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몹시 평온했다. 참고로 이 만화는 결코 평화롭거나 잔잔한 내용이 아니다. 책소개글만 보려해도 성인인증을
해야한다. 극악한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높은 수위의 폭력이 존재한다. 이런 내용을 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 사채꾼 우시지마를 무리없이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으리라고 본다.
아이가 등장한다. 작은 아이가 아빠에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조른다. 안된다고 말은 했지만 결국은 고양이를
데려오는 아빠. 아이는 고양이에게 일요일이라고 이름짓는다. 어째서냐고 묻는 아빠에게 엄마는 말해준다. 아이는
일요일을 제일 좋아한다고. 아빠가 온종일 함께 있고 놀아주는 일요일을 세상 제일 좋아한다고. 그래서 고양이의
이름은 일요일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의 표지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이런 평온이 오래가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잔혹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카모가 가지고 있었던 사연의 실체.
이 책은 2부 격에 해당한다. 1부는 '선악의 쓰레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카모가 복수의뢰를 받고 실행을 하는 내용
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아직 보지 않았지만 외도의 노래를 전부 다 읽고나서 1권씩 읽어볼 예정이다.
정작 '외도의 노래'를 읽으면서 이게 2부인지도 몰랐고, 이걸 어떻게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더라. 다시 찾아봤더니
평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끌만큼의 내용은 아니라서 도대체 어째서 구입하기로 결정했는지 더
행방이 묘연해진다. 사두고 아직 읽지 않은 이북을 읽고 털어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다운로드해서 읽게 되었는데
내용이 평범하지 않았다. 복수의 원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게다가 찾아봤더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단다. 분기탱천하게 만든다. 극악무도한
사건이 일어났고 피해자가 생명을 참혹한 과정에서 잃게되었는데 가해자가 빠져나간다니. 그것도 경찰 간부의 아들
이란 이유로. 법이 할 수 있는 건 피해자와 그 유가족의 원통함의 아주 작은 일부를 덜어내주는 것. 그것마저 하지
않았을 때 사적 집행이 일어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것만 같다. 대체적으로 복수에 대해 다루고 있는 소설과
만화와 영화와 드라마들이 그렇게 말한다. 사회가, 제도가, 법이 제 기능을 한다면 이 이야기를 결코 진행되지 않았
을 것이라고. '외도의 노래'에서도 그랬다. 제대로 가해자가 법의 집행을 받았다면 카모는 복수대행자가 되었을까.
복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수많은 문학이 이를 다루었고, 실제로 인류 중에 이를 행한 사람도 다수 있으리라.
잊고 잘사는 것이 복수라고 하던데. 그건 아니라고 잠정 결론내렸다. 이건 너무나 가해자주의다. 누구 좋으라고.
이미 일어났던 일을 잊기 위해서 그 전단계가 필요한데, 그걸 홀딱 건너뛰고 잊고 잘살라니. 잊고 잘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되갚음에 해당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게 형사사건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법과 제도, 그러니까 공권력과
국가가 맡고 있다. 문제는 피해자나 그 유족이 잊고 잘 살아갈만큼의 합당함의 일부라도 수행해주냐의 문제인데.
그랬다면 이제까지 내가 봤던 복수에 대한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기타등등은 이 정도 규모로 나올 수 없으니까.
법적 제재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직접 자신의 손으로 복수를 행하기로 결심하고 실행했다면, 그 이후는 그는
그 일을 행한 사람으로서 살아가야만 한다. 그 역시 비극이다.
그러다가 미래에, 미래에는 범죄의 이런 아이러니가 해결될 수 있을까 기대하며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기술의
진보와 함께 범죄도 발전할거라고. 과학기술이 모든 범죄를 해결해 줄거라는 헛꿈은 꾸지 말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책 몇 권을 소개받았고. 이 책도 읽고, 외도의 노래와 선악의 쓰레기를 마저 읽으며 복수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일단 범죄자에 대한 일벌백계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하지 않을까도 좀 더 찾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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