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 케이코의 만화는 '언니의 결혼'과 '남자의 일생'을 읽었었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차분하고 똑 부러진 성격인데다 연령 또한 어리지는 않는 편이라 본격적인

어른들을 위한 순정만화라고 생각하면 안 될 것도 없지만. 소재가 순정만화가 아닌가?  

언니의 결혼은 불륜이고, 남자의 일생은 할머니의 애인과의 교제니까.

은근슬쩍 아침 드라마같은 매력이 있어서 이번에는 또 어떤?!!이라는 기대를 품고 읽게 되었다.

카츠카레의 날. 

 

이전보다 주인공의 연령이 어려졌다. 결혼적령기의 회사원이라는 설정인데,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있나 싶다. 어쨌든 현재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첫장면이 그거다. '결혼하고 싶으니까 나가줘'라는 거. 이런 장면을 일본만화에서 꽤나 많이 봤었는데

대체로 저런 건 빌붙어살던 주인공이 쫓겨날 때 애인에게 듣는 말로, 화자는 대체로 스쳐지나가는

작디작은 단역이었다. 주인공에게 시련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역할이랄까.

하지만 여기에서는 주인공이 이 말을 한다. 알바로 생활을 꾸리는 연극배우 남자친구에게.

그리고 본격적으로 결혼을 위해 맞선을 보기 시작한다. 1권에서만 4번의 맞선을 본다. 그건 4명의

남자가 등장한다는 것. 첫번째는 자기 할 말만 왈라왈라 쏟아붓고 쌩하니 점심만 먹고 사라진다.

두번째는 좀 멀쩡하다 싶었더니 뒷자리에 엄마가 있다. 엄마의 코치도 아니다, 말 그대로 엄마가

뒷자리에서 쓱 웃으며 나타난다. 세번째는 말수없어서 이번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하나 싶어

말을 붙였더니 차였다. 네번째는 무난하다. 세 차례의 만남에서 강렬한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건 아닌데 싶은데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하며 만나기로 결심하고 아마도 결혼하게 되리라

생각하는 걸 보니.

 

이처럼 물흐르듯 지나갈 것이라면 이건 만화가 아니다. 아침드라마도 아니고.

첫번째 맞선에서 충격을 먹고 우연히 들어간 카페가 오로지 책을 읽는 것만 가능한 곳이라는 걸

알게되고 멍하니 있다가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대화를 하지 못하는 대신 필담은 가능하게 만드는

수단이 있었고, 거기에 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대체로 맞선에서 만난 남자에 대한 평가고.

나머지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자신의 속마음이다. 괜찮은 걸까? 괜찮겠지. 선택했으니까 이 길이 맞아!

라는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그런 자잘한 메모였을 뿐이다. 그것을 누군가가 발견하기 이전까지는.

 

그 메모에 어떤 사람이 꼬리말을 적으며 대화는 시작된다. 언제 봤다고 네가 잘못됐다고 책망하기에

발끈하게 되고 노트로 싸움이 붙는다. 그리고 드디어 만나게 된다. 만나서 카츠카레를 먹는다.

여기까지가 1권. 카츠카레의 날이라면서 딱 한번 마지막에 나오더라고. 2권에는 좀 더 나오려나.

 

작가의 전적이 있기에 아침드라마같은 설정을 마음껏 상상해본다. 저 사람이 설마 아빠가 아닐까!!라던가.

왠지 아빠일 거 같아. 끄덕끄덕. 하지만 아저씨는 알고 있을테지...라고 예상하고 있다.

첫장면에서 내쫓은 남자와 이어주려고 열심히니까. 그 남자가 널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그 남친은 연극은 그만두고 전격 취활 중이다. 집 앞에다 꽃도 가져다놓고, 빵도 갖다주고 그런다.

취직하면 결혼하자고 그런다. 정말 좋아한다고. 어쨌든 어떻게 될까?

 

주인공은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주인공의 부모가 이혼을 하고

엄마가 혼자서 무리해가며 아이를 키웠다. 음...그렇다면 저 아저씨가 아빠인 게 맞지 않는데 ㅡㅡ

아저씨가 이상하긴 했지만, 대기업에 다니는데 양육비를 안 줬을리도 없고. 아닌가?

설마 ㅡㅡ 설마 ㅡㅡ ! 저 아저씨랑 엮는 것인가? 그럼 '남자의 일생'이랑 겹치는데 ㅡㅡ

망상만으로 나 홀로 진전시키는 막장극은 그만두고 이제 2권을 읽으러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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