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만화가였는데 어째서 빵집을 하고 있는거냐?! 라며 지켜보고 있는 만화다.

초등학생과의 기싸움에서 져서 학교를 그만 둔 전작 초등학교 선생님도 등장한다.

 

원피스급은 아닌 것 같지만 꽤 인기있는 만화를 그려 돈도 많을텐데 그 돈으로 전망이 전혀 없는 만년 적자 빵집을

유지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고, 빵을 굽게 되는 이유도 공감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의 마음을 이해

하려는 시도였다나 어쨌다나. 있을 때 잘하지 그러냐, 이미 늦었다. 초등학생, 그래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 좋다는 게 무엇인가. 휴직과 기타등등 복지를 이때 활용하지 않으면 언제 쓰려고 한단 말인가. 그런 일말의

시도조차 없이 학교를 그만둬버리고 혼활을 시작하는 것도 좀. 결혼이 그렇게 만만하고 호락호락한 세계는 아닐 거

같은데. 만화가이자 빵집 주인에게는 또라이 친구들이 들러붙어있고, 전작 교사에게도 장기간 동안 앙금이 쌓인

이런저런 관계들이 있어서 5권까지 어찌어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대체로 얘네는 왜 이러는거래? 잔잔하고 평온해보이는데 은근 진흙탕인 브레드 앤 버터 세계에 이해하는 것은 무리고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맛있는 빵들도 잔뜩 나와서 읽는 틈틈히 즐거워지니까 된 게 아니겠는가.

 

혼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연이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맞선남들을 만나면서 제대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는

찰나였다. 그때 우연히 들어간 빵집에서 쿠페빵을 먹고 그것을 인연으로 빵집남자와 엮이는 내용이었는데...

어쩌다가 결혼하자 그러니까, 빵집 남자가 냉큼 그러자고 대답하면서 빵집에서 재취업을 하면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소동들을 그리고 있다. 줄여놓으니까 더 말이 안 되는 거 같기는한데 천천히 읽어봐도,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꽤나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려고 노력하는 책이었다. 물론 생각해보고 싶지 않은 주제들도

상당히 많은데다가 의외로 나는 그런데 즉답을 내는 편이라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큰 감흥도 없었고, 깊은 인상도 별로

없었다.

 

6권에서 빵집에 자주 와서 온갖 잔소리를 해대고,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빵을 만들라고 억지를 부리는 부인이 등장

하는데, 결혼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상적인 결혼 따윈 존재하지 않으니까 아가씨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라고 했던가. 뭔 말이야?!!라고 생각하는데 주인공은 감동을 받고 펑펑 울고 난리다. 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이상적인 결혼은 없으니까 결혼을 하지 말고 제대로 자립하는 인간으로 거듭나라는 것일까. 

아가씨를 졸업하지 않는 편이 훨씬 좋을 거 같은데. 오지랖 넓은 부인은 4가지 종류의 식사를 차려내며 고군분투

중이었으니까 이게 맞는 거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집에 환자가 두 명이라 각각을 위한 식사, 손자들을 위한 식사,

그리고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을 위한 식사 이렇게 총 4개를 매번 식탁에 올리는 부인의 일장연설이니 내 해석이 정답

일거 같다.

 

이전까지 빵집주인과 전직교사이자 현빵집직원의 관계가 모호했는데, 드디어 6권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억지를 부리며

맛있는 호밀빵을 만들라고 강요했던 부인의 참견에 감동을 받아 펑펑 울더니 빵집직원은 어른이 되기로 결심했나보다.

어른스러운 일을 한다. 현재 재정이 엉망진창은 빵집을 살려낼 방안을 모색하고 빵집주인과도 어떤 관계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그렇게 안정된 마음에 빵집주인 역시 변화의 시류를 맞이하게 된다.

 

이전까지 만화가라는 것만 나오고, 어떤 만화를 그렸는지에 대해서는 도통 나오지 않았는데 6권에 이르러서 그 실마리를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왜 만화를 그리는 것을 멈추었는지에 대해서도. 그러면서 그의 캐릭터가 더욱 또렷해졌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그를 인정해주는 빵집직원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모양이다.

 

있는 그대로의 그/나를 인정해준다는 거 참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대사를 보면 좀...

있는 그대로의 나는 나도 싫어서 ㅋㅋㅋ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싶지만, 있는 그대로 있겠다니. 게다가 있는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달라니. 난이도가 높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하다니...욕심쟁이인가보다.

게다가 저게 성립하려면 있는 그대로를 유지해야하지 않을까. 자기는 시시각각 변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달라고

하면 곤란할 거 같다. 저 말은 인격이 제대로 완성된 이후에 요구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있는 그대로의 나는 좀 곤란하다. 매일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발전해줬으면 한다. 조금씩 껍질을 깨트리며 세상은 넓히며

살아가기를. 그런 자세로 살아가고 싶다.

 

이런저런 불만을 말했어도 7권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작가의 책은 항상 이해가 안 돼...라면서 끝까지 보게 되더라.

브레드 앤 버터도 그럴 듯. 다음에 전권 복습을 할 때는 빵 꼭 사둬야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