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다.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는거구나 싶었달까.

냉장고도 없이, 세탁기도 없이. 전기세는 5천원. 전기, 수도, 가스비 전부 포함 5만원 정도.

이 책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것을 시도해봤었다. 신기해서. 물론 과거형. 그리고 나에 대해서 제대로 알 게 되었다.

 

나는 냉장고, 세탁기 없이 살 수 없다. 2년전쯤에 이 책을 처음 읽고 손빨래를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사흘 정도 되니까

알겠더라. 이건 내 길이 아니라는 걸. 냉장고 코드도 뽑았었다. 전기세가 팍 줄더라. 이때 알았다. 가전제품은 신제품으로

때때로 바꿔줘야 한다는 걸. 오래된 가전제품이 먹는 전기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 그 전기세를 모으면 신제품 가격이

빠진다는 것. 이 책이 알려주진 않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알게된 엄청난 발견이었다.

 

텔레비전은 없어도 전혀 괜찮다. 어차피 안 보고 있고, 앞으로도 볼 생각도 없고 재미도 없다. 이게 꽤 오래 되었으니까

앞으로도 텔레비전이 엄청난 진보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텔레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리라.

 

스마트폰, 태블릿 좋아한다. 게다가 신제품 좋아한다. 신제품이 최고다. 신제품 출시 기사가 뜨면 설레고 두근두근거린다.

어렸을 때 이랬으면 사랑이려나 생각했겠지만 요즘은 평범하게 병은 아니겠지 걱정하고 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갈아타고 싶어진다. 특히 전기를 먹고 사는 제품들이. 

스마트폰은 이 책을 보고 없앴다가 에휴. 아니다 싶은 건 하는 게 아니다. 이건 진짜 아니었다.  

 

나와는 전혀 맞지 않았지만, 그것을 시도해봄으로써 내가 어떤 성향인지 어떤 생활환경을 좋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람찬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역시나 지금의 나는 이 책의 작가와는 정반대의 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작가분은 지금 어떻게 살고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여전히 이 모습 그대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그동안 어떤

변화로 생활이 달라졌을런지.

 

새로이 이 책을 읽으며 의아한 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이전에는 별 생각이 없이 지나쳤었는데.

 

수도, 광열비로 5만원 정도가 든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홍보요인이었다. 하지만 이 저렴한 비용은 엄청난 인력을 투입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었다. 게다가 생활상의 편익을 극도로 양보한 결과이고. 밤이 되면 불을 안키고 살고, 세탁기도 청소기도

아무것도 없다. 세탁도 청소도 모두 손으로 하는 것. 냉장고가 없으니까 장도 매일 봐야할 것이다. 이 모든 것에 작가의

노동과 시간이 쏟아넣어지고 있었다. 본인이 행복하다니 상관없지만 경제적인 비용측면으로 봤을 때 손해다.

 

그리고 전화를 9시가 넘으면 뽑아놓는 것. 전화를 계속 연결해두는 것은 위기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게다가 이 책에서 자신이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 할머니를 계속 언급하고 있는데, 고령의 가족이나 친족이 있는 경우에는

연락이 닿을 수 있는 방안을 살려두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소식을 듣고 움직일 방도를 마련하는 것과 다음날

아침 9시에 알게되는 것은 너무나도 큰 차이다.

 

환경을 보호한다고 하면서 신문을 받아보는 점. 일주일에 6일을 꾸준히 버려지는 종이를 소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으로 보면 종이소비가 전혀 없다. 도서관에서 본다면 공유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아날로그 최고, 옛것이 좋은 것이란 신념으로 가득한 책이었다. 하지만 오래된 가옥이지만 집 자체도 결국은 신문물이었다.

동굴이나 움집에서 사는 것도 아니면서 비교적 오래된 문명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현재의 편리와 이기를 후려친다.

현재 통용되고있는 기술이나 인류의 진보를 활용할 수 있다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거기에서 또다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거고. 이 책에 공감하기에는 너무나도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평범하게 현재의 편리를 활용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과도한 소비를 하는 욕망덩어리로 몰고있다는 느낌을 언뜻

받았다. 비교하지 말라고 책에는 쓰여있는데,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어떤 우위를 점하려는 몸짓이 존재하는 것만

같아서 내로남불이란 단어를 문득 떠올랐다. 뭐, 착각일수도 있다. 그저 내가 삐뚤어진 인간일지도.  

 

하지만 아직까지 여전히 이 책에서 배운 것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사지 않는 것.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결코 구입

하지 않는다. 그리고 버릴 것은 고려해서 소비하는 것도. 예전에는 그저 예쁘다,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도 물건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했었다. 이제는 이것은 내가 얼마만에 버릴 것인가, 그 마음이 들었을 때 쉽게 혼자 힘으로 버릴 수 있는 것인가를

고려해서 물건을 구입한다. 만날 때 헤어짐을 생각하고 있다니, 불교적이다! 정신적으로 한걸음 성큼 성장한 것인가?!!

 

2년만의 뒤늦은 리뷰이자 활용후기. 그때는 정말 신기해서 생활을 막 뜯어고칠만큼 인상적인 책이었다. 미니멀리즘에 한창 빠져들

즈음이라 더욱 그랬으리라. 미니멀 입문용으로 적극 추천이다. 집안이 한차례 거대한 변화의 폭풍이 들이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와있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작가뿐이다. 나는 나일 뿐. 이 책에서 배운 것을 활용해서 더 나다운 것을

발견하는 게 어쩌면 최선일지도. 결국은 나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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