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가족 안에서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알콜중독이 불러일으키는 끔찍함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술은 나쁘지 않다고 했나. 술을 퍼마시는

인간이 잘못한거지.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술도 잘못한 거 맞다. 술은 뇌를 망가트리고 판단력을 떨어트린다.

백치에 가까운 상태로 술을 거부할 수 있을리가. 그래서 술에 빠져 인생을 망치고. 사람을 짐승이나 괴물로 만드는

술이 저 혼자 빠져나가서 비난을 받지 않아도 괜찮은 것일가 의문이 든다.

...저 혼자 인생을 망치는 건 괜찮다. 스스로를 파괴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하지만 다른 인간의 삶에 영향을

준다면, 그건 아니다. 대체로 주정뱅이들은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 사회적 동물 어쩌고 하지 않던가. 가족이 있고,

가족을 만들기도 하고 친구를 사귀고 직장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난다. 주정뱅이들도 사회 일원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영향력을 끼치기도 한다. 특히 가족에게 치명적이다. 이 책에서는 알콜중독자가

어떻게 가족들의 삶을 망가트리는지를 보여준다.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그리고 죽어서도 계속 영향을 미치더라. 

그러고보니 알콜중독자의 자녀는 본인이 알콜중독자가 되던지, 알콜중독자인 파트너나 배우자를 고를 확률이 꽤

높다고 한다. 이 책의 작가도 그랬었고. 본인이 알콜중독자가 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술을 마신는 장면이 단 한

장면도 없었으니가. 하지만 알콜중독자에 폭력까지 쓰는 남자와 9년을 만나더라. 저런 쓰레기를 만나나 싶은 놈

이었다. 알콜중독에 데이트 폭력범 거기다 마마보이. 심약한데 자존심만 높아서 그걸 유지하려고 작가의 성취를

후려쳐야 하는 놈이니까 쓰레기가 맞다. 동생이 펑펑 울며 말려도 헤어지지 않더라. 작가는 알콜중독자의 자녀가

겪을 수 있는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일까. 

 

 

 

아빠는 알콜중독이었고, 엄마는 종교에 빠진 사람이었다. 아빠의 알콜중독에 가려졌지만 엄마도 보통을 넘어서는

수준의 상처를 주더라. 그리고 그 기괴함이 학대의 정도였다. 그리고 자살을 한다. 그 이후에 엄마가 졌던 짐은

모두 작가가 떠안았다. 아직 어린 아이인데도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하고 돌봐야 했다. 자기 자신도 스스로 돌봐야

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어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은 전부 아이가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다.

진학을 의논할 대상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매일 취해서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아빠와 아빠의 주정뱅이

친구들이 주위에 있는 어른의 전부였다. 선생님이나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그의 인생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건가보다. 도움이 필요할 때, 위기의 순간일 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누군가. 대체로는 때에 맞게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렵다. 힘들 때는 더더욱. 그도그럴게 위험한

아우라를 뿜뿜 뿜어내고 있는 사람 주위에 사람 자체가 모여들기가 힘들어질테니까.

 

 

 

그리고 성인이 된다. 자유를 찾아 훌쩍 떠나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한데, 떠나지 못하더라. 진학도 취업도 하지않고

알바를 했고 아빠의 일을 돕고 어린 동생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자신이 마모되어가면서까지 그 집에서 버티며

살아간다. 그 시기에 쓰레기 남친을 만나고. 아빠랑 비슷한 남자을 만나버리다니. 게다가 폭력까지 당한다.

읽는내내 마음이 무겁고 슬퍼지는 책이었다. 애정을 갈구하는데 그 애정을 찾을 곳이 한군데도 없는 그 고독함이

절절하게 느껴지니까.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이내 답답해

지기도 했고. 나쁜 부모를 만난 것만으로도 넘칠만큼 억울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영향력을 평생 죽을 때까지 끌어

안고 살아야 한다니. 그리고 그게 대물림이 되지 않겠는가. 끔찍한 순환시스템이다.

 

 

결국 술이 아빠를 잡아먹고 만다. 술에 먹혀버렸다. 식도암에 걸려서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뒷치닥거리까지 모두 작가가 책임졌다. 아빠가 운영하던 회사에는 빚이 있었고, 병원비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대책없는 아빠 덕문에 현실적인 문제를 언제나 처리하며 살아왔기에 그런 계산을 하는

게 습관이 됐을텐데. 그 순간에 순수하게 슬퍼하지 못하고 돈문제를 걱정하는 자신에 대해 탓하는 걸 보며

작가는 너무 착했던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빠져나갈 수도 있었을텐데, 죄책감과 책임감이 그를 현실에서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꾸린 것도 아닌 가정에 몸이 묶여서 함께 좌초하고 있었다.

 

 

 

이 책이 더 슬퍼지는 건 작가가 글에서 어딘가 모르게 체념이 느껴져서다. 달관한듯한 체념한 듯한. 하지만 여전히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어디에서든 받을 수 없는 것인데도.

부모가 죽고나서 자신을 탓하는 시간도 길었으리라. 아빠가 죽고나서 2년이었다. 엄마가 죽고나서는 그보다 훨씬

길지 않았을까. 그 죽음이 자신이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을 거 같으니까.

 

 

 

술주정뱅이에 놀라울 정도로 너그러운 사회에 살아가고 있어서 그들이 얼마만큼 해악을 끼치는지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이 책을 읽고나서 들었다. 술을 마셨다면 더 높은 처벌을 해야할 거 같지 않나. 그런데 정반대다.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형사적 처벌이 경감되고 사회적 비난도 심하지 않다. 아침에도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당당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밤에는 물론 있다. 가끔 낮술 마신 사람들도

타고. 음주운전을 해서 사람을 살해하기도 한다.  

어째서 주정뱅이에 관대해도 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만큼 주정뱅이의 수가 많은 것일까. 그래서 이토록

주정뱅이에 우호적인 것일까.

하지만 단호하게 안된다. 주정뱅이는 나쁘다. 범죄에 관련되어 있다면 확실한 처벌을, 가족으로 선택의 범위안에

든다면 무조건 탈락시키도록 하자. 그리고 주정뱅이들은 왠만하면 술이랑 결혼해서 술이랑 행복하면 좋겠다.

사람과는 결혼하는거 아니다. 그리고 결혼할 사람을 선택할 때도 술을 정도를 넘치게 마시는 사람은 무조건 피하고, 

배우자라면 아이가 생기기 전에 얼른 그곳에서 탈출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구글에서 알콜중독 관련 논문을 몇 개 읽었더니 주정뱅이에 대한 반감의 골이 깊어졌다. 그리고

앞으로 사회를 몫까지 매섭게 비난하게 되리라. 연거푸 술 4잔 이상 마시는 사람이랑 같은 공간에 있지 말자.

적정 음주량은 하루 2잔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그 이상 마셔서 취해 나가떨어지는 사람을 눈을 세모꼴로 뜨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세력을 이제 늘려야 할 때다. 이제 좀 엄격해져도 되지 않나.

 

 

이 작가와 같은 입장인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부모의 음주문제로 큰 상처를 받고 마음에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읽고, 다른 자료들도 찾아봤으면 한다. 자신의 겪고 있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 아니다. 하지만 내 탓이 아니라도 나에게, 내 인생에 영향을 준다. 그것도 아주 큰 영향.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고 그곳에서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을 구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 함께 가라앉아서는 안 된다. 이미 충분히 자신의 몫인 아닌 비용을 치뤘다. 더 이상은

지불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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