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_ 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마틴 피스토리우스
12살의 어린 소년이 아파서 조퇴를 했고 이후 오랫동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식물인간이 된 채 보내야 했던 시간들이 무려 13년이었다. 비극은 4년을 제외하고는 의식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몸 안에 갇힌 채 9년이라는
시간을 스스로의 죽음을 간절히 바라며 살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은 실화다. 원래의 제목은 ghost boy.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실제로
엄마에게 작가가 들었던 말이다. 제목 선택이 자극적인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제목 때문에
눈에 띄기는 했다. 하지만 10년이 훌쩍 넘는 동안 식물인간 아들을 돌보았던 어머니의 심경을
배려하지 못한 제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작가의 어머니는 실제로 자살시도를
하기도 했고.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아이가 하루 아침에 식물인간이 되고 간호와 간병을
책임지게 된 어머니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피폐해졌을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와중에 저런 말도 하게 되었으리라. 물론 듣지 못한다고 생각했을테지만.
해서는 안 될 말이었지만 그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 제목이 의아했다. 누가 지은 것일까 하고.
어째서 ghost boy는 엄마의 비정한 말 한마디가 되어버렸을까. 그리고 그것이 제목이 되면서
엄마가 짊어져야 했던 모든 것들이 어쩐지 희석되어 가는 느낌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제목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게 되므로 이런 점이 신경쓰였다.
책을 읽는 동안 제목의 영향이었는지 작가의 본심이었을지 모르지만 어머니보다는 아버지에게
보다 크게 의지하고 믿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하긴 저 말을 실제로 본인이 들었으니까 그게
본심이라고 어쩌겠는가. 하지만 제목의 영향으로 이런 인상을 받은 것이라면 그건 좀 그렇다.
작가는 의식을 잃고 4년 뒤에 깨어난다. 하지만 아무도 알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차려 줄 사람을 만나는 그 순간까지 몹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가족이 여름 휴가등을 이유로 작가를 시설에 맡길 때가 있었다. 그 시간을 몹시
혐오했다. 그곳에서 성적 학대를 포함해서 학대와 폭력이 있었으니까. 의식이 없다는 이유로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만큼 잔혹해질 수 있는지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탈출하고 싶어도 탈출할 수 없는 그런 시간에 갇혀 유일한 해방구는 죽음 뿐이라고 작가는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운좋게도 자신을 세상으로 인도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새롭게 고용된
간병인이 그가 의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을 정확했다. 그 이후에 그는
세상과 소통할 방법을 하나하나 익혀간다.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아내고
직업훈련을 하면서 재빨리 그동안 비어있었던 시간들을 따라잡아간다. 그러는 중에 인생을
함께 보낼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그런 시간들이 한 권의 책에 채워져있다.
생각이 복잡해지는 책이었다. 간병과 간호의 문제,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학대와 폭행,
간병의 책임을 가족에게만 지울 때 생겨나는 불상사와 같은 사회문제에 대해서까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가 있었다.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몸 안에 갇혀서 살아가던 그가 그 시간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언제나 죽음을 갈망했다고 말하는 그가 세상과 교류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직업을 가지고
성취를 이루며 친구와 동료를 사귀고 반려를 만나게 된다.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갖고 있다. 그것은 보장되어야 하고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분명있다. 그것을 찾아내서 도려내야 하는 것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작가가 이 책을 통해 고발한 것도 그 중 일부분이었다. 나머지 역시 누군가가 고통받기 이전에
발견하고 적발해서 소멸시켜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들이 해야만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