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쓰지 말고 현금으로 생활을 하라고 한다. 나는 한 10년 전부터 현금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그러다 떡볶이집에 갔다가 일단 먹고나서 카드를 내밀었는데 카드 안 된다 그래서 난리난 적이 있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 만원 정도는 일단 가지고 다니기는하는데, 여전히 카드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러면 안된단다. 현금으로 생활하라고 한다. 일단 신용카드를 딱 끊으라고 하는데, 체크카드면 되려나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며 읽고 있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 일단 현금으로 쓰면서 돈을 쓰는 횟수를 줄이는 게

포인트인 듯 하다. 확실히 현금을 쓰면 소비가 줄어들긴 하더라. 현금 쓰는 게 귀찮아서 돈을 안 쓰게 된다.

오만원권이 무엇인가를 사서 만원 단위로 쪼개지고 동전도 한웅큼 생길 것을 생각해보면 소비욕구가 스르르

가라앉는 마법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더라. 그러면서 카드를 돈이 아니라 포인트 쓰는 기분으로 사용해왔을

지도 모른다는 자기성찰을 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무척 좋은 방법인데, 동시에 이만큼의 불편함에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노출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는 했다. 정말 불편해서 돈을 안 쓰다보면 돈이 모일 것 같긴한데, 돈은 쓰라고 있는거잖아? 이러면서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만큼 불편하다. 카드는 참으로 편한 녀석이구나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그냥 돈이 많아서 내가 쓰는 카드값이 티끌이어서 카드를 자유롭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망상을 하며 일단

요즘은 현금을 이전보다는 월등하게 많이 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고정지출을 이리저리 뜯어보기 시작했다. 역시 거슬리는 건 핸드폰 요금이다. 요 녀석을

갈아타야겠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는 중이다. 새로나온 아이폰을 사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다. 

휴대폰 요금에 이만큼이나 지출해도 괜찮은지 이 책을 읽고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줄여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2년치 요금을 더해봤더니 반드시 바꾸고 만다, 폰요금 아껴서 최신 핸드폰을 일시불로 구입하리라

다짐하게 되더라. 이 책의 작가가 고정지출은 반드시 줄여야 하는 거고, 핸드폰 요금을 많이 내서는 안된다고

거듭거듭 강조하고 있기도 하고.

 

그 외에도 사치라고 부를 수 있는 식비에서 뜨끔했고, 타성에 젖어서 구입하는 만화책과 잡지에서 또 한번 

흠칫하면서 고정지출의 무서움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 예스에서도 출시했지만 1달 결제로 무제한

으로 이북을 빌려읽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가입하려고 알아보는 중이었다. 리디셀렉트도 있고, 밀리의 서재라는

곳도 있어서 세 군데를 비교하며 12월의 시작을 ( 하긴 전세계 축제나 명절도 기념하며 무언가 시작하고 사고.

1월이라서 2월이라서 목요일이라서 금요일이라서 무언가를 사곤 했다. 반성한다 ) 이 서비스를 결제하면서

화려하게 장식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일단 무료서비스를 이용

해서 어떤 곳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지 확인해보고 내가 잘 쓸 수 있는 것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지 꼼꼼

하게 따져서 그래도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면 그때 가입하기로 했다. 12월의 시작에 맞출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고정비에 대한 자신의 방만함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좀 덜 먹어야 겠다. 폴 바셋에서 아이스크림

먹지말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사먹고, 커피는 내가 끓여먹어야 겠다. 떡볶이도 집에서 만들어 먹고,

치킨도 그릴에 데워먹을 수 있는 걸 구입해서 먹어야겠다. 일단 식비도 좀 줄여야 겠다고 다짐했다.

사치라고 부를 수 있는 식비라니, 그 문장의 충격이 상당히 강했나보다.

  

그리고 타성에 찌든 도서구입 자제해야 겠다. 이건 진짜 이번 기회에 정리하고 싶은 습관이다. 책 사는데는

돈 아끼는 거 아니라는 말은 참이 아니다. 책만큼 돈을 아낄 수 있는 게 없다. 수가 적다고 하지만 도서관

이라는 곳이 어엿하게 있고, 이북도 빌려읽을 수 있는데 뭐가 그리도 갖고 싶었던 것일까.  조금 기다리면

읽을 수 있는데 그 순간을 못 기다려서 홀랑 산다. 사서 읽으면 다행이게. 일단 사면 안심하고 쌓아둔다.

책욕심은 결코 무해하지 않다. 책 자체가 요즘 상당히 비싸기도 하고, 일단 구입하면 반가격으로 중고가가

뚝 떨어지고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 천원에 팔아치울 수 밖에 없게 되니까 지갑이 얇아지는 건 시간문제고

순식간에 줄어든 통장잔고에 깜짝 놀라게 된다. 책에 빠져들면 다른 취미못지 않게 돈이 술술 나간다. 책도

다른 취미와 똑같이 위험한 녀석이다. 독서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꼭 읽고 싶은 것을 신중하게 구입해야겠다. 구입하자마자 읽고, 또 읽자고 매번 다짐하는데 책은 어쩐 일인지

쌓인다. 내 책소비는 눈이나 먼지같은 습성이 있나보다. 이 참에 이 습관과도 헤어지고 싶다.

 

이 책은 내 고정비를 되돌아보게 해준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있는 독서였다. 90일 지출플랜에도 성공해서

기념으로 나에게 멋진 선물도 해주고 싶다. 작가는 말한다. 막연한 계획은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고.

마감일을 잡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졌을 때 비로소 거기에 다다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라 끄덕끄덕할 수 밖에 없었다. 

 

돈을 모으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의외로 청소를 하라던가 책을 읽으라던가와 같은 얼핏보면 상관없는

것같은 조언들도 보이는데 일단 믿고 화장실이든 냉장고든 청소를 하고 있다. 잃을 게 없지 않은가.

최소한 깨끗한 공간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 청소와 돈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관찰 추적 중이다.

유의미한 성과를 얻게되면 반드시 공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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