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가정에서 자라서 비뚤어진 인간으로 자랐다고 작가 본인이 생각하는데, 과하게 넘치도록 인내와 절제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출산이라는 사건으로 갑자기 엄마가 되었지만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며 아이를 돌본다. 하지만

불안요소가 많았다. 개인이 혼자서 짊어질 수 없는 규모의 일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떠맡겨놓고, 과로와 심신피로에

지쳐가는 엄마가 더 힘내라고만 하는 것 같았으니까. 실제로 작가는 엄청 힘낸다. 저만큼 할 수 있을까 정도로.

 

 

 

출산이란 아이에게도 큰 사건이지만, 엄마로서의 입지를 갖게되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변화가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대전환점. 신체적으로 정신적 감정적으로 이전과는 달라지는데, 그걸 본인이 되돌아보고 잠깐동안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 왜냐하면 육아를 해야하니까. 엄마나 모성애라는 이유로 독박육아는 매우 쉽게 일어난다. 대체로

엄마가 육아를 전담하니까. 전업주부라도, 일을 하고 있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다. 육아의 전담은 어쩐지 오로지

엄마한테 몰빵된다. 대체로 주위에서 그렇게 하더라. 그리고 이 책에서조차. 아이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울기

시작하는데 남편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 작가가 살아있나 궁금해하며 티슈를 코에 대더라고. 쿨쿨 자는거였다.

이런 장면이 이 책에서만 해도 많이 나온다. 잠깐 데리고 놀다가 울기 시작하면 엄마인 작가한테 떠넘긴다던지,

아이목욕 하나 제대로 시키지 못한다던지, 작가가 엄청난 노력의 결과 터득한 아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역시

엄마니까'라는 말로 평가절하한다던지. 그러면서 사람 좋은 척은 혼자 다 하는 캐릭터라 작가는 죄책감마저 가지게

된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반성하더라고. 어째서냐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그러더라. 자신이 모두 해버릇

해서 아빠와 아들간의 정서적 교류나 관계형성까지 고민하더라고. 그건 아빠가 고민할 문제인데, 아빠가 책임져야

할 문제인데 그것마저 자기문제인양 끌어안고 남편이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난은 전혀

없었다. 일을 하면서, 육아를 하는 이중고 속에 과로할 수 밖에 없는데, 그 힘든 시기에 자신의 부모처럼 아이를

때릴까봐 걱정도 해야한다. 작가는 과하게 힘들거나 지치지 않으면 누군가 때릴 사람이 아닌 듯 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마감이 있는 일을 하고 있었고, 아이는 밤마다 잠을 자지 않고 울었고, 자신이 아파서 드러누워도 도와주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아이 아빠는 존재 자체가 이 책에 나와있지 않는다. 예전에 이혼으로 인해 아이를 혼자 기르는

만화가가 그린 육아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딱 거기에서 나왔던 아빠 비중이랑 이 책에서 나온 아빠 비중이 비슷해서

충격이었던 것 같다.

 

 

 

당연히 사람이라면 저 상황에서 지치고 힘들 수 밖에 없다. 물론 힘들다고 아이를 학대해서는 안 되지만. 난 절대

학대하지 않을거야라고 다짐하는데 작가를 보고있노라면 자기 학대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아이는 학대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나서, 게다가 일순간 후련해진 자신의 모습에 기겁을 하게 되니까.

그래서 그 이후에 더더욱 노력한다. 주의를 기울인다. 아이를 학대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부모와 같은 학대부모가

되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 책에서 그려지는 것들이 모두 엄마이기도 하지만 자신이기도 한 나를 너무나도 몰아붙인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더 더 무리의 강도를 높여갈 뿐이었다.

그게 너무 아슬아슬했다. 저러다 위험한 상황이 오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저 정도까지 갔으면 정신과

상담이나 기타 도움을 받을만도한데 그런 건 전혀 나오지 않았다. 혼자서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주위 사람

들과 잠깐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건 없었다. 그리고 오로지 혼자서 견디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혼자서 견딜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아이를 낮시간에 잠깐 봐주는 보육원에 맞기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되찾게된다. 말이 느리던 아이는 이제

말을 제법 잘하게 되고, 아이엄마친구도 사귀며 함께 공원에서 엉엉 울기도 한다. 또래 아이의 엄마와 교류하는데

거부감과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엄청난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아이를 어떻게 지키면

좋을지 나름의 답을 내리며 이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부분을 보면서 느꼈다. 육아는 결코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사람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자신을 궁지로 몰아서도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절대 스스로를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

도움을 청하고, 자신의 부담을 나눠지고나서야 작가는 비로소 답을 찾았으니까. 그 이전에는 생각해 볼 시간 자체가

없었다. 몸이 2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빴다. 그야 당연하다. 작가는 아빠가 방치해 몫까지 해내느라 탈진하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은 없었지만, 자신을 학대하는 장면이 끊임없이 나와서 책을 읽는게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코믹에세이답게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있어서 애잔하기도 했고. 그도 그럴게 웃을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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