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과장으로 뒤섞인 '행복사회'의 진짜 모습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복지에 대한 동경으로 북유럽을 하나로 뭉퉁그려 담은 책들이 제법 나왔었다.

그런 책들은 어느새 스웨덴 복지에 대해서 다루기 시작했고, 어느새 덴마크의 의자에 대해 이야기하더라.

그리고 요즘은 휘게라던가 피카를 제법 자주 접하고 있다. 복지를 넘어서서 이제는 생활방식까지 범위를 확대중이다. 

그러고보니 북유럽권역에 존재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분명 다른 나라일텐데 북유럽권역에 속하는 나라의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신뢰라는 것에 토대를 둔 선량함, 믿을 게 있는 구석이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 같은 것들.

풍요로운 복지를 가진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활양식이나 성격적 특성이 있는 것일까.

그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공감하고 사고하고 살아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하지 않던가. 숨돌릴 틈도 없이 돌아오는 학비가 없고 ,

몸이 아픈 것보다 몸이 아플 때의 의료비를 훨씬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국민에게 안락한 연금제도를 제공하는 나라에서 살면 여유의 정도가 지금과는 다를까.

선량하게 착하게 살아도 골수까지 뽑아먹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우리 나라 정도면 좋은거야. 여기보다 더한 데에서 태어났어봐라 더 큰일이다.

이곳에서 이런 류의 이야기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 일부 있을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저 소리를 주구장창 들어오며 살아왔었다. 거부감이 심했지만

거짓말도 100번을 하면 진실이 된다고 했던가. 기정사실화까지는 모르겠지만

수도없이 여러사람에게 반복해서 들으면 평범하게 세뇌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저 말에 나 역시 세뇌당했다는 것을 화들짝 깨달은 건 얼마되지 않았다.

실제로 얼마전까지 정말 이 정도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럴리가!

일단 우리나라 정도면 좋은거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는 아직 가야할 길이 왕왕 남아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복지가 기본이 나라에서 우리나라 정도면 좋은 것이야라고 할 리가 없다는 것은

핀란드 출신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어떤 작가의 책을 읽고나서였다.

핀란드에서 누리던 것들이 기본값이었던 작가는 미국에서 결혼을 하고 긴 체류를 결정하고나서야

자신이 당연히 누리던 것들이 상당히 높은 가치의 것들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더라고.

그걸 보며 나도 깨닫게 된다. ‘우리정도면이라고 말하며 비교하며 안도하는 자체가 우린 아직이라는 것을.

현재에 실존하는 부족함과 아쉬움, 갈망을 억지로 숨기기 위한 자기합리화와 변명이라는 것을.

 

 

무엇이든 좋아보이는 것에 금새 홀랑 넘어가는 나는 북유럽 복지도 호감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내것이 아닌 복지를 책과 구글링을 통해서 염탐을 했었다.

그러면서 체험한 적은 없지만 약간의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이 책의 내용들이 완전히 새롭다거나 감탄할 정도의 신문물은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부분들이 꽤 많이 등장해서 한번 더 짧게 복습한다는 느낌이었다.

 

북유럽을 구글이나 도서를 통해서 탐구활동을 해왔고, 체류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새로움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작가는 14년간의 한국에서의 체류경험이 있고

현재의 생활을 꾸리고 있는 장소도 다름아닌 바로 이곳이라는 것이다.

그건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게 어떤것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신기했던 부분이 있다면

 

2017년 덴마크 이혼율은 46. 75%라는 것.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온라인으로 이혼이 가능하다는 것!

이렇게 비교해보니 우리나라의 혼인신고와 이혼절차의 온도차가 심한 것이 바로 느껴졌고

혼인이란 들어올 땐 니 마음이지만, 나가는 건 그렇게 안 돼의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발견을 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덴마크도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3개월의 숙려기간을 거친다고 한다.

이건 아이가 없으면 여전히 클릭 클릭으로 이혼이 가능하다는 거다. 우린 1개월 숙려기간. 왜 도대체?

혼인이 자유라면, 이혼 역시 자유로워야 하는 게 아닐까. 아이도 없는데, 이혼을 막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왜 쉽게 들어갈 수 있는데, 나가는 것은 막는 것일까?

 

호밀빵과 요거트가 가장 그립다고 한다. 나는 이 나라에서 살고있는데도 호밀빵과 요거트가 그립다.

지금도 빵을 좋아하고 자주 먹는 편이지만, 식사용 빵을 사려면 조금 험난하다.

식사용빵은 설탕 함량이 낮거나 없어서 단맛이 적어야 하고,

정제밀가루가 아닌 다른 재료를 사용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극적인 맛을 배제하고 만들어져서, 내가 원하는 쨈이나 부재료를 얹어서

다채로운 활용이 가능한 빵을 매일 사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가격에 구입하기를 원한다.

지금 여기에서 이걸 충족하려면 구워야 한다. 이 책의 작가처럼.

그런 빵을 매일 굽지 않아도 덴마크에서는 사먹을 수 있는 거 같다. 멋지다!! 

요거트! 냉장고 한 칸 전체가 유제품으로 가득 찬 곳을 덴마크 마트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유제품을 좋아하는데. 우유, 아이스크림, 치즈, 버터, 요거트까지.

그런데 그게 가득 찬 냉장고를 마트에서 볼 수 볼 수 있다니!

 

이 두가지가 너무나도 그립단다. 나도 호밀빵, 요거트 너무 좋아하는데...

덴마크에는 한 발자국도 들인적이 없지만 어쩐지 나도 그리워진다. 모르는 풍경에 대한 그리움.

이곳에 가게된다면 공항에 내리자마자 마트를 찾아내서 유제품 냉장고를 넋을 놓고 구경하지 않을까. 

좌측 상단부터 요거트를 하나씩 몽땅 맛보며 비교 점검해서 내 입맛에 딱 맞는 걸 찾아낼 것이다.

그러면서 소규모 자체 제작하는 농장의 버터와 치즈를 어떻게든 찾아내고 구입해서 (구글이 있으니까 할 수 있다)

호밀빵에 곁들어 하루 삼시 세끼를 이걸로 먹을 것이다.

어쩐지 호밀빵과 요거트가 넘치는 덴마크에서는 적응이 엄청 빠를 거 같은 예감이 든다.

호밀빵과 요거트와 함께라니 멋지다. 산딸기도 채집할 수 있을까?

이미 덴마크는 유제품 파라다이스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맛있는 요거트 조합에 대해 과한 망상을 했더니

꼭 가보고 싶어졌다,

 

요거트에 꿀이랑 호두 타 먹는 거 좋아하는데, 뮤즐리도 맛있고,

딸기잼은 당연히 맛있고, 복숭아 통조림도 그럭저럭 괜찮다.

마트에 요거트 전용 냉장고가 있는 나라에는 분명 요거트 능력치가 높을 것이다.

요거트 철학에 대해서 심도깊은 대화도 나눌 수 있을테지. _ 내 요거트 망상에서 일부 발췌 

 

이케아에서 파는 미트볼이 덴마크요리라고 한다. 프레케텔라라고.

이케아에서 팔아서 스웨덴 요리라고 깜쪽같이 믿고 있었다. 역시 선점하는 게 중요한거다.

미트볼 레시피가 첨부되어 있어서 이건 만들어볼 예정이다.

 

교적 탈퇴에 대한 것이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교적에 속해져서 공식적으로 종교를 갖게되다니!

나에게는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소득세에서 교회세가 붙어서 세금도 꼬박꼬박 납부하게 된다고 한다.

교적탈퇴의 경험을 이 책에 적혀있다. 교회에서 탈퇴하면 인생의 여러 가지 행사에서 교회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탈퇴률은 그리 높지 않은 듯 하다. 아니면 단순히 귀찮아서일까.

분명 나라면 탈퇴해야지 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에잇 귀찮아!’하면서 그대로 유지할 타입이라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대로 살고있고, 살면서 교회시설 이용할 일도 어쩌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변명을 주저리 주저리 대면서 그냥 그 자리에 눌러앉는 나같은 사람도 있으려나.

 

북유럽의 복지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국가가 뒷받침해주는 의료와 교육을 포함한 복지가 탄탄하다면

과연 나는 이 모습으로, 이런 성격으로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국가는 개인의 최후의 보호자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대마초라던가, 도박이라던가 제 인생을 스스로 망치는

개인의 일탈을 저지할 수 있는거라고 한다. 그런데 보호대상자 입장에서는 맨날 혼내는 보호자가 아니라,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들고있는 짐의 무게도 덜어주고, 내가 하는 말을 경청해주는 보호자의 모습도 원한다.

 

저런 사회에 살게되면 좀 덜 화내고, 불만도 줄어들고,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모습에 집중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려나.

경험하지 못했기에 망상만이 늘어간다.

체험하지 못한 범위의 복지가 마법처럼 언젠가 실현되기를,

그래서 내 궁금증이 해소되기를, 모두가 좀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곳에서 살아가기를.

 

 

 

 

일본사람인 작가가 프랑스에서 살면서 체감한 문화충격을

잔잔하고 소소하게 활자와 사진으로 옮긴 책이다.

 

내 방에도 쓰레기통이 없는데, 프랑스방에도 없나보다.

일본방에는 쓰레기통이 전부 있나? 라는 작은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은 심플 라이프와 프랑스식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두 가지 소재를 잘 꾸려내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에 호다닥 빠져든 적 있다면

분명 이 책도 흐믓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타입의 책의 좋은 점은 내 생활을 환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일상 속에 녹아 있어서 특별함도 이상함도 느낄 수 없는데,

가끔씩 이런 소재를 다룬 볼거리를 접하면서 '아, 이거  좀 이상했는데'

싶어진달까. 때로는 '바보짓 했구나' 싶을 때도 있고.

이번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고, 이 책에서 배운 새로운 걸 내 생활에 도입하기도 했다.

 

그 중 몇가지.

 

커피와 와인을 집에서 마시지 않는다는 것.

내가 사는 동네에 카페가 얼마나 많았던가. 집에서 커피를 마셔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내가 아닌 사람이 만들어 준 커피가 맛있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은 이후에는 밖에서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어서 커피도구도 곧 처분할 예정이다.

 

프랑스 가족이 일본에서 3주 체류 일정으로 여행했을 때, 4인 가족의 짐이 여행가방 하나라는 것을 보고

묘한 경쟁심에 불타오르고 있다. 나는 얼마만큼 줄일 수 있을까!

일주일 일정이라면, 한 달 일정이라면이라는 가정하에

조만간 짐싸기 시뮬레이션을 해 볼 예정이다.

 

꽃과 과일로 집안을 꾸민다는 게 좋았다. 꽃은 익숙했지만 과일로 집을 꾸밀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초파리만 꼬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과일도 꽃만큼 꽤 예쁘지 않은가.

식탁 위에 복숭아도 놓아뒀는데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가끔 꽃도 사야겠다.

 

더불어 물건을 아무데나 두는 너저분한 습관을 이참에 뜯어고칠 참이다.

대충 의자에 옷을 걸어두는 거, 바로 그것을 고칠 생각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을 참지 못하는 것에서 프랑스인의 감각이 길러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전제를 세우고 스스로를 키우며 관찰해봐야 겠다. 아름답지 않는 것을 참지 않기!

 

망설여질 때는 사지 않기’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쇼핑은 일기일회라고 하고, 망설임은 배송만 미룰 뻔이라고 했던가.

온갖 핑계를 대면서 무언가를 사들였던 과거의 나여, 이제는 안녕!

망설임이 한 톨도 없는 순간을 위해 자잘하고 쓸모없는 소비와는 헤어지겠다.  

 

사진 속의 빵이랑 과자가 맛있어 보인다. 당연하다, 프랑스니까.

비누도 예쁘고 다양했다. 좋은 비누 쓰면 행복감이 커지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앞으론 맛있는 빵이랑 과자만 먹으며 살아야지 굳게 다짐했다. 이제까지 입맛의 허들을

낮춰서 아구아구 대충대충 먹어댔던 걸 반성했다. 맛있는 걸 먹여줬어야 했다.

비누도 좀 비싸서 대충 싼 거 사서 쓸까 망설였는데

'맛이 별로야'하면서 타협하며 사 먹던 빵, 과자 값을 줄여서 좋은 비누를 쓰는 게

생활 속의 행복감 증진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좋은 것을 소량으로, 행복해지는 소비를 해야겠다.

 

 

생활에 이런저런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되어서 즐거운 독서였다.

역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건 여러모로 재미있다.

크고 작은 변화를 주면서 내가 내 삶을 더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냉장고에서 독립을 갈망하던 작가는 42프로젝트를 덜컥 시작한다.

작은 공간을 얻고, 그곳에서 셀프 인테리어를 한다. 진짜 셀프 인테리어.

곰팡이와 싸우고, 가벽을 설치하고, 이케아에서 싱크대도 사온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사소하지만 넘어갈 수 없는 일이 고개를 들이민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이 끝났을 때 작가는 아지트를 손에 넣는다!

 

이 책을 전부 읽은 후 왜인지 내가 인테리어를 한 것마냥 힘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한계는 이케아의 가구조립까지일지도 모른다는 걸 내심 받아들였다.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나 자신의 한계를 알게 해줬다는 점에서

보람있는 독서였다. 게으름쟁이에, 시련이 오면 헤실헤실 웃으며 금새 포기해버리고

싶어지는 나로서는 자잘한 파도가 연이어 들이치는 셀프 인테리어의 세계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듯 하다.

나라면 페인트 빈깡통을 걷어차고 바닥에 드러누워 울었을지도...

라는 순간이 몇 번이고 있었으니까.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참고삼아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돈을 써야 할 때는 언제인가, 돈을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인지,

(가격은 중요하다. 무용한 비용을 줄여서 멋진 것에 돈을 쓰자는 의미에서)

돌발변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하서 미리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 책에는 그런 셀프 인테리어의 전과정들이 세세하고 섬세하게 옮겨져 있다.

세부적인 금액까지 알려주고 있으니까 예산책정에도 도움이 될 거 같다.

물론 예산은 개개인의 타협 지점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내 망상 속의 셀프 인테리어는 깔끔한 벽에 원하는 색으로 페인트칠 정도에만

머물러있어서인지(이건 분명 미드와 미국영화의 영향일 것이다)

이 책이 보여주는 본격 인테리어 간접체험이 몹시 강렬했다.

 

이런 시도는 멋지다.

이 책의 원제가 조금 더 좋다. 연수입 90만엔으로 도쿄 해피 라이프.

한국어판으로 나온 제목도 예쁘지만 원래 제목이 작가의 생활 모습 딱 그대로라서.

헨리 작가와 일한다라는 동사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하지만 해피 라이프라는 단어는 찰떡같다.

헨리씨는 해피 라이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을 하고있다. 책에는 일에 대한 부분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애정이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단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타입은 아닌거다. 누구나 그렇듯이 해야하니까 하는거다.

이틀간을 묵묵히, 더 중요한 5일간의 뒹굴뒹굴 유유자적한 자신의 삶을 위하여.

 

 

제목 그대로 헨리씨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한다. 연수입은 100만 미만. 세금도 연금도 내지 않는다. 안 내도 된다고 한다.

미래의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현재의 나로 살아간다. 그저 자신이 선택한 행복을 소중하게 지키며 삶을 꾸려나간다.

고군분투도 아니다. 걱정도 없다. 불안에게도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그저 살아간다. 여유만만, 유유자적,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직장에 취직했던 적도 없고(정규직 말이다. 알바는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하고 있다. 현재도 주 2회 일을 하고 있으며 번역 기타등등을 하며 연수입 100만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고교시절 알바처의 매니저에게 받은 사회화 훈련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일하기를 신성시하지 않지만 일해서 얻는 소득으로 꾸리는 소소한 일상 소중함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대학도 가지 않았고, 집도 차도 없고, 그걸 소유할 생각도 전혀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는 잠깐 나갔다올게라는 느낌으로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돈을 모은다거나 계획도 세우는 과정을 전부 생략하고 무작정 상경하기도 하고.

그리고 현재 월세 28천엔의 역에서 걸어서 20분인 집에서 만족스럽고 즐겁게 칩거 중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착실하게 해내는 일들은 어렵고 간신히 해냈다면,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만하다가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들을 마구마구 해낸다.

그는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그 소망을 큰 고민없이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못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은 최소화 시켰다.

자신의 의사를 잘 파악해서 제대로 들어주다니! 본인에게 가장 멋진 사람이 아닌가!

 

 

독특하다면 독특하달지도 모르겠지만, 보통이고 평온하게 다가온다.

그는 그 자신의 룰에 따라 상식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꾸리며 자신의 철학을 관철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과거의 상처에 휘둘리지도 않고, 미래의 나에게 현재를 담보잡히지도 않는다. 그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수제 사과쨈을 바른 스콘에 곁들어진 밀크티가 있는 방풍경이 이 책을 읽고나서 어쩐지 그려지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오전의 티타임은 멋졌다. 여유롭고 반짝였다.

 

 

자신의 삶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과 같은 삶의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그 말 그대로의 어투로

자신의 일상과 생각들을 온화하지만 단단하게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틀을 일하고 5일을 빈둥빈둥이라고 하지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꾸려가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삶에 오로지 집중하고, 그것을 위해 필요없다고 판단한 것을 최대한 줄이고 자신의 욕구도 정돈하고 있었다.

일을 적게하기 때문에 소득은 적을 수 밖에 없고 그 소득에 맞춰 생활을 꾸려야하기 때문에 채식과 채집생활을 하는데

그로 인해서 폭력성과 성욕도 줄고 평온하고 안정된 품성을 얻었다고 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잃는 게 있으면 또다시 손에 들어오는 것도 있는 법이다.

그는 그것을 잘 인지하고 있고, 대부분의 것에서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선택지를 골라내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의 방식은 나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꽤나 있었다. 그와 같은 삶을 살 필요도 없고 살 수도 없다. 일단 나와 맞지도 않다.

그의 라이프스타일은 오로지 그에게 특화되어 있을 뿐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 그의 생활철학과 삶의 방식에게 조금 영감을 받았고

나는 내 삶의 방식에 조금 더 자유로움를 추구해도 괜찮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와는 많이 달랐지만 공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 문구에서. 운석이 지구로 떨어졌을 때의 대처법.

그는 이것에 있어서만큼은 나와 동일한 부류였다.

나는 운석이 아니라 좀비가 습격한 세상을 가정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랄까.

 

 

 

그는 무겁지 않은 어조로 죽음이라던가 노후를 이야기한다. 자신의 과거에서 아팠던 부분에 대해서 말한다.

한순간에 내린 가벼운 결론은 아니었을 거다. 많이 생각하고 생각한 다음, 지금 이 순간의 결론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라고 해도 여전히 아프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대해서 말한다.

 

나 역시 가끔 조금 무거운 주제나 소재에 대해서 말할 때가 있다. 혼자서 많이 생각했지만

누군가와 생각을 교류하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테니까 그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말을 꺼내면 대체로 공기가 달라진다. 가끔 이 사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리스머스 종이 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까지가 괜찮을까 조금 무겁고 어두운 대화를 시도해보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말하는 걸 포기하고 있었다.

관련 도서를 탐독하며 일방적 의사전달자인 작가의 생각과 글을 읽으며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변화를 도모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이런 방식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말해보는 방법 말이다.

그러면 좀 더 많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고, 내가 놓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걸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줘볼까 생각 중이다. 그동안 과도하게 진지하지 않았나에 대한 반성을 하기도 했고.

생각을 좀 더 많이 하고 자료도 좀 더 찾아보고, 그것을 통해 생각이 정리되면 할 말이 적당한 온도로 표현되지 않을까.

이것을 이제부터 시도하려고 한다.

 

 

 

작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지고, 생활이 달라지는 사람이 아닐까? 앞으로의 헨리씨도 잘 살아가리라.

 

나도 대충 잘 살아봐야 겠다.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제일 즐겁고 기쁜 시간을 만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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