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작년에 읽은 마지막 책이었다. 감기에 걸려서 앓아누워있던 중이었는데 중간중간 몹시 심심했다.

아파서 널부러져있지 않거나 컨디션이 약간이나마 나아지면 무료함이 밀려왔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번갈아 오가며 미드와 영화와 음악을 들으며 기력없이 널부러져있었던 게 2018년의 마지막이라니.

뭐 그럴수도 있지.

그러고있던 중에도 해소되지 않은 심심함이 있어서 책도 몇 권 사봤었다. 그 중 한 권이 이 책이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 책을 사지도 읽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동명인 다른 작가의 책인 줄 알고 냉큼

구입했으니까. 이북이 종이책이랑 비슷하게 나왔네 왠일이야!하면서. 평상시라면 작가이름을 클릭해서

아직 못 읽은 신작이 더 없나 체크했을테고 그랬더라면 동명이인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챘을거다.

하지만 그 과정이 생략됐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스마트폰으로 간신히 책을 찾아보고 있었으니까.

예상외인 건 읽으면서도 몰랐다는 것? 어딘가 다른 느낌도 있긴 했지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이게 결정적이었다. 나는 '영화인문학'이란 책도 읽었으니까. 그리고 믿음의 힘이란 대단하다. 아무리

널부러진채 읽었어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이름과 직업이 같아서 동일인이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어쨌든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두 책

모두 재미있으니까 그냥 읽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앞으로는 이름이 같아도 그냥 읽어도 될 거 같다!

 

 

이 책은 칼럼을 골라서 엮은 것이다. 나는 몰랐는데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라는 칼럼이 추석

인근에 SNS에서 대대적인 히트를 쳤었던 것 같다. 나는 몰랐지만. 하지만 괜찮다. 지금은 읽었으니까.

이 책에 실려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는데 칼럼도 나온다. 모두 정독해보자. 그리고 이 방법을

전국방방곡곡 산속에 사는 고라니에게까지 퍼트리도록 하자. 분명 세상은 아름다워질테다.

이 정체성을 파고드는 대화법은 추석에만 유효한 게 아닌 것처럼 보이니까, 만약에 인격의 힘으로 꾹꾹

참고있었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공격이 있다면 이제 반격해보자. 새해가 아니던가. 새해, 새로운 나,

이제는 참지 않는 나. 멋지지 않은가.   

자! 필요도 없고 바꿔쓸래야 교환가치 하나없는 주의의 관심이 있는가? 이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훈련해서 적재적시에 활용해서 일상의 적폐를 물리치자. 일상의 적폐는 내가 아니고서는

해치울 수 없다. 누군가 도와주지도 않는다. 공격의 화살이 자신에게 쏠리지 않는 것을 안도할지도

모른다. 나를 지키기 위해 상대방이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인간의 형상을 한 존재라면 이 방법 한번쯤

시도해볼만하다. 안되면 포기하자. 아, 추석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라, 그 상대와의 관계에서 영원히 빠져

주자. 그리고 나는 나대로 즐겁게 살면 된다. 추석은 별 기대없이 의미없이 즐겁게.

 

이 추석이란 파트에서 친구의 연애편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평소 감정의 급한 격류같은 것과 상관없는

사람을 화내게 만드는 방법도 이것이었다고 한다.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실로 멋지다고 생각했다.

연애편지라니...그것도 어린 시절에 쓴 연애편지라니...그게 작품이 되어 영구불변한 영역으로 넘어가다니

이름 한글자만 쓰거나 자신을 3인칭으로 칭하는 용법은 카톡이나 sns그 어디에서도 쓰지 말아야 겠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그리고 편지들이 홀랑 공개되어 서적으로 출판된 유명인들과 남은 원고를 태우라는데 태우지 않고 기어이

출판한 이들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뭐 어쩌겠는가. 쓰긴 쓴거고, 줬으면 그만인거지.

 

 

설거지 이론과 실천도 재미있었고. 설거지 무척이나 싫어해서 기억에 남는 거 같다. 세대간의 정의로

설거지는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전 세대는 그 세대의, 나의 세대는 나의 세대의, 그 다음 세대는

또 그들의. 하지만 점점 설거지가 쌓이고 있는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설거지가 많이 쌓이면 집에 불을

지르고 싶어진다고 작가는 말하던데. 그냥 식기 세척기 대용량 사서 반나절 돌리면 되지 않나라고 막연

하게 생각 중이다. 인류와 기술은 진보하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어쨌든.

설거지의 마무리가 나와 달랐다. 완전하게 건조시켜서 수납장에 식기 수납이 마무리. 정말 귀찮아서 밥

안 먹을 때가 실제로 있다. 커다란 접시에 음식 요만큼 담아주는 식당 몹시 싫어한다. 조그마한 그릇에 

아기자기하게 여러가지 음식을 담아주는 곳에 가면 그 무한의 설거지 양에 내 일이 아님에도 남몰래

한숨이 나온다. 그래서 한식과 충돌한다. 기본으로 밥그릇, 국그릇이 나오는 이 식생활. 커다란 접시에

조금씩 담아먹으면 좋잖아?! 반찬이 3~4가지가 필요해? 1식1찬이면 충분하잖아?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설거지가 싫으니까. 도대체 알약으로 영양분이 해결되는 시대 언제오는거지. 기대했던 때가 지나고

있다. 그날이 오기까지는 버텨야한다. 설거지와 공존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실로 웃음이 터지는 부분도 몇 번 있었고. 대체로 드러누워서 킬킬거리다가 탈진해서

낮잠에 드는 패턴이었지만. 감기로 골골거리는 와중에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재미있었지만, 이 책도 즐거웠다. 아마 다음 번 책도 읽을 듯. 그 부분에서 확신이

들었다.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미안했다고. 미안했다고 한다. 빨갱이들한테. 

그 부분을 읽으며 다음 번 책도 읽게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작가의 이력중에 그게 있다. 신춘문예 영화평론에 당선된 적이 있었다고. 그 당선작도 이 책에 실려있다.

될 거 같아서 했는데 됐단다. 박완서 작가에게 칭찬도 들었다고 이 책에서 자랑하고 있다. 그 정도라면

일생의 자랑이 될 거 같아 수긍이 간다.

영화평도 좋았다. 좀 더 최근의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쪽으로 연재분이 있다면

읽어볼 의향도 있고.

 

 

달콤한 연대라는 달콤한 디저트를 쫓아다니는 모임을 하신다고. 그리고 교토에 자주 방문하는 이유는

어쩌면 디저트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었다. 교토에서 먹고 싶었던 메론빵이 생각나서 울컥했다.

울컥한 건 못 먹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때 사야지 했는데 다시 돌아왔을 때 다 팔렸더라고. 결코 맘을 끄는

빵집을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다음은 없다. 빵집에도 정녕 다음은 없다.  

줄이 너무 길어서 미처 들어가지 못했던 디저트가게도 있었고. 달콤한 것들을 좋아해서 홈베이킹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했고. 파리에 가려고도 했었다. 진지했었다. 프랑스어도 배웠다. 지금은 홀랑 까먹어서

숫자 10까지 셀 수 있나. 학원 찾는 것도 힘든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었다. 시대에 역행해서.

파티시에 과정을 수료하고와서 가게를 오픈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 잠깐 개인 빵집에서 일했었는데

말이다. 나는 시간여행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70년대인줄.

그리고 사그라들었다. 나는 복고를 싫어한다. 특히 그 복고가 근로상황이나 인권과 관련된다면 더더욱 싫어진다.

그 뒤로 프랑스어 학원도 그만뒀고. 그런 시간들이 잠깐동안 있었다. 이게 불과 얼마되지 않는 기간동안 일어난

일이다. 뭐지 이 추진력? 되돌아보고 생각하니 대단하다. 게다가 손절 속도가 엄청나.

나는 그 뒤로는 개인빵집에 잘 가지 않는다. 백화점 입점된 기업형 점포나 개인점포라면 직원을 쓰지 않고

사장님 혼자 빵을 굽고 운영하는 곳만 가려고 한다. 찾아보면 있는데 잘 없다. 차라리 프렌차이즈를 이용해버린다.

거기는 그래도 페이가 제대로 지급되는 곳일테니까. 4대보험도 넣어주고. 요즘도 잘되는 베이커리를 채용정보에서

찾아보곤한다. 뭐 그렇다.

그래도 여전히 디저트는 좋아한다. 맛있으니까. 달콤한 것은 그 자체로는 유독하지도 유해하지도 않다.  

 

 

달콤한연대를 비롯하여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이제까지 모은 달콤한 업그레이드 방법을 공유하고

싶어졌다. 그들의 비법도 전수받고. 세상은 분명 더 달콤한 곳이 되리라. 달콤한 연대 점조직은 생각보다 많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름날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한 남성무리가 바람이 불는 테라스가 인상적이었던 카페에서

팥빙수를 오손도손 먹는 것을 본 이례로 꽤나 목격하고 있다. 상당수가 존재하는 듯. 이런 조직은 좀 더 세가 확장

되어도 좋지않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