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 읽기

샌드위치의 기초 _ 최현정

자몽도넛 2018. 10. 3. 17:00

나의 독서는 도대체 왜 이럴까. 찰싹 달라붙을만큼 가까운 시기에 사이좋을 수 없는 두 종류의 책을

동시에 읽고는 한다. 철학이나 사회, 정치관련 소재의 책들은 그렇게 읽어도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와 '샌드위치의 기초'는 내가 생각해도 함께 읽는 건 좀 이상한 거 같아서

갸웃했지만 둘 다 나름의 개성과 재미가 있으니 어떠랴 싶다. 묘한 이질감은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일 뿐이라고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해야겠다.

 

추석연휴를 맞아 인터넷 서점을 어슬렁 어슬렁 구경하는데 '샌드위치의 기초'를 발견했을 뿐이고,

어라 발사믹 식초를 준다고 하네. 나 발사믹 식초 다 떨어졌는데, 어디 한번 사볼까!가 되었을 뿐이다.

사은품이나 이벤트, 원플러스원 되게 좋아한다.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유언비어를 무서워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을 정도로 어린이때부터 좋아했었는데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공짜 아니니까

괜찮다고. 그와는 별개로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는데 비싸고 좋은 샴푸 써도 별 효과없으니까

그냥 그 돈으로 맛나는 거나 많이 사먹고 하고 싶은 거 하라고.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싶지만, 나는 예전부터 샌드위치를 좋아했다. 피자도 좋아한다. 빵쪼가리

중에서 싫었던 게 없다. 탄수화물을 많이 많이 사랑해오고 있다. 그래서 샌드위치 책을 보면

마냥 흐믓하다. 사진 속에 있는 못 먹는 샌드위치지만, 그래도 좋다.

이 책에서도 맛있는 샌드위치 레시피가 잔뜩 실려있다. 그냥 보고있어도 좋다.

처음부터 마지막 레시피까지 전부 만들어보고 싶다...기보다는 만들어 둔 걸 먹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지만 내가 구입한 건 요리책. 요리책은 그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게 그 책과의

가장 멋진 소통방식이라고 믿고있는 나는 이미 이 책에서 가장 심플한 레시피를 찾아냈다.

심플한 레시피란 재료가 몇 가지 들어가지 않거나, 재료가 이미 완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어서

레고 조립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는 나는 조만간 

사흘간 먹을 샌드위치를 제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샌드위치를 많이 만들어서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다가 배고플 때마다 하나씩 꺼내먹으면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쌓여있거나

여유가 없을 때 정말 좋으니까, 이 요리책을 위해서라도 조만간 바쁜 일을 만들어야 겠다. 

바쁜 와중에 샌드위치와 아이스 커피는 샌드위치의 기원이 된 백작의 아이디어를 멋지게

현실화 시킨 누군가에게 감사하게 만든다. 이런 걸 만들다니 되게 멋진 사람일 게 분명하다.

 

처음 만들게 될 그 샌드위치가 맛있었으면 좋겠다. 내 요리책 징크스 중 하나.

첫번째로 만든 요리가 맛있으면 그 책에 있는 건 전부 맛있다. 징크스고 뭐고 ㅡ.,ㅡ

되게 당연한 말인 거 같다. 랜덤으로 뽑힌 게 맛있으면 그 책에 있는 전부가 맛있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요리책에서 맛없는 레시피가 있냐고 묻는다면 ㅎㅎ 있다. 입맛은 제각기 달라서

내 입맛에 그다지 맞지않는 책이 존재한다. 그래서 첫번째 시도는 언제나 두근거린다.

이 책과는 얼마만큼 맞는 것일까를 단번에 알게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