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첫페이지부터 읽지 않는다. 주루룩 넘기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견하면

거기서부터 읽는 스타일인데, 이 책도 그렇게 읽었다. 작가의 이름은 물론

보지도 않았다.

내 아들에게 주는 알짜 재테크 팁이라는 부제를 슬쩍 보았기에 엄마가 아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겠거나 했었고, 정말 그런 내용이더라고.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도 물론 많았지만 수긍할 수 있는 좋은 내용들이 있는

책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책표지를 보니까 작가이름이 보이더라. 전여옥이라고.

동명이인인가보다 했었다. 평범하게 생각해도 전여옥과 그 아들은

흙수저에 해당하지 않을테니까. , 그런데 첫 페이지로 돌아와서 미처 읽지 않은

부분을 마저 읽는데 동명이인이 아니더라고. 알고있는 그 유명한 사람이 맞았다.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흙수저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지만 이만큼 격차가

클 수 있는 것일까. 책을 읽는 동안 작가도, 꿀단지씨도 흙수저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여유롭고 풍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정의하는 흙수저는 기회가 없는 사람이다. 실패할 기회도 여력도 없는 사람.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쉽사리 도전하지도 못하고 머뭇거리게 되는,

그래서 자신감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온 힘을 다해

아슬아슬한 현실과 간당간당한 안정을 간신히 지켜내는 것이 흙수저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삶이 유지되기 위해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가 아프지도 말아야 하고, 크게 몫돈이 필요한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평온한 위태로움 속에서 지속되는 일상을 사는 사람이 흙수저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 책 제목의 흙수저는 나의 정의와는 다른 듯 하다.

흙수저 정의에서의 이질감을 제외하고는 책 내용 자체는 좋았다.

엄마가 이제 막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 아들에게 걱정과 사랑을 담아

조언을 하고 있으니까. 이 말을 전부 얼굴을 마주보고 말로 했다면 잔소리라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할 지도 모르지만, 활자라는 형태를 빌리면 애정을 기반으로

한 당부라는 것이 확실하게 부각된다. 스물을 목전에 둔 아들에게 책 한 권에

걸쳐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을 반복학습시키고, 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돈의 중요성에 대해서, 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돈을 모으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엄마가 일생을 통해 체득한 경제원칙을 아들에게 이 한 권의

책으로 전수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인간관계라던가, 태도라던가, 삶의 방식에 대한

가치관도 이 책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실전 재테크책은 아니다. 이 책에서 투자로 바로 나갈 수 있는 팁은 없으니까.

어떤 아파트나 부동산에 주력해야하는지, 금융상품은 어떤게 좋은지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투자를 나서기 전에 공부를 하라고, 부자가 되려면 쉬지 않고 앞으로 계속

돈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돈을 중요시하고 좋아하라고, 돈을

수치스러운 것이나 돌멩이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도 한다.

돈과 경제적 삶에 대한 단단한 각오를 다질 즈음에 읽으면 좋지 않을까.

나이는 몇 살이라도 상관없다. 스물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소비관과 경제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흥미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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