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정리가 나에게 토네이도처럼 불어닦친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고지를 코 앞에 두고 있다. 미니멀리즘과 정리에 대한 책은 나오는 족족
전부 다 읽었다. 이 책은 그 초기에 읽었던 것인데, 시간을 두고 가끔가끔 다시 읽고 있다.
미니멀 초기 단계에 정리의 의욕을 쭉 끌어올려주는 책이 3권 정도 되는데 그 중 한 권이다.
1. 곤도마리에 _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2. 유루리 마이 _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1.2
3. 사사키 후미오 _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집이나 업무공간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보면 뭔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여기에서는 내 손에 한 줌 쥐고 있던 복마저도 달아날 거 같은 느낌이 들 때.
괜히 풍수에 관한 책도 찾아보고, 화분도 들여야 하나 고민하고, 공기청정기와 다이슨을 사야하나
진지하게 검토중이라면 일단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자신의 직감을 믿는 게 좋다. 지금 살고있는, 주로 체류하고 있는 공간에
불만이 생길 때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눌러앉아서는 안 된다. 인간은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고 그런 공간에서 우리의 삶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아깝다. 너무너무 아깝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곳에서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 문제도 있고, 이런저런 처리할 일도 있을테니
시간이 조금은 걸린다. 불가피하게 아직은 떠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렇다면 공간을 정리하며 때를
기다리면 된다. 이때 할 수 있는 것이 정리와 미니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리와 미니멀이 쉽지만은 않다.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이 버리는 것이니까. 버리는 거, 몹시 아깝다.
지금 여기에서 낡아서 버린다는 개념은 없다. 플라스틱을 비롯하여 거의 대부분의 물건들은
100년이 지나 내가 죽고나서도 성실한 윌-E가 네모지게 각잡아 처리해줄 때까지
멀쩡하게 형체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내가 소유하는 것들은
몹시 버리기에 아까운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멀쩡해서 아깝다라는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 책은 버리는 것에 대해서 거대한 조언을 해준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이 조언을 따라 무던히도 많이 처분했고 내다버렸다. 처음으로 중고거래도 해봤고,
종이책과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도 종이책을 읽기도 하고 좋아는하지만 이북으로
팔할쯤은 넘어가 있는 상태고 구입하는 책도 거의 이북이다. 종이책은 아주 가끔 구입하고
사게되면 금새 읽고 바이백을 통해 되판다. 게다가 종이책이 잔뜩 있는 멋진 공간도 있지 않은가.
종이책이 읽고 싶어지면 도서관에 가고 있다. 도서관은 내가 살 수 없는 규모의 책을 사들이는
엄청난 부자 친구다. 부자친구와는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겠는가. 친한 척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쓰레기 봉지가 몇 개나 나갔을까? 두건 같은 걸 뒤집어 쓰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전투적으로 버렸었다. 설레지 않는 것은 가치없이 내다버렸다. 몇 년동안 입지도 않는 옷들이
뒹굴고 있었고, 이제는 의미없는 종이의 묶음이 파일을 이루고 있던 것도 잔뜩이었다.
취미도 꽤 많이 갈아치웠기에 그 잔재들도 상당했다. 상당을 넘어서서 엄청난 규모였다.
이제 더 이상 즐기지 않는 취미의 흔적들이 공간을 잔뜩 잡아먹고 있었다.
하나도 설레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한대로 설레지 않는 것들을 버렸다.
정리와 미니멀을 하면서 내가 많이 달라졌다. 설레지 않는 것을 버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설레지 않는 것을 들이지 않는 법을 배웠다. 쇼핑에서 어마무시하게 단호해졌다.
예전이면 좀 예쁘네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구입했을 물건들을 이제는 그저 지나친다.
만나는 모든 물건들과 인연을 맺을 필요가 없다는 걸 이제는 알고있다.
'어차피 버리겠구만'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살래야 살 수가 없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걱정한다면
이 과정은 미래의 어마무시한 쓰레기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해두고 싶다.
초기에 이 정리법을 접한다면 단연코 인생에서 총배출 쓰레기가 극도로 적은 삶을
살 것이 분명하다.
물건을 버리면서 딸려나가서 함께 버려진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복잡한 감정들, 정리되지 않은 실타래같은 관계들이 함께 정리되기 시작했고,
하고 있는 중이다. 이전에는 귀찮다거나 번거로워서 방치해두었던 것들을
제대로 마주보고 있는 중이다. 내 주의를 끌었던 소소하고 작은 물건들로
내 시선을 분산해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모른 척 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다음달이면 정리를 시작한지 2년를 꽉 채운다. 기념으로 다시 이 책을 읽어보았다.
인생을 반짝반짝하게 만들고 싶은 막연한 감각을 현실화시키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곤도 마리에가 당신의 등도 힘껏 밀어줄 것이 분명하다.
이 책에는 정리순서가 있다. 옷부터 시작해서 추억의 물건으로 마무리하라고 하는데,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가장 많았던 물건이 책이었고,
이걸 정리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미련이 덕지덕지였다.
오히려 추억의 물건들은 수월하게 휙휙 해냈다. 옷도 엄청 쉬웠고.
자신이 애정이, 시간이, 돈이 가장 많이 쏟아넣은 물건이 정리하는데 당신을
가장 힘들 게 할 것이다. 그리고 정리후에 당신을 가장 자유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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