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급한 사람이라면 1부 3장부터 시작하자. 다시 읽는다면 이것부터 읽을테니까.
그럼 후에 알아보도록 하자....라고 하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이 딱 그랬다. 1부 2장까지.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라고 이 작가님아!! 왜 뒤에서 알아보재. 전자책이라서 페이지 찾기 힘들단 말이다.
라는 생각을 계속 하며 책을 읽고 있노라니 슬금슬금 인내심이 필요했다.
나도 1부 3장부터 읽었다면 좋았을텐데. 에잇
그렇다. 이 책과는 첫인상부터 글러 먹었다. 긍정적일리가 없지 않은가. 이 책의 작가님이라면 이해해주리라.
이와 비슷한 내용의 실험에 이 책에도 실려있으니까.
속도라던가 책의 분위기라던가 작가의 성향까지 모두 포함해서 이전이었으면 탁 덮고 지나쳤을 책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계속 읽었던 이유는 군데군데 실용적인 팁을 많이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팁을 작가가 원래 의도했던 것과 전혀 상관없이 해석한 것 같긴 하지만 그건 내 맘이니까.
이를테면 이런 것?
사람은 좋아해서 선택할 수도 있지만, 선택했기 때문에 좋아할 수도 있다는 말!!
이걸 보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일단 해봐야지! 하다가 안 좋으면 그만두지 뭐! 일단 도전!!은 때로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고, 조금이라도 싫거나 찜찜한 느낌이 드는 것은 발로 뻥 차버리고
내 주위에서 치워버려야 한다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어느새 그 일이 익숙해져버려서 발이 묶이고 말테니까.
그러다가 그게 원래부터 좋았고, 천생의 인연이었다...이런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일까.
...내가 책을 읽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까. 정말 좋아하는 것일까? 책을 계속 읽고 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일까.
뭐 상관없나 싶긴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된다면 일단 해보더라도 아니다 싶으면 빠른 손절을 통해
나를 보호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오직 나 뿐! 특히 이런 것에서는 더욱!!
선택해서 좋아하는 것보다, 정말 좋아해서 선택하는 삶을 원하니까.
그리고 우울할 때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 카페가 가장 쉬울 것 같다.
노트북이나 책도 좋고, 핸드폰도 물론 괜찮다. 해야 할 일거리를 챙겨들고 사람이 북적이는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을 떨어트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사소한 것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것들처럼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팁들이 상당히 많아서, 그만둘까 몇 번이나 생각했음에도 나는 이 책을 다 읽어냈다.
헬젤과 그레텔이 빵조각을 따라 과자집에 이른 것처럼, 나는 이런 소소하고 작은 실용팁을 쫓으며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실용팁 중에서 운동해라, 수면의 질을 높여라...이런 게 나올 때는 참기가 참 힘들었는데 그런 것들만
있는 게 아니라서 전부 읽어낼 수 있었다. 장하다, 나!!!
우울증을 경험했고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작가의 조언이다.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는 것들이
많았다. 우울한 감정은 몹시도 안정적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우리의 일상에는
산재해있고, 자신 역시 그 우울에 먹이를 주는 역할을 알게 모르게 하고 있단다. 그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을 읽을 기운이 전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햇볕이 반짝여서 기분이 좋은 날이 있지 않은가. 어제보다 조금 나은 날, 그럴 때 이 책을 집어들자.
전부 읽지 않아도 좋다. 1부 3장부터 읽어도 좋고, 마음에 드는 페이지부터 읽어도 좋다. 그리고 거기에 나와있는대로 하나씩
해보는거다. 그럼 다음으로 나아갈 힘이 조금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또 다음으로, 다음으로 그렇게 나아가면 된다.
머물러있는 게 가장 큰 손실이다. 무엇이라도 해야할 것 같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 때 이 책에 그때 시도해볼 수 있는
선택지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책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작가와는 유머감각마저 맞지 않았지만 전부 읽어낼 수 있었고. 유머감각을 포함해서 작가와 잘 맞는 사람이
읽는다면 이 책이 훨씬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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