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 읽기

버리고 비웠더니 행복이 찾아왔다 _ 야마구치 세이코

자몽도넛 2018. 8. 7. 09:00

이 책에 실린 작가의 집을 보며, 역시 물건이 적어야 한다고 통감했다.  

소유하는 물건이 적어지면, 가지고 있는 물건만큼은 자기 마음에 쏙 드는 것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 물건과 함께 할 내가 행복해지느냐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신중 또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된 물건과 함께하는 매일이라니. 쇼핑도 이전보다 한결 즐거워지리라,

애정이 있는 물건들로만 가득한 집에 머무는 시간도 멋져질 게 당연하지 않은가.

 

작가분은 이사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한다. 5분 기록을 갱신했다고 하는데, 꺼내놓은 짐이 상당히 적었다.

자그마한 소형 트럭을 빌리면 셀프 이사도 가능할 것 같았다.

가구는 분리해서 착착 접었고, 가족 개인에게 속하는 물건들은 박스에 가지런히 챙겨놓는다.

집에 있는 짐을 전부 꺼내두어도 물건이 얼마되지 않았다!

누구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혼자 이사가 가능한 정도의 규모였다.

역시 이사훈련이 가능한 규모의 살림살이란 이런 모습이었다.

 

잦은 이사를 계획되어 있고, 지역을 옮기는 일이 잦은 사람이라면 이사가 부담스러워서는 안된다.

세이코씨의 방법대로라면 이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잦은 이사에 대응하는 방법은 역시 짐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적은 물건으로 행복을 극대화하려면 마음에 쏙 드는 물건만을 내 공간에 들여야 한다.

그런 물건만으로 일상을 가득 채운다면 어떤 기분일까.

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이 하나도, 단 하나도 없다니!

 

적은 규모라면, 그 물건들이 모두 내가 아끼고 매일매일 사용하는 것들이라면 스스로 박싱하고

주도적으로 이사가 가능하겠다 싶어진다. 내 최악의 이사의 기억은 비 오는 날의 이사였더랬다.

식탁에서 무언가 부러져서 날아갔는데 모른척 당했고, 멀쩡한 게 없었다.

한밤이 되어서 빨간색 전기주전자 코까지 긁혀있는 걸 보고 허허 웃었다.

어처구니가 없으면 웃음이 나오더라.

게다가 포장이사였는데, 어쩐지 내가 짐을 옮기고 있었다. 온갖 참견과 조언을 빙자한 고나리와

어쩐지 시작된 자식자랑까지 몽땅 들으며 짐을 푸는데 휘청했었다.

차라리 혼자 하는 게 속 편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도 이걸 해보려고 한다. 셀프 이사! 트렁크나 보따리에 짐을 전부 싸서 내가 옮길 수 있는 규모로

줄여보려고 한다. 이사 시뮬레이션도 시도하면서 실전이사를 대비해야 겠다.

최근에 집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져서 앞으로 이사가 잦아질 가능성이 쭉 올라갔다.

원하지 않는 곳에서 억지 핑계를 대면서 머무르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어서 말이다.

셀프 이사와 짐줄이기를 통해서 그 마음에 전적으로 응원하고 싶다. 응원한다, 나! 힘내라, 나!! 

 

 

작가분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별로인 것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청소는 즐겁고 좋아하는 것이기에 여기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요리는 역시 관심 밖이라 생존과 가족을 위해 최저 방어선을 긋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진 않겠다고 한다.

남편과 아이들이 요리를 분담하고 있어서 더 가능한 것일지도.

하고 싶지 않고,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손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경험으로 못하는 것은 불타올라도 평균에 도달할 뿐이었다. 때로는 확 질려서 꼴도 보고 싶지 않아질 때도 있고.

그런 나쁜 사이까지 발전할 필요가 없었는데, 괜한 욕심에 오기를 부리다가 사이가 격조하다 못해

앙숙같아진 과거의 취미가 몇 개나 있다. 확실하게 정을 뗀 것은 괜찮은데,

앞으로는 그럭저럭 대면대면하게 지내는 것에서 멈추고 싶다.

괜히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싫어하는 것처럼 에너지 과잉소비는 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 분에게 출판을 권유한 사람은 사사키 후미오. 그 텅 빙 방에서 살아가는 도서 편집자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작가. 이 책에서 후미오씨의 이사도 인상적이었더랬다.

세탁기만 옮겨는데에만 도움을 받으면 되겠구나 싶은 정도였으니까.

두 사람은 대화가 통하겠구나라는 생각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소통의 창구를 찾으면 서로를 만날 수 있는거였다.

개인이 이토록 가까우면서 한참은 떨어진 세상에서 공통관심사를 구심점으로 해서

서로를 발견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건 어쩐지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