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의 시간 _ 아베 나오미, 아베 사토루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먹나 궁금해서 들여다 본 책.
도시락이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도시락의 주인들이 이 책의 진짜 주역이었다.
사람마다 다른 도시락. 도시락이라는 작은 공간을 채우는 건 밥과 반찬만이 아니었다.
도시락을 먹는 사람이 있었고,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어쩌면 자신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을지 모를 마음 속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모든 걸 끌어내는 건 작가의 가족. 사진가인 남편이 찍고, 부인이 인터뷰를 했다.
분명 귀여운 딸도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한 몫 톡톡히 해냈을 것이다.
그리고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아이는 자랐다.
사람이 비슷하면서 다르듯이, 도시락도 비슷하면서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시락을 먹는 사람만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책은 그 이야기의 모음이다. 평범한 따스함이 이 책에는 존재한다.
나도 요즘 가끔 도시락을 가져나간다. 간식 도시락이기는 하지만.
크래커 한 봉지와 보리차 한 병일 때도 있다.
가끔은 견과류 한 봉지와 말린 과일을 가져나갈 때도 있고.
아, 나는 되는대로 집어들어 나가는 타입이었다. 어떤 이야기도 사연도 없이
그저 그게 내 손 닿기 쉬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게 내 도시락이 된 것이다.
책에 도시락 사진이 큼직큼직하게 들어있고, 거기에서 도시락 싸기 팁도 나름
배웠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밥과 밥찬이 색의 조합을 이루고 영양까지 고려한
도시락을 만드는 모습은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홀랑홀랑 먹고 차를 쭉 마시는 내 모습은 자연스럽게 그려지지만.
하지만 고양이가 질려서 더 이상 먹지 않는 참치로 김말이 도시락을 싸는 아저씨의
이야기에서 왠지 이런 느낌이라면 도시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