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뭐랄까...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곰돌이 푸우가 격조했던 사이에 동양철학에 물들어서 이상해졌다 ㅡㅡ

옳은 말 대잔치였다. 정말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인데, 그림도 예쁘고 여전히 귀여운데

아...이건 내가 다시 만난 곰돌이 푸우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다.

 

뒷표지에 있는

"푸는 말이야. 머리는 별로 좋지 않지만 절대 나쁜 일은 하지 않아!

바보같은 짓을 해도 푸가 하면 잘 되는 걸."이라던가

에필로그에 나와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거야."

"기분이 우울해질 것 같아도 걱정하지 마. 그냥 배고픈 걸지도 몰라." 같은 말을

지금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면 함께 벌꿀 도적단이 되자고 하던가.

 

하지만 이 책에서 푸우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나이 먹는 사이에 푸우도 이렇게 어른스러워질줄 누가 알았겠는가.

마치 푸우가 노력하라고 하는 것만 같아서 티벳여우 표정으로 이 책을 봤다.  

 

어린 시절 푸우와 함께 자랐던 이들인 20~30대가 다시 읽는 동화라고 하길래 덥썩

읽었는데 이 씁쓸함은 뭘까. 되게 마음이 허하고 내 안의 푸우가 사라진 것만 같다.

위로고 뭐고 ㅡㅡ 푸우가 고나리질을 하다니 ㅡㅡ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를 먼저 읽었어야 했나.

아니면 지금 현재 내 기분이 나쁜 걸 푸우에게 전가하고 있는건가 혼란스럽다.

현재 기분이 안 좋기는 하다. 푸우로 평온하고 안온한 마음이 되어보려고

읽은 것인데, 지금의 이 기분은 푸우도 어찌 할 수 없나보다. 오히려 푸우에게 지금 기분이

덧씌워지고 말았다. 격하게 화풀이 독서를 한 것일까?! 정말 나는 푸우보다 어른스럽지 못한 듯.

 

그런 나는 곰돌이 푸우가 벌꿀 도적단이 되자고 하지 않아서 비뚤어진 상태인가보다.

마음이 곱고 바른 어른스러운 20~30대라면 분명 위로를 받고 이 책에서 잠깐의 안식을 얻고

내일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곰돌이 푸우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을지도.

정말 푸우가 좋은 말 많이 하니까. 못 본 사이에 동양철학을 익히기도 했으니까.

되게 훌륭하고 바른 말이 많고, 옳은 말만 하니까.

 

하지만 나는 푸우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다만 푸우네들과 함께 바보짓을 하고 싶었을 뿐.

낙엽을 바스라트리며 신나서 소리 높여 깔깔 웃다가 대굴대굴 구르는  그런 시간을 기대했었나보다.

역시 나 혼자만의 기대가 커지면 실망이 뒤따르는 듯. 이 실망 역시 나 혼자 만들어 낸 것.

푸우도, 이 책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 다만 내 기대와 어긋나있었을 뿐.

삽화도 귀엽고, 푸우네들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살다보면 도움이 되는 말을 잔뜩 들려주니까

포근하고 따스한 푸우를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은 행복한 독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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