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나서 ‘도비는 자유에요’가 떠올랐다.
도비는 자유다, 나도 자유다!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세밀하고 섬세한 내 편식의 세계를 합리화시켜 줄 수 있는 책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플랜트 패러독스’
이제 콩 안 먹어도 된다. 누가 먹으라고 하면 콩이 나쁘다고 이 책에서 그랬다고 할 거다.
가지와 호박, 토마토도 왠지 건강에 좋은 음식인 거 같아서 꾸역꾸역 챙겨먹고 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 안 먹어도 된다. 이 책에서 안 먹는 게 더 좋다고 그랬다.
먹지 말라는 것 중에서 치명적으로 내가 안 좋아하는 게 꽤 많아서,
그 리스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몇 개인가 들어있어도 타격감이 전혀 없다.
‘먹지 말지 뭐’정도의 반응이랄까. 치즈도 다 먹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요거트도 우유도 먹지 말라지만 괜찮다. 콩이랑 가지, 호박도 안 먹어도 되니까.
피자는 악마의 음식 취급하지만( 밀로 만든 도우, 토마토소스, 게다가 치즈 듬뿍.
피해야하는 음식의 총합이다) 계절에 한번 먹는 건 괜찮겠지라고 안일한 마음으로
대충 대응하고 있다.
내가 더 이상 안 먹어도 되는 게 너무 거대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그 식품들이 이제까지 건강식이라는 이유로 무수한 잔소리와 참견을 들었던
식품들이 대부분인지라 나는 이 책에 이중 삼중 검증을 거칠 생각도 없어져버렸다.
(물론 구글링도 하고, 이것 저것 찾아보겠지만. 의심과 호기심이 내 절친이다)
이제 누군가 콩을 많이 먹어야지 하면, 가지랑 호박, 토마토가 건강에 좋다고 하면
‘프랜트 패러독스’ 블라블라를 시전할 것이다.
일생일대의 반격의 타이밍이 이제 온 것이다. 즐겨야지, 맘껏 누리리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이어트가 어렵지 않은 것은
내가 싫어하는 것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
먹어도 되는 리스트가 꽤 풍부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초콜릿도 먹어도 된다고 한다 (90%이긴 하지만, 난 이것도 잘 먹으니까 괜찮다)
먹을 수 있는 푸른잎 채소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게 꽤 많고,
기름도 올리브나 코코넛 오일을 넉넉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버터도 원하는만큼 쓸 수 있고, 치즈나 유제품도 일단 금지이긴 한데 특정 품목에 한해서는
섭취가 금지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매일 100g의 생선이나 고기도 먹을 수 있고.
향신료나 허브류, 견과류도 전부 쓸 수 있어서
어쩐지 이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다이어트란 말인가!!’ 싶었다.
내 편식을 합리화시켜 줄 좋은 녀석이라니, 너무 감격해서 이 책을 3회 정독했다.
허용 식품 목록 이랑 금지 식품 목록도 문서로 만들어서 폰이랑 태블릿에 넣어다닐
작정이다. 블라블라를 할 수 있도록 다른 책도 좀 더 읽어서 정보력도 키울 생각이고.
그 일환으로 ‘지방의 역습’도 읽었는데, 이 책 역시 재미가 꽤 쏠쏠했다.
케톤, 지방은 나의 친구!
단백질, 탄수화물, 과일은 나의 적!
당분간 아침에 일어나서 이 구호부터 외치고 시작하려고 한다.
특히 과일은 독 있는 사탕이라고 한다.
왠지 챙겨 먹어야 할 거 같아서 사 둔 과일이 냉장고에서 댕굴댕굴 굴러다니다가
썩기 직전의 달디 단 상태로 급하게 스무디를 해 먹은 적이 몇 번이던가.
여름만 되면 쨈을 그렇게 끓이게 되고, 본격 과일쥬스를 만든 건 또 어떻고.
게다가 비싸다. 몸에 안 좋고, 비싸고, 그다지 챙겨먹고 싶은 것도 아닌데 굳이?
과일계를 떠나서 내가 먹을 수 있는 과일은 바나나, 아보카도, 코코넛, 망고뿐이라는 걸 명심하고,
이제 오로지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만 과일을 먹겠다고 다짐했다.
그랬더니 좋아졌다. 비싼 과일이라도 조금만 사는 거라면 부담이 전혀 없다.
이제 나에게 과일에서 허들이 없어졌다.
몸에는 나쁘지만 좋아해서 아구아구 먹은거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몇 십 년을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싫은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챙겨먹었는데
'짜짠, 사실은 몸에 나쁜 녀석이었어요'라고 한다면 분통이 터질지도 모른다.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몸에 이로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이유로 챙겨먹고 있는 식품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 자유로워지자!
The Plant Paradox:
The Hidden Dangers in "Healthy" Foods That Cause Disease and Weight 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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