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외식의 기록. 회사원인만큼 평일 점심 식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식사를 그림과 짧은 메모로 재현한 음식그림일기다.
그 날 먹었던 음식에 대한 간단하지만 냉철한 감상과 그날의 이런저런 일들에 대한 기록이
이 책 한 권을 가득 채우고 있다. 본인의 역사가 오로지 담겨있다.
기록방식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나름의 규칙도 정하면서 꾸준히 기록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에 너무나 감탄스럽다.
이런 게 일생의 취미를 대하는 자세인 것일까.
취미가 6개월, 아니 3개월이 못가고 새로운 무언가로 갈아치우는 걸 반복하는 나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경지를 시노다 과장의 기록으로 간접체험 해본다.
가츠돈과 새우튀김이 먹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어쩐지 돈가스를 먹어야만 할 것 같은, 돈까스가 굉장히 맛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만큼 시노다 과장의 식사 메뉴로 자주 등장한다.
그외에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잔뜩있는데다, 체인점들도 제법 등장해서
일본여행 전에 식사처를 고려할 때 참고해도 좋을 듯 싶다.
미술선생이었던 조부에게 그림을 배우지 않았음에 시노다 과장 개인의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분명 조부의 재능과 열정을 이어받았으리라. 그리고 재능은 대체로 사랑을 동반한다.
그림에 대한 애정이 없었더라면 23년간 지속될 리가 없지 않은가.
사랑은 정말이지 쉽게 옮겨가는 거라는 걸 시시때때로 취미를 갈아치우는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기록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랑이 옮겨가지 않도록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스스로를 북돋아준 시노다 과장도 인상적이다.
내가 20년 넘게 하고 있는 게 있던가?
책읽기 정도일까. 이건 책이라는 거대한 존재 자체가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거라 가능했으리라.
게다가 만화도 있고.
하긴 시노다 과장의 식사도 그랬겠지? 그럼 나도 책을 좋아하는 것일까.
애증의 대상이라고, 이제 그만 읽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가끔 생각하는데
나에게 책이란 이런저런 복잡한 감정이 섞여있지만 일단은 좋아하는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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