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후시미 치매 어머니 살해 사건을 알고 있는가.

구글에서 검색하면 관련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 간병이나 복지에 대해서

다룬 책을 읽을 때 거의 매번 등장하는 사건이라 꽤 많이 알려져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고 아들은 지극한 간병을 시작한다. 직장과 간병을 병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그는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선택으로

모자는 경제적 궁핍에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된다. 자신은 식사를 하지 않고 어머니에게

하루 두끼의 식사를 먹였다. 구호요청을 했냐고. 했다. 여러번. 하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그 모자는 자신들에게 남아있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그게 이 사건이다.

 

아들은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감옥에 갇히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간병제도와 생활보호 방식에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이 책에 그가 그 이후에 살았던 시간들의 일부가 실려있다.

아들을 자살했다. 열심히 일하며 홀로 낡은 다세대주택 에서 살았지만,

퇴직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재계약을 했지만, 불황으로 회사 사정이

나빠지자 잘리게 되었다. 집세를 낼 돈이 없어지자 그는 사라졌다.

그리고 시신이 되어 발견되었다. 쓸쓸한 유서를 남긴 채.

재판부가 책임을 물었던 생활보호는 이번에도 그를 구해내지 못했다.

 

이 책에는 교토 모자 포함해서 여러 간병 살인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오랜 시간 함께 살았던 남편이 부인을 죽이고, 노모가 평생을 돌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죽였다. 딸은 그토록 사랑했던 어머니를 살해했다.

가해자는 간병이라는 부담을 홀로 오로지 짊어진 사람들이었다. 재택간병을

결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애정을 기반으로 한 희생을 각오했다는 거다.

이들은 정이 깊고 선량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간병은 기한이 없다.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평생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는동안 간병을 하는 가족도 늙고 지쳐간다.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간병으로 인해 소득활동이 불가능해서 경제적으로 궁핍해져간다.

그러다가 견디지 못하는 순간이 오는거다. 찰랑하고 물이 넘치듯이 자신이

견딜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서는 건 한 순간이다.

시그널은 있었다자신의 고통을 상담을 하기도 했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고 결국은 이들 모두 살인자가 되었다.

 

긴 병에 효자가 없다고 쉽게 말할 게 아니다. 효자도 사람이다. 잠을 못 자면

힘들다. 체력적으로도 나날이 부담이 늘어난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진다.

그리고 앞으로 하루하루 나빠지는 나날들이 끝없이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우울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 휴가나 휴식은 불가능하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돈으로 도움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인터뷰한 사람들은 그 정도까지의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평범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간병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거다.

그리고 그 역시 성실하게 해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이 책에 나오는 간병 살인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의 70%이상이 남성이었다.

남편이나 아들이다. 살인까지 가지 않더라도 환자에게 폭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간병 이전에는 폭력을 휘두른 적이 한번도 없었음에도.

간병이 지치고 힘든 것이라는 데 남녀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지만 살인자가 되는

것은, 간병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피해자, 가해자 모두에게

비극이니까. 처벌을 받고 받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나면 친족을 죽인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

간병에 도움을 받아,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지 않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 등장하는 가해자들도 모두 후회와 자책이 가득했다고 취재진은 전한다.

일단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간병자가 남성인 경우를 위해서 이 책에서

소개된 모임처럼 스트레스 관리를 비롯한 세밀한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취재진은 말한다. 자신들도 기사를 쓰기전까지는 간병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었다고. 그런데 간병 살인의 가해자도 같았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거다.

아무런 대비없이, 예고도 없이.

이 나라 역시 급격한 노령화 과정을 밟고있는 중이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간병 살인과 자살 사건이 뉴스에서 등장한지 꽤 오래

되었다. 간병은 개인이 홀로 짊어지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다.

이 사회는 도움을 청할 때 제대로 구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시선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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