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는 두번째 고양이다. 첫번째 고양이 사바를 보내고, 죄책감에 밥도 넘기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할 때

펫숍에서 만난 테라피스트다. 구구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를 만나고 그제서야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구구는 이름이 여러개다. 구구를 제외하고 두 개의 이름이 더 있고, 때때로 사바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게 또 미안해져서 사료를 들고 한동안 이름을 되새긴다.

 

여러모로 사려깊은 사람이라 구구를 기르며 사바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을 한없이 후회한다. 첫번째 고양이

사바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들을 끝없이 떠올리며 이전과 같은 실수를 구구에게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두번째 고양이는 이득이다며 시작하는 작가의 말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그건 작가가 첫번째 고양이를

결코 잊지 못한다는 말임과 동시에 구구는 제대로 돌보겠다는 나름의 다짐이기도 하니까.

 

고양이 먹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고양이 밥이라고 부르는 에피소드를 보며 고양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사람이라면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읽는다면 이 책이 다른 무게로 

다가오지 않을까. 첫번째 고양이와 13년 5개월 하루를 살고, 이제는 고양이 구구 그리고 고양이 비와

살아가는 만화가의 소소한 일상과 가볍지 않은 깨달음이 이 책에 가득하니까.

 

1권 마지막에서 작가가 암으로 인한 수술을 하게 된다. 혼자 살고있기에 고양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고,

만약에 자신이 죽게되는 경우를 대비해서 유언장까지 쓰고 고양이의 배웅을 받으며 혼자 입원을 하고

수술을 받는다. 퇴원을 기다리며 구구와 비의 열광적인 환영인사를 기대했었는데 구구는 그만 토라져

있다. 물론 1시간 뒤에 초밥을 시켰을 때는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따뜻하고 평화롭고 깨달음이 가득한 책이었다. 10년전 쯤에 이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었다.

물론 보지 않았다. 어쩐지 보고 싶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고 예고편을 봤는데, 아직까지도 고개가 갸웃. 

5권까지 전부 읽고 이 영화를 볼지 말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겠다. 예고편 속의 고양이가 어마어마하게

귀여워서 그것만으로도 홀딱 넘어갈 뻔 했지만, 일단 원작부터 먼저 모두 읽고나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