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적이 될 수 있다는 데에서 이 책은 시작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내가 나에게 항상 옳고 바른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았다. 그러면 실수나 실패가 인류사에 이토록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을리가 없다.

 

 

이 책에서는 에고가 스스로에게 어떤 농간을 부려서 파멸의 길로 이끄는지 다양한 예시를 들어서 알려주고 있다.

작가 본인이 젊은 나이에 이미 성공가도에 올라서있었는데 순식간에 파산과 빚더미를 떠안게 되었고 그제서야

이 책에 쓰게 될 힌트를 얻었던 듯 하다. 에고가 적이 될 수 있다고. 간절히 바라는 게 우주의 기운은커녕 자신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그리고 그런 의도를 지니지 않았더라도 그런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에고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 권의 책에서 내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정말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특히나 고민해보게 된다. 나는 대체로 내가 잘 되기를 바라지만, 잘 되지 않은 경우는 무수히

많았고 그런 실패를 경험할 당시에 나는 나에게 어떤 속닥거림을 들려줬었는지 기억을 반추해보게 된다. 대체로

이 책에서 나왔던 수많은 사례의 하위호환버전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하위호환 버전이라 이 책에 등장하는

엄청난 규모의 실패를 겪지 않았다는 것 정도이려나. 이 책에서 나오는 사례 중 하나는 아버지의 사업이 대성공을

해서 엄청난 부를 상속받았지만 새로운 사업에 손을 대는 족족 날려먹고, 돈이 몽창몽창 사라지는 일을 열심히 벌이

다가 결국에는 자신이 설립한 정신병원에서 생의 최후를 맞이한 사람이 나오니까.

 

 

이 책의 의아한 점은 일반화라고 해야하나. 위에서 설명했던 극단적 사례 말이다.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그 사람의 인생을 저 카테고리에 넣어서 비참하게 만들려는 의향이 짙었다. 이 책에서 유지하고 있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례를 더 비참하게 만들고, 일부를 가져다가 크게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없잖아 보인다. 그 점이

'에고라는 적'을이라는 책을 의심하게 만드는데. 이런 성향은 미국발 자기계발서에서 자주 보게 되는 패턴이라 작가의

의도를 빼내고 그 부분은 넘어가면 된다는 걸 알기는 한데, 볼 때마다 걸리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넘어가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살살 들기 시작했고. 근거로 된 사례에 헛점이 존재한다면 그 주장에 오류가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니까. 어쨌든 그런 부분들이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이 책을 다른 각도에서 뜯어보게 만든다.

 

 

그런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음에도 이 책은 신선했다. 처음 읽었을 때도 신선했고, 다시 읽었을 때도 여전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렇지 않은가. 내 안에 속닥거리는 거대한 적이 내 인생에 찰싹 달라부터 내 삶을 망치는 지름길로 안내하고

있다는 발상 자체가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나를 믿고, 내 안의 직감은 따르라는 말이 많지 않던가.

이 책은 내가 나에게 도움하나 되지 않는 짓거리를 끝없이 해낼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의 세계를 열여줬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서 나에 대한 의심이 상당히 짙어졌다. 의도를 의심하게 되고. 나에게 내가 하는 변명인지에 대해 엄격해졌다.

그런 걸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스스로에게는 넉넉하다는 걸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자신에게는 아무리 엄격하게 해도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의 만 분의 일도 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쨌든 의심과 의심과 또 의심을 때로는 다른 방향에서 작동시켜보기도 해야한다는 조언을 해줬던 책이다. 그래서 인상

적이었고. 그래서 전반에 걸쳐 동의하지 않았지만 가끔 이 책을 가끔 다시 읽어보기도 한다.  

 

 

   

다카기 나오코의 만화에서는 가족들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부모님의 활약이 돋보인다. 힘들어서 쓰러지기 직전에

등장해서 든든한 조력자로, 밋밋한 장면에서 유머와 활력을 불어넣는 씬스틸러로 다카기 나오코의 책 거의 전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는 공동주연급으로 한 권 내내 부모님과 작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가 고향을 떠난 지도 20여년이 가까워져가고 있던 때에 그려진 모양이다. 때때로 고향을 방문해서 부모님을

뵙고는 있지만 일 년에 몇 번이나 될까. 그때마다 부모님이 나이드시는 걸 발견한 작가는 효도라기 보다는 부모님과

멋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런저런 이벤트를 마련한다.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 위한 멋진 이벤트는 역시나 여행! 이 책에서 한번도 해외에 나가지 못한 아버지를 위해 해외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여행지가 서울이다. 사흘간의 촉박한 일정에서 대장금 투어까지 가고, 불고기 맛집을 찾아내고,

참이슬을 마신다. 그리고 아버지가 비싼 물건을 사게 된다. 자신만을 위한 여행에서보다 힘줘서 호텔을 잡고,

무심함을 가장 하지만 부모님이 편안하고 쾌적하고 즐겁게 여행하기 위한 작가의 배려가 여기저기에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부모님과의 여행에서의 팁도 알려준다. 절대, 결코 서두르지 말 것. 일정대로 예정대로 되지 않으리라는 것.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모님이 만들어내는 돌발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유연하게 사고하고 그 상황에서 가장

좋은 대안을 찾아내는 현명한 어른이 되어야 부모님과의 여행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일까. 어쩌면 어린이 시절에

받았던 것을 이제는 갚아야 하는 시간이 된 게 아닐까. 일단, 달리자/뛰자라는 말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이 책에서도

서두르다가 아버지가 넘어지는데 작가가 서두른 탓이라고 원망을 듣더라고.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그 점이었다. 작가가 무명시기를 거치고 있었을 때, 부모님이 매번 이제는

고향으로 내려오라고 설득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첫 책이 나오고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고향에 딱 1권이

있었던 작가의 책을 아버지가 사서 집안에서 논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리고 그 책을 홍보하기 위해 나고야까지

부모님이 서점 원정을 단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부모님께 고향으로 내려오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

다고 한다.

 

작가의 만화는 대채적으로 유쾌하고 웃음이 소소하게 들어차있기는한데 침전처럼 가라앉은 감정들이 공존하고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게 당연하듯. 그런 그림자 역에 해당하는 감정들을 작가는 어른스럽게 꿋꿋하게

잘 해결해나간다. 그리고 거기에는 항상 부모님의 응원과 조력이 있었다. 그런 장면들이 작가의 전작에서 꽤 많이

등장했고. 그러고보니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연금도 어머니께서 한동안 지불해주신 적도 있었다는 걸 어디에선가

읽었던 듯 하다.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을 때 아버지가 잠깐 보러와서 용돈주고 가신 이야기도 있었고.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작가는 버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최소한 그 시간을 되돌아보고 추억할 수 있을 정도로의

색감으로 만든 건 부모님의 조력이 기여한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보니 최근의 작가의 작품을 보지 못했다. 방금 찾아봤는데, '축제만세'라는 신간이 나왔더라. 2018년 12월

28일 출간인데 이미 지금 구입할 수 있다...28일인가?!! 놀랐다. 혼자살기 시리즈로 이 작가를 만났고 출간작을

쭉 살펴보니 거의 다 읽었더라. 축제만세도 조만간 읽어보리라.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책으로 작가를 만날 수 있기를.

시작은 몹시 평온했다. 참고로 이 만화는 결코 평화롭거나 잔잔한 내용이 아니다. 책소개글만 보려해도 성인인증을

해야한다. 극악한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높은 수위의 폭력이 존재한다. 이런 내용을 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 사채꾼 우시지마를 무리없이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으리라고 본다.

 

아이가 등장한다. 작은 아이가 아빠에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조른다. 안된다고 말은 했지만 결국은 고양이를

데려오는 아빠. 아이는 고양이에게 일요일이라고 이름짓는다. 어째서냐고 묻는 아빠에게 엄마는 말해준다. 아이는

일요일을 제일 좋아한다고. 아빠가 온종일 함께 있고 놀아주는 일요일을 세상 제일 좋아한다고. 그래서 고양이의

이름은 일요일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의 표지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이런 평온이 오래가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잔혹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카모가 가지고 있었던 사연의 실체.

 

이 책은 2부 격에 해당한다. 1부는 '선악의 쓰레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카모가 복수의뢰를 받고 실행을 하는 내용

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아직 보지 않았지만 외도의 노래를 전부 다 읽고나서 1권씩 읽어볼 예정이다.  

정작 '외도의 노래'를 읽으면서 이게 2부인지도 몰랐고, 이걸 어떻게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더라. 다시 찾아봤더니

평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끌만큼의 내용은 아니라서 도대체 어째서 구입하기로 결정했는지 더

행방이 묘연해진다. 사두고 아직 읽지 않은 이북을 읽고 털어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다운로드해서 읽게 되었는데 

내용이 평범하지 않았다. 복수의 원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게다가 찾아봤더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단다. 분기탱천하게 만든다. 극악무도한

사건이 일어났고 피해자가 생명을 참혹한 과정에서 잃게되었는데 가해자가 빠져나간다니. 그것도 경찰 간부의 아들

이란 이유로. 법이 할 수 있는 건 피해자와 그 유가족의 원통함의 아주 작은 일부를 덜어내주는 것. 그것마저 하지

않았을 때 사적 집행이 일어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것만 같다. 대체적으로 복수에 대해 다루고 있는 소설과

만화와 영화와 드라마들이 그렇게 말한다. 사회가, 제도가, 법이 제 기능을 한다면 이 이야기를 결코 진행되지 않았

을 것이라고. '외도의 노래'에서도 그랬다. 제대로 가해자가 법의 집행을 받았다면 카모는 복수대행자가 되었을까.

 

복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수많은 문학이 이를 다루었고, 실제로 인류 중에 이를 행한 사람도 다수 있으리라.

잊고 잘사는 것이 복수라고 하던데. 그건 아니라고 잠정 결론내렸다. 이건 너무나 가해자주의다. 누구 좋으라고.

이미 일어났던 일을 잊기 위해서 그 전단계가 필요한데, 그걸 홀딱 건너뛰고 잊고 잘살라니. 잊고 잘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되갚음에 해당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게 형사사건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법과 제도, 그러니까 공권력과

국가가 맡고 있다. 문제는 피해자나 그 유족이 잊고 잘 살아갈만큼의 합당함의 일부라도 수행해주냐의 문제인데.

그랬다면 이제까지 내가 봤던 복수에 대한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기타등등은 이 정도 규모로 나올 수 없으니까.

법적 제재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직접 자신의 손으로 복수를 행하기로 결심하고 실행했다면, 그 이후는 그는 

그 일을 행한 사람으로서 살아가야만 한다. 그 역시 비극이다.

그러다가 미래에, 미래에는 범죄의 이런 아이러니가 해결될 수 있을까 기대하며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 기술의

진보와 함께 범죄도 발전할거라고. 과학기술이 모든 범죄를 해결해 줄거라는 헛꿈은 꾸지 말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책 몇 권을 소개받았고. 이 책도 읽고, 외도의 노래와 선악의 쓰레기를 마저 읽으며 복수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일단 범죄자에 대한 일벌백계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하지 않을까도 좀 더 찾아보고.  

 

 

이리저리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곤 하는데 거기에서 기사를 발견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명쾌한 어조가

마음에 들어서 글쓴이를 찾아내서 더 읽어보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이 책의 저자였다.

 

기사도 마음에 들었는데, 이 책은 어째서인지 고평가 된 자존감의 정체를 탈탈 털어주고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자존감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그런데 우리는 그 결과에 몸을 우겨넣으라는 미션을 사회 전반에서 몇 년 동안

강요당했다. 원인을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사회에서 요구한다.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원인을 만들어달라!!!

 

1만 시간의 법칙과 자존감처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소비되어 개인을 고문하는 것들이 젤 싫다. '아웃라이어'에서

다룬 1만 시간의 법칙은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에 한 가지 덧붙여지는 게 있다. 1만 시간이 투입

되어야 하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고 되어있다. 그 시대, 그 환경이 아니었다면 1만 시간을 쏟아넣어도 폭발적인

성공의 성취는 불가능하다고 아웃라이어에서 분명히 읽었는데 그 부분은 쏙 빼놓고 소비하더라고. 1만 시간을

투입해도 평범하게 망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보다 갑절이 무엇이냐, 100배는 많을 거 같은데.

그리고 최근 몇 년가 우리를 옥 죄어오는 또 하나의 코르셋. 자존감 나부랭이가 있다. '자존감이 뭔데, 먹는건가?'

라고 생각한 건 실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만큼 열풍이었고 나 역시 거기에 휩쓸려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친 흑역사가 있다. ㅠㅠ 미안, 과거의 나. 지금부터 안 그럴게.

 

사회의 2대 악한 강요로 개인적으로 규정한 것 중에 하나인 자존감에 대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서 속이 시원했다. 자존감의 실체란 오즈의 마법사와 다름없었다. 자존감에 대해서 반발하고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추천한다. 그동안의 비정상적으로 고평가된 자존감, 그 실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멋진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거기다 한 가지 더 얻은 게 있다면 나는 게으른 게 아니라 똑똑한 것이라고 이제부터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 예정이다.

그 전에 연구결과를 제대로 정독해야 겠지만. 게으른 사람들이 더 똑똑할 가능성이 많다니! 그래서 그랬구나.

역시 나는 똑똑했었던거다!!! 내 게으름은 모두 지능문제였던거다. 단지 너무 똑똑했을 뿐.

 

이 책에는 과거의 내 모습이 박제 되어 있어 앨범을 뒤적여보는 기분이 되기도 했다. 물론 사진첩에서 빼서 버려야 할 것

투성인 사진으로 가득했지만, 그 역시 괜찮은 경험이었다. 예전에 내가 나한테 이만큼 모질게 굴었구나, 앞으로는 더더더

나한테 잘해줘야지, 너그럽게 대해야지,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여주고, 하고 싶지 않은 건 절대 하지 말아야지. 여러가지를

다짐하게 된다. 요즘의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과거의 나에 대해서도  참

애썼구나, 우울한 가운데에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고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굳건히 지키면서 지금의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줘서 과거의 나도 그때 그대로 모습으로 존중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많이 그리고 자주 생각해보게 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내용이고. 그리고

나와의 관계를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참고할만한 조언들도 있어서 두어번 읽어봤었다. 마지막에는

오렌지색 글씨만 쓱쓱 읽으며 복기하기도 했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12월도 이제 절반이 훌쩍 넘었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도 시간을 내주는 게 어떨까? 그 시간을 갖는데 도움이 될 책임이 분명하다.

 

 

  

친절하긴하다. 친절하긴한데 읽다보면 뭔가 걸린다. 딸이 토라질 정도로 좋아하는 초코 소라빵을 고민의

여지도 없이 상큼하게 모르는 애한테 양보해버는 게 있다. 그러면 다른 초코소라빵이라도 사가는 성의를

보이면 될텐데, 그런 것도 없다. 그냥 다른 빵을 대충 사가서 유감스럽다는 듯 쩔쩔매는 표정만 지을 뿐.

 

떨어트린 물건을 주워서 돌려주려고 하는데, 그 사람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전속력으로 도망치고 있는데

그걸 기어이 따라잡아 그 물건을 전해주고 자신의 누명을 벗는 스나오카씨를 보며 경찰서나 우편함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할 생각은 왜 하지 못했나 의문이 든다. 낯선 고양이나 개가 맹렬하게 뒤쫓아와도 무서운데

스나오카씨가 달려온다고 생각해봐라. 게다가 물건을 떨어트린 건 토끼였다. 스나오카씨의 친절함은 좀

배려가 없다.

 

그러다가 스나오카씨는 '진짜 이상한 녀석일지도'라는 확신이 든 건 연인에게 차여서 울고있는 애 근처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하는 걸 보고서이다. 스나오카씨가 멱살이 잡힌대도 할 말이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친절하긴한데, 친절하긴 하다. 하지만 호구같은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맨날 고민상담을 들어준다.

저거 말이 쉽지. 영혼을 갉아먹히는 작업이다. 돈도 안 된다. 돈이 안 되기는 커녕 술값도 스나오카씨가 낸다.

왜 고민상담을 스나오카씨에게 하는지 알게 된 부분이었다.

자기 애 그네나 열심히 밀어주지, 옆 그네에 탄 모르는 애 그네까지 밀어주느라 탈진한다. 남의 애도 보호자가

있었다. 그냥 내비두면 애가 부모를 불러서 그네를 밀어달랬을거다.

 

여기저기 끼어들기를 좋아하고, 하는 짓의 규모로 보건대 싸움나서 경찰서 몇 번 방문했을 터이다. 저축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씀씀이도 예견댄다. 고민상담하면서 술값을 계산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스나오카씨가

투잡으로 주식이나 부동산을 하지 않는 이상 모든 돈은 전멸할 듯. 게다가 취미도 많다. 이거 상당히 돈이 든다.

요리도 수준급이다. 그건 좋은 재료를 산다는 것이겠지. 분명 생협같은 데서 비싼 유기농 채소를 살 거 같다. 

 

이 책에서 스나오카씨가 싱글대디라고 나오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정보가 없음에도 이 여우는 사별이

아니라 이혼당한 거라는 확신이 든다. 오지랖이 보통으로 넓어야지. 성추행을 적극적으로 막아주자 추종자나

팬도 상당히 있는 상태고. 경찰서에 데리러가는 것도 한두번이 아니고, 주위에 돈 빌려달라면 막 빌려줄 거

같은 이미지라 어쩐지 이혼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 점 외에는 스나오카씨 굉장히 친절하고 주위에 한 명쯤 있으면 '세상은 그래도 좋은 곳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아직까지는'이라며 희망차게 살아갈 수 있을테다. 그래서 티벳여우 스나오카씨가 인기있었을테고.

사소하게 뒷통수치고, 나쁜 짓을 방관하며, 같은 공간에서 산소를 공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인간이랑

비교해보면 스나오카씨가 얼마나 대단한지 금새 알 수 있다. 이런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안심할 수 있다.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고, 내가 스나오카씨보다는 행복하지 않기를 바라지도 않을테니까. 도와달라고 하면 순수한

선의로 다가올 것이고. 이런 생각을 해봤더니 스나오카씨가 이전보다 훨씬 대단해보인다.  

 

이 엉망진창인 세상에 저 정도의 배려와 관용을 나눠받기를 원하게 된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스나오카씨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건 아닐까. 거의 슈퍼 히어로 급이니까. 스나오카씨가 행하고 있는 선행 중에 한 두가지만

보통 사람들이 나눠지면 좋을 것 같았다. 우린 스나오카씨 급은 아니지만 머리수로 밀어붙일 수 있다. 스나오카씨가

일평생 해낼 선행을 2시간만에 클리어해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스나오카씨는 참 친절하네'에서 그치지 말고

한가지 사소한 좋은 일을 해봤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스나오카씨처럼 무리하지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취하면서. 그러면 이 책에 나오는 스나오카씨가 만드는 

가상현실이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 될테니까. 하루에 내 영혼에 좋은 일 3개, 어떨까?

만화를 늦되게 읽었다. 지금이...아니다 지금보다 조금 전이 만화를 가장 많이 읽었던 시기였고 만화책도 최대점으로

소장한 때였다. 그렇다. 만화도 대부분 처분한 상태다. 만화만큼은 확실히 이북으로 완벽하게 넘어왔다.

종이책 만화가 점점 더 비싸지고 있다. 조금 있으면 일반 단행본 책값을 따라잡을 기세로. 이미 넘은 것도 꽤 있다.

직접 구입하거나 배송을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결제해서 다운받아서 읽을 수 있다는 편리함도 엄청나고.

이북리더기를 두 대 정도 구입한 적이 있어서 그것으로 인해 매주 천원씩 받는 적립금이 아직은 나오고 있는데

이 적립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대안이 만화이기도 하고. 다른 책을 사려면 상당한 추가금을 지불해야

한다. 음...내가 만화를 많이 읽게 된 계기는 역시 주마다 나오는 이 적립금 때문이었다. 이 적립금도 이제 곧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 그 이후에도 이만큼 만화를 사서 읽을 것인가 개인적인 관망포인트다. 책이란 건

읽어버릇 들이는 순간 폭발적으로 독서량이 늘게 마련이다. 읽다보면 재미있고, 재미있으니까 또 찾아 읽는 것이

반복된다. 그러고보니 저 적립금이 나에게 만화 읽기 버릇을 들여준 듯 하다. 신간이란 시간은 죄다 읽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데.

 

다시 돌아가서 만화를 늦게 시작해서 예전 만화 중에서 읽지 않은 게 상당히 많다. 몇 개인가 과거 베스트셀러를

찾아서 읽어보기도 했는데 나는 복고나 과거감성들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만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지금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들이 엄청난 고민이나 문제로 부각되기도 하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유물들이 스토리 전개의 핵심으로 등장해서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예전 만화를 찾아볼 때면 평을 열심히

참고하는 편이다. 이 책 역시 그렇게 만나게 되었고. 10권 완결이고 지금은 7권까지 읽었는데 역시 많이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것은 믿어도 좋다고 다시 한번 안심하게 되었다. 리디북스 4.9점,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시골에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상경한 유우는 친구는 아니고 얼굴을 아는 대학동기에게 남는 연극 티켓을 구입

당하게 된다. 처음으로 본 연극은 유우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연극배우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한껏 추진력

있게 극단에 들어간다. 폭발하는 듯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착착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고 했으니 문제가 하나

생겼다. 연기를 엄청 못 한다는 것. 하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또 하나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니 그것은 바로 극본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극본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간다는 멋진 이야기다.

 

성장하는 이야기나, 꿈을 향해 올곧게 달려가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내일의 왕님' 역시 꽤나 취향이었다. 과거의

작품임에도 지금 읽어도 무난하게 재미있었다. 스마트폰이 전혀 없는 세상이 여기에 박제되어 있어서 스마트폰이

없어도 괜찮은가 잠깐 생각했지만 이 만화를 스마트폰으로 읽고 있는 중이라. 역시 스마트폰이 최고다!

 

10권까지 내리 읽을 참이다. 1권에서 만났던 풋풋하고 순수한 유우가 점점 재능을 기반으로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평범하지만 재능만큼은 비범한 유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성장기가 그려지고

있다. 물론 자신 앞에 떨어진 미션을 실패없이, 실패하더라도 좌절없이 이겨내는 과정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일리가

없지 않냐. 실패한 사람을 위로하려고 성의없이 쓰는 반복 문구일 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크고 작은 실패들로 의욕

상실 단계에서 허우적거린 경험이 많은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반짝거리긴 했지만. 유우의 재능은 너무나 반짝이는데다

유우가 겪었을 타르의 늪은 너무나도 단순하게 그리고 생략된 채 그려져 있나보다로 잠정 결론짓기는 했지만 탄탄대로에

올라 선 사람들의 루트는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어쨌든 이 책의 만화가도 이런 길을 걸었을 것이고,

참고했던 자료에서의 사람들도 이 비슷하지 않았으려나. 성공의 탄탄대로라니, 부의 추월차선 비슷한건가?!

 

나는 재미있게 읽고있는 중이지만 이건 뭐 공신력이 없지않나. 하지만 리디북스 평점은 4.9점은 다르다. 이 평점은 믿을만

하다. 목표를 향해 정진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며 반짝반짝해지는 만화를 오랜만에 읽어서 더 좋았다.    

 

 

이 책을 읽고나서 책은 언제 만났느냐가 참 중요하다고 체감했다.

지진이 일어났고 책이 가득하게 꽂히 책장에 대한 불안감이 스물스물 샘솟았던 참이었다. 청소와 정리는 평소에도

잘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는지 이 책을 이미 갖고 있었다. 그때도 꽤나 유명세를 올리고 있던터라

호기심에 사본 것이리라 예상된다. 어째서 이 책을 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만큼 책을 쟁이던 때가 있었으니까.

그때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치킨을 사 먹어. 햄버거 하나 더 먹자. 그냥 여행을 가. 커피 두 잔 마셔라. 맘스터치에서

김떡만이랑 치파오 싱글 먹고 싶다.

...책정리를 하면서 늘상 했던 생각들. 책값이면 맘스터치 가맹점 낼 수 있으려나?!! 솔직히 진짜 그럴까봐 계산하고 싶지

않아졌다.

 

지진이후 싱숭생숭한 맘에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게 되었었다. 책이 가득 꽂힌 책장에 위협을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책을 정리하자고 맘을 먹었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분명 이전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정리가 반드시 필요해서여서인지 다시 읽은 이 책은 내 맘에 작은 모닥불을 질렀다. 

그리고 지금 그때 가지고 있었던 책들은 거의 정리가 끝난 상태다. 이제 한 박스쯤 남아있다. 오늘이 마지막으로 알라딘

매입으로 택배를 부치게 될 듯 해서 기념하여 써보는 리뷰. 

 

내용 자체는 심플하기 그지없다. 쓰레기집에 가까울 정도로 정리와 정돈이 되지 않은 집에서 살던 작가가 정리의 필요성을

각성하게 된는 과정을 담고있다. 첫번째 남친과 헤어지고 딱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집이 너무 더러우면 수치스럽다고

생각했던 것같다. 그리하여 짐정리를 시작하며 남친과 관련된 물건들을 내다버리가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버리면

버릴 수록 기분이 가벼워지고 좋아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 이후로 버리기 변태에 될 때까지 쉼없이 정진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는 2권의 책이다. 몇 권이 더 있기는한데 번역 출간은 2권까지 나와있다.  

 

만화로 되어있고,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글이 몇 개인가 있고, 사진자료가 있어서 미니멀 참고도서로 꽤 괜찮은 책이다.

무엇보다 읽다보면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내 맘에 드는,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만 집안을 채우다니

그 발상 자체가 산뜻해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이후의 소비생활에 확실하게 영향력을 끼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미니멀에

입문하고 집정리를 하면서 소비형태가 바뀐 것을 체감한다. 물건을 구입할 때와 구입하는 물건의 종류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예쁘고 귀여우면 갖고 싶었었다. 온갖 핑계를 대어가며. 요즘은 '이거 사면 또 버리고 싶어질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자주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들지 않는 물건을 구입하고, 중고매입가가 높은 물건을 고르고 있다.

최근에 새로운 물건을 들였는데, 이후의 처분법까지 고려하고 있어서 스스로의 주도면밀함에 흐믓해졌다. 여기서 기특함을

느낀 것 자체가 유루리 마이가 '버리기 변태'라는 별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랑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싶어지기는 하지만.

 

정리가 필요하다는 사람이 책추천을 요청한다면 '아무집엔 아무것도 없어'를 선택한다. 정리나 청소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버리기인데, 유루리 마이의 정리법은 버리기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을 말랑하게 만든다. '일단 조금 버려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정리에 성큼 다가간 게 되니까.

 

버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딱 한 개만 버려보면 된다. 그러면 알게된다. 버려도 된다는 것을. 이렇게 껴안고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딱 하나만 버리라고 여기저기에 말하고 다니지만 상당히 거부당한다. 마음이 정해지만 한꺼번에 버리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하나도 못 버리는데, 한꺼번에 처분이 가능할리가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하지만 말하지 않는다.

미니멀이나 정리/청소는 개인의 영역이고 각자의 선택이다. 미니멀이 나의 선택이었듯.

 

하지만 정리/청소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딱 한 개만 버리면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보자. 생각보다 물건을 버린다고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이 꽤나 가벼워졌다면 그 다음부터는 제법 수월하게 일이 착착 진행되어 간다.

 

쉽게 말했지만 나는 2년을 꽉 채웠고 3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아직도 정진 중. 충분히 많이 정리한 것 같은데,

여전히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다는 게 대단하다. 미니멀을 하다보면 물건 이외의 지점으로 슬금슬금 영역이 확장되기도 하고.

어쨌든 미니멀은 여전히 진행 중. 어디까지, 어느 정도까지 정리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모르지만 그래서 좀 더 힘낼 수 있을 듯.

 

미니멀에 퐁당 빠졌지만 여전히 물건은 좋아한다. 그것까지 포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을 대충 타협해서

사고 싶지 않을 뿐. 내가 정말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있고 싶을 뿐이다.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유루리 마이도 같은 입장이고,

그래서 이 책에 더욱 공감했고, 미니멀을 수행하는데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2018년의 마지막/ 2019년의 시작 _ 청소와 정리를 하는 데 의미있고 좋은 때다. 호기롭게 정리를 수행하겠다!!  

 

 

 

이 책을 여러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모두 부자가 되었으면, 인도에서 벗어나

추월차선이란 게 존재한다는 것을 각성하기를 바라게 된다. 이 책은 쪼매난 빨간약을 주워먹은 만큼의 충격을

준다. 나 경제적 문맹이었어?!라는 자각을 하기도 했고. 어찌 그렇게 이 책에서 말하는 것 딱 반대로 살았나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결과가 이거란 말이지. 그것을 토대로 판단하건데 이 책은 거의 다 맞는 소리일지도.

그래서 여러 명에게 이 책을 권했는데, 대체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읽어볼게라나.

기회는 오지 않는다. 이 책에서도 그랬다. 언젠가는 결코 오지 않는다고.

그래서 여기에서 영업질을 해본다.

 

추월차선은 돈에서 자유로워지고, 돈으로 자유를 확장할 수 있는 정도의 부를 성취하기 위한 루트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한 권의 책 내내 추월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것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도나 서행차선에서 아동바동 노력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나는 서행차선은 커녕 인도도 아닌 것 같고 오르막 돌밭길 정도 되려나. 

좀 더 정확하게 서행차선도 아니고 인도도 아닌 오르막 비탈 돌맹이길을 맨발로 걷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는내내 작가가 그대로 살다가는 가난의 굴레에서 영영 빠져나갈 수 없을 거라고 상냥하게 속삭여준다.

그러면서 인도가 어떤 시스템이고, 서행차선은 어떤 구조로 돌아가고 있으며 거기에서 부를 거머쥘 수 없는 이유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는데 너무나 다 맞는 말이라 나는 도대체 어째서 이토록 작가의 말과는 정반대로 살아온 건지

의아해진다. 해야 할 건 거의 하지 않았고, 해서 안 되는 부분에서 꽤 경력을 쌓았더라고.

 

이제까지 살아왔던 것과 정반대로 살면된다. 그러면 된다. 그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하고 싶은 마음 반대편으로

나아가면 된다. 어쨌든 내 마음을 역방향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다니, 없는 것보다 나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정확하게 추월차선이 어떤 것이라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그건 각자의 처해있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일테니까. 이 책의 마지막 즈음에 독자와의 질의/응답 페이지가 있는데 그걸 읽으면서 참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들은 지금쯤 모두 자신의 추월차선을 찾았을까 궁금해

진다.

 

나도 나만의 추월차선을 찾아나서야 겠다. 서행차선도 아니고, 인도도 아니고, 돌맹이 산을 맨발로 타고 있었다니

스스로가 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든다. 추월차선 하나 정도는 찾아줘야 과거의 내가 잘못을

용서해줄 것 같다.

 

과거의 선택들이 결국은 지금은 만든 것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남는다. 지금의 나는 어쨌든 과거의 순간순간의

결정과 선택으로 만들어진거다. 비록 바보같은 결정이 꽤 많았지만. 하지만 괜찮은 선택을 한 것도 없지 않았다.

앞으로는 매일매일 그때그때 똑똑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되고싶어 졌다. 돌산에서 아둥바둥하는 건 넘 안타까우

니까. 이왕 아둥바둥하는 거 추월차선에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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