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는 전혀 상관없다. 제목도 그저 제목일 뿐. 책의 재미와 그것들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그런데 왜 그럴까? 나는 표지만으로 제목만으로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자주 있고, 같은 이유로 읽지 않을 때도

상당히 많다. 이 책은 유감스럽게도 그 중 후자에 속했던 경우.

총좌의 우르나?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너무 진지해보여...라며 생각하고 나중에 읽어야지라며 미루고 또 미루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흥미롭게, 그리고 순식간에 읽어치웠다.

 

우르나는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격수의 이름이다. 평화롭고 한산한 마을에서 좋은 사람들의 사랑을 잔뜩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부모님이 없었지만 그 자리는 양어머니와 친구들 그리고 선량한 마을 사람들이 메워주었고

우르나는 심성 곧고 바르고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에게 큰 일이 있었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결혼을 했고 작은 아이도 낳아서 기르고 있던 친구의 남편이 전사하고만 것. 굉장히 잔혹한 방식으로.

그 이후에 우르나는 군인으로 지원해서 전방으로 나아가게 된다. 적은 다른 종족. 인간을 순신간에 먹어치우는.

 

우르나는 부임지에서 적응은 커녕 숨도 제대로 돌리기 전에 저격수로 활약할 수 밖에 없는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그 사건으로 우르나는 저격수로서, 군인으로서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지게 된다. 겉으로는 강인하고 결단력있고

단호해 보일지 몰라도 꿈은 그녀를 이전의 평화로운 마을로 끌고간다. 

 

1권에서 굉장한 속도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우르나가 왜 여기에 있는지 과거까지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한 권만을 읽었음에도 이 책의 기저가 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다음 권도 계속

읽어가기로 결심했고. 우르나를 비롯해서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성격이고, 판타지이지만

판타지스럽지만은 않은 현실감이 공존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그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계속해서 생각났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책이다. 이 책은 전쟁에 참전했던 200여명의 여성의 인터뷰를

토대로 한 책이다. 2차 세계대전에 수많은 여성들이 전쟁에 가담해서 싸웠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는 기록되지

않았고 철저하게 잊혀졌다. 알렉시예비치는 200명의 전쟁에 참전했던 여성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고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그렇게 잊혀졌던 기록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역사는 이렇게 왜곡되고 지워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약한 입지에 있으면 이렇게 정당한 제 몫의 권리는 커녕 단순한 기록마저도 손에 넣을 수 없다.

 

이 책에서 읽었던 전쟁 당시의 기억들이 우르나를 보면서 세세하게 떠오른다. 상당히 닮은 부분들이 꽤나 보였으니까. 

우르나를 흥미롭게 봤다면 이 책 역시 추천한다. 만화가 좀 더 생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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