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 읽기

내 인생의 첫 책쓰기 _ 김우태

자몽도넛 2018. 9. 1. 09:00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그냥 지나칠 뻔 했다. 하얀 표지에 초록색 활자, 책들 사이에서

묻히기 딱 좋은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책쓰기라던가 독서기록을 읽는 건 좋아해서 

잠깐 읽어볼까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 소개에서 내가 읽었던 책을 발견했다.

'텔레비전을 10년 끊어보니까'와 동일한 작가였다. 읽은 이후 시간이 꽤나 지나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는 않지만 시와 비슷한 형식이었던 것 같다. 읽었던 이유는

단 하나. 나 역시 텔레비전을 한 10년쯤 보지 않았으니까. 꽤나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그러고보니 '텔레비전을 10년 끊어보니까'와 '내 인생의 첫 책쓰기'는 공통점이 있다.

끊임없이 꼬시고 있다. 텔레비전을 보지 말고 책을 읽으라고, 책을 읽기만 하지 말고

책을 써보라고. 책 한 권 내내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세뇌시키고 있다.

이미 텔레비전을 보고 있지 않은데 텔레비전을 보면 안 될 것 같고, 책을 읽을만큼

읽었다면 이제 글을 써야만 할 것 같다. 발굴의 영업력을 가진 작가다.

 

이 책은 작가가 첫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100번이 넘게 거절당했다고 한다. 무응답 형태의 거절이 8할이었다고 한다.

첫 책이 나오면 두 번째 책은 쉬이 나올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첫 책보다

더 많은 거절을 경험했다고 한다.

나는 100번 넘게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항상 존경스러웠다. 100번 넘게 면접을 보고

최종합격을 했다던가, 100번 넘게 선을 봐서 드디어 결혼에 성공했다던가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만큼 강하지 않은 사람이라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보며 강하고 약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것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영역이고, 나 역시 할 수 있는거다. 거절도 100번 정도 되면 익숙해져서

점점 덜 아파질 것 같기도 하고.

KFC할아버지는 참 대단했구나 싶다. 1008번 도전하다니. 될 때까지 하겠다는 각오로

뛰어들어야 하는거구나 새삼 감탄했다. 그리고 그걸 왜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의아해졌다. 나도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제까지는 할 수 없다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나의 믿음은 이 책을 읽으며 참으로 허망하게 바스라졌다.

 

이 책에는 책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오는지, 글은 어떻게 쓰면 되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쓰여져있다. 작가가 8년이 걸려 첫 종이책을 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그 시간들을 이 책을 통해 공유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첫 책을 쓰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 조금 덜 돌아가기를, 타격감이 작은 좌절을 하기를 바라는 맘이 느껴진다.

한 권 내내 책을 쓰라고, 글을 꾸준히 쓰라고 거듭거듭 말하는데 마지막 페이지 즈음에는

정말 뭐라고 써야하는게 아닐까 싶어진다.

 

체 게바라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꽤 많이 인용되었고, 특히 '리얼리스트가 되라'는 문구가

꽤 자주 나왔다. 나는 체 게바라가 리얼리스트라는 인상을 받지 못해서 저 명언을 볼 때면

자기나 잘하지라고 생각해왔었다. 체 게바라는 처자식을 부양하지 않았고, 바람도 꽤나

피운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체 게바라의 명언을 쫓아 열심히 일을 하며 성실한 가장으로,

리얼리스트로 살고 있는 작가가 체 게바라 본인보다 저 명언에 훨씬 가깝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말만 반지르르한 것보다는 역시 생활 속에서의 실천이 훨씬 빛나고 멋지다.  

 

50세에 온몸에 문신을 하겠다고 결심하셨다고 216페이지에 있다. 혹시 기억못하실까봐

여기에도 적어두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목표로 하신다고 한다. 여기에 박제.

40살의 목표가 이루어진 것처럼 50세의 목표도 꼭 쟁취하시길 바라본다.

그리고 행복하게 글을 쓰는 작가님을 해마다 새 책으로 계속 만나기를, 그랬으면 한다.

 

첫 책을 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어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사람이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쓰라고 한다. 일단 많이, 매일 꾸준히 쓰라고. 그리고 출판사 문을 두드리라고.

안 열어주면 열어주는 천사같은 편집자를 만날 때까지 문을 바꿔가며 두드리라고 한다.

같은 문을 두드려도 된다고 한다. (아, 작가는 호구 편집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작가가 책을 내는 동안 스스로에게 아쉬웠던 점과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책 곳곳에 있으니까

꼼꼼하게 읽고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다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책을 내지 못하더라도 원고는 남을 것이고, 글쓰기 실력을 탑재하게 되지 않겠는가.

그것을 저력으로 삼아 다시 한번 도전해볼 수 있고. 두번째는 이전보다 수월할 것이다.

아는 길은 편하고 힘이 덜 들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