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노는 접점이라고는 중학교 동창인 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타니가와를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남자 고교생의 전형인

똑똑하지만 어딘가 소심한 구석이 있어서 제대로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뒤로 숨는 타입이라 당연히 현실이라면 이 사랑이 이루워질리가 없다.

이루워질리가 없지 않는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건 초코파이 세계관이다.

말을 해야 안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맘을 알겠거니 하는 건 자신을 축으로 반경

1미터의 세계를 뒤죽박죽 얽힌 실타래마냥 꼬아버릴 위험이 높을 뿐이다.

야마노가 실존인물이라면 평범하게 짝사랑으로 끝나고 아련아련 열매를 안주삼아

술이라도 마신 날에 가끔 기억을 더듬어보기는 했겠지만 그것으로 끝.  

나중에 나중에 동창회에 그때 내가 너 좋아했었는데 라고 말하는

아이가 둘 있는 아저씨가 되는게 그려진다. 나는 일본문화는 죄다

드라마와 만화로 익혔다. 어쨌든 내가 본 드라마와 만화에서는 그랬다.   

 

하지만 야마노는 만화가의 애정을 듬뿍받는 남자 주인공 아니겠는가.

뜬금없이 타니가와가 유령이 되서 나타난다. 살해당했단다. 그런데 기억은

없단다. 기억상실이 드디어 유령에게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그 기억은 없지만 살해당한 타니가와의 유령이 보이는 건 야마노뿐.

거기다가 마침맞게 야마노의 숨은 재능이 있었으니 탐정놀이.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유령 타니가와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진짜 타니가와도 여전히 살아있다. 일본 만화에서는 타임리프 참 좋아하던데.

드디어 이 책에서 유령도 타임리프를 한 것이다! 이런 새로운 시도 좋아한다.

타임리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이 책을 읽고나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타니가와는 살아있는데 미래의 유령이 타임워프를 한 것이니까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는거다. 타니가와가 살해당하지 않을 미래가 가능하다는 것. 

이제부터 야마노가 대활약을 해야한다. 그 활약의 도입부가 1권에서 그려져있다.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들이 유령이고, 살인사건에 휘말려서 살해당했음에도

천진하고 순수한데다 산뜻하고 깔끔한 성격들이라 만화의 전반적 분위기 자체는

어둡지 않다. 하지만 줄거리의 핵심을 관통하는 살해사건과 앞으로 일어날지 모를

사건들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지,

흩어져서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내서 과연 그들은 퍼즐을 완성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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