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에 1일 1식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감기에 걸려서 앓아누웠는데 입맛이 뚝 떨어져서 그 기간동안

절식과 소식을 정말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었다. 평소라면 2개라도 뜯어먹던 자몽컵은 1개를 채 먹지 못하고

반나절에 걸쳐 먹었고 바나나 하나로도 식사가 된다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바나나는 간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미드에서 운동하는 덩친 큰 남자애가 아침 만드는 걸 본 적이 있다. 블렌더에 우유랑 바나나 갈아서

먹더라고. 그걸보며 왜 바나나를 한 개만 넣어?라고 생각했었다. 드라마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바나나 한 개가

식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체험한 것은 스스로에게 엄청난 경험이었다.

 

 

1일 1식은 예전에 유행했었지만 별 관심도 없었고. 다 먹으려고 사는건데 5끼 정도는 먹어줘야지라며 간식도

챙겨먹었고 커피, 홍차를 비롯하여 마시는 것도 엄청 좋아했었다. 1일 1식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세계로 남겨

두려고 했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소식과 절식의 세계를 체험하였고, 그게 나에게도 가능하다는 걸 알고나서

즉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래도 중간에 뭔가 먹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안 먹더라.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고. 커피도 홍차도 마시지 않고.

카페인이 든 건 먹지 않는단다. 물론 녹차도 안 먹는단다. 빈 속에 마셔도 속이 쓰리지 않는 우엉차만이 물을

제외한 유일하게 허용되는 음료같았다. 나는 우엉차를 먹어본 적이 없다. 유행을 했고, 슈퍼에서 티백으로 팔기도

해서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지만 먹고 싶지는 않았다. 우엉은 나에게 김밥에 들어가는 조림재료였으니까. 식재료

로서 우엉은 좋아하지만, 이걸 차로 마시고 싶지 않다는 게 내 입장이고 이 책에서 우엉차의 효능에 대해서 알려

줬지만 입장의 변화는 없다. 그냥 물 마실란다. 우엉은 김밥에 넣어먹는거다. 우엉튀김도 있고, 매콤하게 조려도

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토록 인기인 건 우엉차가 맛있는 것일까? 입장의 변화는

없지만 우엉차의 맛에 호기심이 생겼으니까 일단 이제까지의 맹렬한 거부는 철회하고 한번쯤 마셔볼 예정이다.

 

 

 

이 책에서 권하고 있는 건 복잡하지가 않아서 좋았다. 일단 여러가지 따져야하고, 복잡한 것들도 나는 물론

좋아한다. 일단 읽을거리가 많아지고 재미있으니까 좋아한다. 직접 해본다는 뜻은 아니다. 대체로 이걸 직접

실행해 본 작가에게 경외감을 가지며 대충대충 타협도 억수로 많이 하며 사는 나를 비교해보며 그냥 이대로

쭉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대체로 마무리 짓는다. 식이요법과 다이어트에 대한 책을 실용서가 아니라

인간승리와 인내와 절제의 극한의 감동서로 읽고있어서 대체로 그런 식이다. 결국은 내가 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할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인기가 있었는지 알 것 같다. 방법 자체가 심플하고 매사 대충인

나라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방법을 제법 많이 알려주고 있다. 밥은 적게 먹고, 잠 푹 자라는 게 골자라서.

물론 적게 먹으라는 게 1일이 1끼이긴 하지만.

 

 

그 중 디저트나 술을 줄이는 법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이 방법은 분명 효과있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더 이상

디저트를 먹고 싶은 마음이 줄 것 같다. 일단 무조건 비싼 걸 사먹으라고 했다.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기술로

만드는 디저트를 선택하라고. 거기에서 1개만 사서 나오는 걸 부끄러우니까 4개 정도를 사라고 한다. 그리고 그걸

다 먹으면 안 된단다. 1개만 먹고, 나머지는 동료들과 나누라고. 디저트를 엄청 비싸게 먹으라는거다. 그러면

많이 먹지 않게 된다고. 과자 하나를 먹기 위해 치르는 비용을 높임으로서 과자에서 멀어지는 방법이라니 과히

혁신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성공가능성이 높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몹시 좋아했는데, 저 방법으로 그 집착을

매듭지을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무조건 비싼 것만 먹었다. 특정 브랜드 몇 개를 정해두고 그보다 맛없는 것은

먹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긴 하지만 예전만큼 먹지는 않는다. 이 방법을 디저트에까지

확장시킬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한번 해볼까 생각 중이다.   

 

 

 

이전 어떤 시대보다 독성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이런 시대의 식생활은 결국은 소식과 절식으로 방향을 정할 수

밖에 없다. 1일 1식까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나에게 맞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식과 절식은 나쁘지 않은 방식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 이전보다 적게 먹지만 배가 고픈지는 모르겠고,

가끔 배가 고프기는 하지만 그 상태를 방치한다고해서 내가 쓰러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많이 먹지 않은 상태에서

기분이나 몸상태가 가볍다. 컨디션이 좋다. 먹고 싶은대로 먹고 살았을때보다 훨씬 더. 이전에 너무 많이 먹었던 게

아니었나, 나의 식탐 응석을 너무나 잘 들어주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 반성과 깨달음을 토대삼아 올해는 조금 덜 먹어보려고한다. 바나나 1개가 간식이 아니라 식사의 수준이 될

정도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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