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피터 틸은 페이팔의 공동창업자다. 그가 들려주는 스타트업 명강의를 책으로 만났다.

조금 늦게 만난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2014년 출간작이고 스탠포드 강의를 노트형식으로 남긴

것을 출간한 걸로보아 좀 더 이른 시기에 강의가 진행된 것이리라. 좀 늦게 만났나.

시기를 가늠해봤을 정도로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흥미로웠다고 하는 게 더 맞다.

독점을 하라는 게 주요 내용이고, 경쟁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런데 맞는 말같아서

빠져든다. 아, 경쟁은 좋은 것이었고 성장의 원동력이자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사람들을 몰아넣고

싸움붙이던 바로 그것이 아니었던가. 본의이든 아니든 이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경쟁의

테두리 안에서 맴돌게 된다는 것이고. 그 판에 끼고 싶지 않았지만 어쩐지 경쟁에서 낙오하면

인생이 어그러질 것 같은 초조함에 쫓기지 않았던가.

그 경쟁에 대해서 작가는 단호하게 말한다. 안 좋다고. 그런 거는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너무나도 명확해서 토를 달수가 없다. 그의 논리에 수긍한 건 물론이었다.

어쩐지 그가 말하는 경쟁의 논리에 따르자면 말이다. 그동안 나는 왜 어째서 그토록 괴롭게

그 틈바구니에서 부대껴야했는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경쟁에서 승리를 쟁취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타인과 겨루며 앞으로 전진하는 게 그다지

즐겁거나 재미있지도 않았는데 왜 나는 그 판에서 툭툭 털고 빠져나오지 못했나를 궁리하다보면

'그냥'에 도달하게 되는 거 같아서 발끈하게 된다. 그냥 그럴거 같으니까 그랬던게 아닐까.

경쟁이 좋아보이니까, 예전부터 그렇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그러다가 나한테까지

도달한 게 아닐까. 아...그렇다면 정말 싫은데. 아니면 시선 돌리기이거나. 그건 더 화난다.

어쨌든 경쟁은 안 좋다고 한다. 내 인생에서도 경쟁은 그다지 나에게 이롭지 못했다. 버거웠고

침울했다. 나는 이제 그걸 하고 싶지 않다고 이 책을 읽고나서 다짐했다. 경쟁은 무슨. 쳇이다.

그저 나 하나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이건 남과는 상관없는 문제다. 오히려 타인의

행복과 안온함이 필요조건이 될지라도.

경쟁에 대한 인상을 바꿔준 것뿐만 아니라, 출간후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시선을 끄는 책이었다. 창업을,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 책도 필독서에

넣어보는 게 어떨까. 그가 말하는 낡고 고루한 아이디어 중에는 우리들이 신성시 여기고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거기에 사로잡히면 성공으로 향할 수 없다고 한다.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믿고 있는 것들 중에 그런 것들이 없는지 한번쯤 체크해보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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