다. 보복을 가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이들도 언젠가 풀려난다.
실제로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있고. 이 부분만큼은 국가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그 노력을 촉발하기
위해서 사회의 주목이 필요하고. 그리고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합일된 목소리가 필수적일테다. 아마도 그것을 위해서
이 책을 쓰여지지 않았나싶다. 사태의 심각성과 그 심각성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우리가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범죄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살아가며 한번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 책에서 한국형 범죄라고
소개된 것들이 있었다. 묻지마 범죄, 가정폭력, 주취폭력이 있었다. 가정내 폭력에 대해서 주취상태에서 벌어진 이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너그러운 처벌이 존재했었고, 그건 한국형 범죄로 분류될 수 있을 정도로 빈번해졌다. 사람은 발을
뻗을 수 있는 곳을 보고 발을 뻗는다. 망아지처럼 풀어놓은 저 범죄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결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저 영역에서 벌어진 사건에서 또다시 미래의 가해자 재생산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따스하고 온화한 가정에서 자라서 연쇄살인범이 되었다는 걸 결코 본적이 없다. 대체적으로 가정내
폭력이 있었고,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사람들이 성장한 후 범죄의 가해자가 되곤 한다. 그리고 너무나도 슬프게도 또다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동안 범죄를 재생산할 확률이 엄청나게 높은 환경에 대해서 방관하지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범죄의 배양하며, 동시에 범죄를 두려워하며 사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짧게나마 실려있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직업이었다. 실제로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직업으로, 일로서 프로파일러로 살아가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특별한 사명감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