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보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싶어서 쿡하고 웃음이 나온다. 제목처럼 인생의 똥차들과 쿨하게

이별해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어영부영하다보면 똥차와 엮여서 내 생활이 살금살금 좀먹는다. 똥차들과

이별해야 하는 이유는 오직 이 한 가지다. 내가 위험하다. 저들과 있으면 나도 저들과 비슷해질 수 밖에 없다.

익숙해져버리니까. 나중에 내가 똥차짓을 시전할거란 말이지. 그러니까 마주앉은 똥차를 말끄럼히 들여다보며

내가 능력을 흡수하는 슈퍼히어로이고, 저 사람의 저 짜증나는 능력을 흡수한다고 생각했을 때 인상이 찌푸려

진다면 이제 정리해야 한다.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 인생의 똥차를 뻥하고 차버린 경험담의 모음이니까.

 

친구에게 말하기 쉽지 않다. 엿먹으라고. 하지만 이 책의 모든 시작은 그거였다. 친구에게 이 한마디를 해낸 것.

그리고 그 친구가 없는 일상이 너무나도 행복해져서 삶에서 하고 싶지 않은 것과 싫은 녀석들을 몰아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다. 인생을 바꾸려면 만나는 사람을 바꾸라고. 

그리하여 작가는 인간관계를 호탕하게 정리해나가기 시작한다.

 

똥차에는 우선 자신이 있었다. 이 파트에서 소소한 행복을 위해서 욕조 주위를 둘러싸고 캔들에 불을 붙이고,

장미꽃잎이 풍성한 거품목욕을 실현하려다 짜증이 머리꼭대기까지 치솟는 경험이 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도 일상의 동경을 때때로 시도해보곤 하는데, 작가의 장미목욕과 비슷하게 끝이 났었다. 광고나 화보에나

등장할 것들을 내 일상에서 실현해봤을 때 나만 실패하는 줄 알았는데, 독일 어딘가에 동료가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포근해졌다. 장미꽃이랑 캔들을 마음 속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건너뛰기로 했다. 운동 싫어하고, 여행

취향이 비슷해서 또 한번 동질감을 느끼며 이 책을 내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책도 읽어봐야 겠다고

이 순간 다짐했었던 것 같다.

 

똥차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일부 정리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타인으로 넘어간다. 정리해야 할 친구, 지인, 가족,

친척, 타인. 세상을 살다보면 좁고 좁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더라도 사람과 공간과 시간을 공유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나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 사람들에 맞추기 위해서 내가 무리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니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내 삶에서 나가달라고.

 

이 책에서 보이는 해결방법으로 일단 안 보면 그만인 범주인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으로

말한다. 싫으면 싫다고 제대로 거절한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지점에서는 좀!이라고 내지른다.

하지만 안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 엄마, 파트너 등등. 이때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라고 하더라.

작가는 파트너와 10년동안 살고있고 아이도 한 명 있는데 파트너가 아직까지 양말을 빨래통에 제대로

넣지 않아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고 한다. 결국에는 그 습관을 뜯어고치지 못했고 해탈하는 수 밖에

없었나보다. 양말을 안 빨아주면 살금살금 작가 양말까지 탐내며 훔쳐간다고. 몹시 짜증날 것 같은데

자신이 구입한 딸기쨈에 만족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게 작가의 결론이니.

 

안 보면 그만인 사람들의 범주에서 작가의 활약이 대단하니까 평소 거절을 하려면 모래를 삼키는 기분이

들거나 타인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조용히 정진해보도록 하자. 

 

똥차가면 벤츠 온다지 않던가. 일단 내 안의 똥차도 말끔하게 몰아내고, 나에게 해를 끼치는 똥차들도

전부 쫓아내야겠다. 참지말자. 참다가 홧병난다. 홧병은 위험하니까 나는 나를 지켜야한다. 참지말자고,

여기에서 멈추지말고 더더더 참지말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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