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지도 드디어 50살이 되었다. 시로시는 53세!

만화 속의 시간이란 제멋대로 흐르기 마련이다. 분명 나보다 연장자였는데 어느새 훌쩍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 주인공보다 띠동갑만큼 많아지기도 한다.

'어제 뭐 먹었어?'에서는 시간이 참으로 착실하게 흐른다. 내가 나이를 먹을 때마다 주인공들도 그만큼

나이가 들고 내가 평범하게 나이들어간다면 경험할 것들에 대해서 미리 한발 앞서 나가서 알려준다.

그런 점이 좋아서 13권까지 계속 보고있는 중일지도. 종이책부터 보고 있었는데 작년에 이북으로

출간되서 신이 나서 종이책을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이북을 구입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켄지는 50살이 되었지만 완강히 그 나이를 부정하고 언제까지 마흔의 언저리에서 지낼 생각이었는데

13권에서 시로씨의 꼬임에 넘어가서 생일파티를 치르고 50살을 맞이하게 된다. 시로씨는 이미 훨씬 전에

쉰을 맞이했고, 이번에는 53살이 된다. 사귄지는 13년이라고. 13권이니까 그렇네.

 

시로씨는 성공의 가도에 올라탄 듯 하다. 사장님이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데, 물려받을 후계자가 돈이 되지

않는 형사사건에 몰두하고 있어서 시로씨가 원하지 않음에도 공동 파트너로서의 임무를 짊어지게 될 것

같다. 절약하고 꼼꼼하게 가계부를 쓰는 것보다 경영자로 등극해서 돈을 왕창 버는 게 좋을텐데, 그러기에는

시로씨는 나르시스트다. 운동을 포함해서 건강관리에 상당히 관심을 쏟고 있고, 저녁 식사도 제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건강을 고려해서 만들고 장도 스스로 본다. 그 모든 걸 하려면 퇴근 후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게다가 푼돈을 아끼는데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며 일단 열심히 일은 하지만 자신과 켄지의 노후만을

걱정하면 되니까 거금이나 출세에 대한 의욕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시로씨를 출세가도로 살포시

올려두고 있다. 바빠지지 않으려나?

 

켄지의 직업전선에는 먹구름이 깔렸다. 미용실 사장님에게 조만간 크나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예견되는

사건이 생겼기 때문. 실력도 그럭저럭, 열심히 해서 개업할 생각도 전혀 없는 켄지는 나름의 돌파구를

전 권에서 찾고자 했었다. 최후에는 어머니의 미용실을 물려받으면 되니까 괜찮지 않을까? 게다가 변호사

파트너도 있는데 일이 바빠질 시로씨를 대신해서 전업으로 살림을 맡아도 되고. 켄지는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구나. 좋구나.

 

여전히 무미건조하지만 나름대로 알콩달콩하게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고, 시로씨에게 작업걸던 친구 커플과도

소원함없이 교류하며 지낸다. 서먹하거나 어색해지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은 그 친구가 맛있는 고급

식재료를 조달하기 때문일까?! 저 사실이 발각되는 날, 난장판이 벌어질 것 같은데 14권 이후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질베르가 가만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뭔 짓을 하려나?

 

시로씨의 하루 일과가 놀랍다.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고,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가사일도 하다니.

그리고 수영도 꾸준히 다닌다. 짬을 내서 장도 보고. 이 모든 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렇게 되면 외식을 하거나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을 법도 한데,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집밥.

밥은 어떻게 기력을 짜내서 만들어 먹는다쳐도 설거지는?? 게다가 반찬도 2~3가지씩 막 만든다. 그러면 설거지 

그릇이 많아지잖아? 만화임에도 진지하게 저런 생활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럼 음식이라도 맛이 없거나 그래야 하는데, 몇가지 만들어 본 결과 맛있다. 평범하게 맛있었다.

일주일치를 만들어두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먹는 것도 아니고, 끼니때마다 신선하고 따끈하게 만들어서 밥을

먹다니 시로씨의 능력치는 제대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적어도 나한테는

아니라서 매번 이 책을 볼 때마다 요리조리 뜯어보게 된다. 시로씨의 시간관리 책이 나오면 사볼 의향이 있다.

 

원서로는 14권이 이미 여름에 나온 상태. 조만간 14권이 번역되서 나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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