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_ 도이 요시하루
심플하지만 제대로 영양가가 있고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차려낼 수 있는
식사의 모습으로 작가는 일즙일채를 강하게 추천하고 있다.
그게 바로 밥, 된장국과 절임으로 차려진 식사다.
작가 역시 이 식사를 기본식으로 하고 있고 매일매일 된장국을 먹는다고 한다.
밥이라도 빵이라도, 심지어는 탄수화물이 없더라도 된장국과 늘 함께한다.
토스트와 된장국이라니! 시도해 본 적은 없지만 어울릴 것 같다.
특히 계란과 토마토를 넣고 치킨 스톡과 된장을 옅게 푼 스프같은 느낌이라면
찰떡같이 맞아떨어질 것 같다.
이 책에는 작가가 평소에 먹는 된장국의 사진이 실려있는데,
그걸보면 내가 그동안 먹었던 된장국은 지나치게 단조로웠던게 아닐까 싶어진다.
토마토와 계란, 베이컨과 브로컬리, 완두콩과 피망, 오이와 단호박.
이제까지 된장국에 넣어본 적 없는 다채로운 재료의 향연을 지켜보며
치즈를 넣으면 어떻게 되려나, 망고 같은 걸 넣으면 어떤 맛일까,
우유나 두유를 넣으면?!! 이라며 된장국의 한계에 위협할지도 모를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이게 단연 흥미진진하고 즐겁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평소에 익숙한 것만을 된장국에 넣어왔다는 걸 깨달았다.
된장국만이 아니었다. 자주 먹어서 익숙한 것들의 세계에 갇혀있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매일 된장국을 끓여도 저토록 다채로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 소소하고 즐거운 실험과 모험을 시도해
보리라 다짐하게 된다. 맛 없으면, 그냥 먹으면 된다.
작가도 말한다. 맛없을 때도 있고, 그럭저럭일 때도 있고, 깜짝 놀랄 정도의
맛이 날 때도 있다고. 한 끼 정도 맛없는 걸 먹었다고 해서 세상이 휙하니
뒤집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보수적이었을까.
앞으로는 좀 더 다이나믹하면서 즐겁게,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만드는 사람의
부담을 한껏 줄인 식사를 하고 싶어졌다.
밥을 짓는 방법이라던가, 계절에 따라 된장국에 넣을 수 있는 제철 재료,
식사를 좀 더 맛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간단한 식사 만들기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에서 그동안 필요했던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일본에서 출간된 책은 밥의 색을 표지의 색으로 쓰고,
야채에서 글자의 색을 가져오고, 미소된장 색으로 띠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책의 제목과 출간방향과 디자인이 딱맞아 작가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고
책 속에서도 자랑하고 있어서 실제로 이 책이 조금 보고 싶어졌다.
국을 잘 먹지 않는 편이었다. 물만 있으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하고 있고
국이 없어도 밥을 잘 먹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된장국도 가끔, 아주 가끔 먹는다.
스스로 된장국을 끓이고, 작은 병에 된장을 따로 챙겨서 도시락을 먹을 때도
된장국을 곁들이는 작가가 된장국을 위한, 된장국에 대한 예찬을 하는 걸
한 권 내내 봤더니 내가 미역이랑 두부를 넣은 맑은 된장국을 끓이고 있더라고.
어쩐지 된장국이 먹고 싶어지는데, 장을 보겠다는 마음은 전혀 생기지 않았고
집에 있는 무언가로 만들어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기 전에 된장국 재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이 책을 읽고나서 문득 된장국이 먹고 싶어진다면 그때 뒤적뒤적 냉장고나
비축해둔 재료를 뒤져서 슬슬 된장국을 끓여내면 된다.
소세지 된장국이나 스팸 된장국, 참치 된장국은 어떨까?
김을 풀어 넣으면 어떨까? 아무것도 넣지 않고 다시에 된장만 풀어도 된다고하니
좀 더 자유롭게 된장국의 범위를 넓혀봐도 즐겁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