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는 법 _ 배상훈
부제 : 나를 구하는 범죄 예방 습관
이 책에서 범죄 피해자, 나라고 지칭되는 사람은 모두 여성이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한 나열이다.
읽다보면 분노에 차오른다. 이 나라에는 여성에게 안전한 곳은 없으니까.
일단 집도 위험하다. 원룸이나 다가구주택은 방범상으로 피해야 할 곳이다.
이 책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집마저도 안심하고 머무를 수 없는 곳이었다.
무리를 하더라도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상주하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길거리도 마음편하게 걷지 못한다. 묻지마 폭력의 피해자들은 대체로 여성이다.
화장실도 몰카의 위험이란 것이 도사리고 있다. 화장실이 외부에 있는 식당이나 카페를
기피하고 가게 내에 화장실이 있으며 직원 관리가 되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수상하고 나쁜 기분이 들면 당장 빠져나와야 한다.
지하철, 버스도 안전하지 않다. 그 좁디 좁은 장소에 빼곡히 밀집되어 있는 사람들 중에
그 상황을 기회로 생각하고 승차하고 있는 놈들이 있다. 콩나물시루같은 공간도 불편한데
쥐똥같이 기분 더러운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택시는 괜찮은가?
이 책에서는 택시마저도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여성들은 운전을 해야한다.
여성일수록 더더욱 차를 소유하고 대중교통에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차를 소유하면 주차할 때만 주의하면 된다고 이 책에서 그랬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통로
근처를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점하고 몇 가지 안전수칙을 지켜야 하지만 그것만 해내면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끝낸 것이고 이게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진다.
여성은 직장에서도, 가정 내에서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직장의 상사와 동료가,
조금 전까지 사이좋던 남편과 남자친구가 순식간에 돌변해서 가해자와 공범의 얼굴을
할지도 모르니까.
여성에서 과연 편하게 쉴 곳이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며 한숨이 나온다.
언제 마음을 놓고 쉴 수 있는 것일까. 보안이 철저한 비싼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5분 거리도 걷지 않고 자차로 운전을 하며 직장에서는 권력을 잡아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주차장이나 화장실도 보안과 관리가 철저한 곳에만 가야하고, 모텔은 절대 가면 안된다.
숙박시설은 호텔만이 존재한다는 듯이 살아야 한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지 말 것이며
남편이나 남자친구는 10차에 걸친 면접과정을 통해 신중하고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이 정도면 안심하고 살 수 있으려나. 범죄 피해자 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기 위에 파트 솔직히 저 정도까지 해야 안전해지는 것인지 통탄한 감정을 공유하고자
쓴 것이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엄청 쾌적한 삶이다.
여성들이여, 저런 삶을 향해 나아가자!
그 이전까지는 스스로를 지키자. 최대한 예방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위험과 불쾌함을 공유하고 연대를 통해 힘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목소리를
키울 수 있고 그 소리가 사회에 닿을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이 책의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여성에게는 위험하고 범죄인식의 허들이 낮다. 범죄임을 명확히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안심하고 길을 다닐 수 있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고,
대중교통에서 불쾌의 레이더를 바짝 세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남성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범죄의 위험이
어떤 것인지 간접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거의 없다. 믿을 수 있는 사람조차도 전무후무하다.
어두운 골목에서 걸음이 빨라지거나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
불쾌감을 느끼는 사연을 꽤나 보아왔었다. 그 상황에서 진짜 범죄자는 일부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일부를 구분해낼 수 없다. 사람 피부가 범죄 직전에
발광하기라도 한다면 알 수 있겠지만, 범죄자들 역시 모두 사람이다. 형광발광체가 아니다.
외모로 판별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 상황에서 모든 사람을 경계하게 되는거다.
만에 하나 그놈이라면 목숨마저 담보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니까.
경계하고 있는 것은 당신이라는 사람이 아니다. 그때 그 시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불안감에 대한 방어가 드러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여성들의 불안함에 대한 이해가 힘들지도 모른다. 대체로 남성들은 이 책에 나오는
상황들을 겪어본 적이 없을테니까. 알게되면 이해가 되고, 이해를 하게 되면
불쾌함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좀 더 정보를 교류하고 공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