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맛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저 제목에 숨어있는 단어가 있다.

안주. '오늘 안주 뭐 먹지?'로 읽으면 정확하다고 한다고 책에서 읽었다.

맛은 몹시도 사적인 영역이다. 이 책은 작가의 그런 영역의 일부분을 살짝 보여준다.

나는 소주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작가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인공적인 단맛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것들을

상당히 사랑하고 있는데다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은 손쉬운 조리법이 있다면 쉽게 대체해버리는 성향이 있어서

어찌보면 작가와는 맛보며 살아가는 세계가 살짝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요리하는 과정이라던지, 과거의 맛에 대한 추억이라던지, 음식에 대한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내것이 아니었음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소소하게 즐거움을 줬다.

 

소주 좋아하고, 소주 안주로 딱 어울리는 음식들에 무한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성장기가 작가분과 비슷하다면 추억을 되살리며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지도.

 

'오늘 뭐 먹지?'란 만화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읽게 되었는데 주정뱅이가 제목에 들어가는 소설도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명절날의 콩가루 파트를 재미있게 읽은 것도 인연이니까.

 

단골 중국집에서 팬을 만난 작가의 경험담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그 중국집만큼은 어딘지 알고 싶다.

알고 싶어서 구글에 검색했더니 한겨레 칼럼이 나온다. 짜장면 사진도 나오더라.  그 집은 아닌 듯.

유명해진다는 건 불편하다고 이제 칼럼은 그만 쓴다고 한다. 이 책의 2권은 없을 듯.  

팬분 어디 계시나요? 그곳은 어디인가요? 간짜장이 맛있다는 그곳은 도대체 어디인가요?...이란 건 구글도 대답해

주지 못한다. 일단 단념하고 내가 갈 수 있는 간짜장 맛집을 몇군데 찾아두는 걸로 마무리를 지었다.

 

 

 

 

 

 

 

 

 

 

 

대체로 만화는 1권이 제일 재미있고, 그 이후에는 재미도 재미지만 익숙해져서 타성에 젖어 보게 되는

경우가 없지 않아 있다. 때로는 중간에 그만둬버리는 경우도...나는 많다.

'오늘 뭐 먹지?'는 어느새 11권! 이 만화는 새 단행본이 더더욱 좋아지고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19명의 만화가가 한가지 소재를 가지고 자신만의 색채로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는데 이게 또 재미나다.

이전 권부터 쭉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고, 주인공이 만화가 자신인 경우도 있다. 다채로운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짬을 내서 짧게 한토막씩 읽으면 딱 좋다. 나 역시 그렇게 읽고 있는 중이고.  

 

이번은 소재가 도시락, 점심인데 일을 하거나 생활하는 중간에 힘을 얻기 위한 오롯히 나를 위한 식사라는

이미지가 고스란히 만화에 녹아있어서 더더욱 좋았다. 19개의 만화에는 19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선택하는 점심과 그 식사에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 포근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식사 후 힘을 얻고

툭툭 털고일어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굉장히 멋있다.

 

이 만화를 보고 있노라면 점심은 반드시 맛있는 걸 먹여줘야 된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점심은 실로 대충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자신이 좋아하고 먹고 싶은 걸 선택해서 행복하게 식사하는 만화를 보고있노라면

식사를 배를 채우기 위해서만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건 내 일상을 그런 느낌의 색으로 물들이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멋지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어정쩡하고 이건 아닌 거 같은 식사같은 색감.

무얼 먹어도 괜찮다. 자신이 좋아하고 에너지와 활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런 것을 직접 선택하고

그 식사를 자신이 기다리고 설레이기만 한다면. 그게 멋진 식사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 식사로 하루를 채운다면

내 일상은 어떻게 변하려나 궁금해졌다.

 

자신이 직접 만든 도시락부터 사먹는 도시락, 햄버거 세트까지! 점심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훨씬 정겹게 읽었던 것 같다. 햄버거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햄버거가

먹고 싶어진다. 꼭 세트를 시켜서 감자튀김도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감자튀김 잘 안 먹는데도,

세트를 시키더라도 다른 걸로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그랬다.

직접 만든 도시락 에피소드도 좋았다. 동생과 엄마를 위해 예전에 자신이 힘을 얻었던 추억의 도시락을 만들고,

혼자만의 꽃놀이를 위한 유부초밥 도시락을 위해 벚꽃절임을 엄마에게 나눠받고 유부를 조린다.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2kg의 삼겹살을 삶는 것도 호쾌했다. 그리고 그걸 육수까지 남김없이 모두 활용해서

식사로 승화시키는 마인드맵 비슷한 음식도표도 인상깊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에 가면 삼겹살을

판으로 팔고있는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직접 사보는 일은 없을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는데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번에 사보기로 결심했다. 동파육도 만들고, 육수로 카레도 만들고! 호탕하고 손 큰 요리를

한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용기를 얻었다. 내가 책임지고 다 먹으면 되는거다! 그럼 된다.

 

다음권도 쭉 보고 싶은 책이다. 집에서 혼밥하는 엄마가 나오는 에피소드도 기다려지고, 만화가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요리집을 찾아다니고 지라시스시를 만들며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에게는 권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 만화도 앞으로 계속 보고 싶다. 이혼을 하고 돌아와서 자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도 아직 한참 남아있고,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이야기도 쭉 이어보고 싶다.

19명의 만화가가 힘을 합쳤으니까 100권도 문제없지 않을까. '맛의 달인'과 '아빠는 요리사'를 권수로 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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