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타니가 주인공이다. 여고생이다. 그가 맛있는 걸 만들어 먹는다는 내용이다.

줄여놓고 보면 평범한 일본 요리 만화다.

미모의 여고생이 만드는 맛있는 요리가 에피소드인 만화.

다만 다른 게 있다면 그가 선택한 요리의 재료랄까. 평범하게 슈퍼에서 파는 건 아니다.

4권에서 나온 게 낙타와 캥거루, 까마귀, 타조알, 말미잘이었다. 아, 도룡뇽을 잊었다.

1권에서부터 그랬다. 허들이 없다. 벌레도 먹고 육해공 가리지 않는다.  

아! 먹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좀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없다.

먹겠다고, 맛있을 것 같다고 하는 사람을 말리지는 않는다. 식재료의 선택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하니까. 맛있어서 먹는다면 그것으로 된거다. 하지만 굳이 나까지 먹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는 나만의 고유한 식재료 선택권이 있으니까. 서로 간섭하지 않고 침범하지 않으며

공존하면 되는거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가끔 나에게 권하는 사람이 있다.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나 역시 똑같이 해준다. 그 사람이 싫어하는 음식을 끈질기게 권해본다. 먹어보라고, 몸에 좋다고. 

자신도 먹지 않는 것이 있음에도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서 똑같지 해주자 마음 단단히 먹었는데

몇 번 하고나니까 더 이상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세상만사 마음 먹기 나름인가보다. 

그런 의미에서 기리타니 쇼코의 식성 역시 존중한다. 세상은 넓고 먹을 수 있는 게 많은 건

최후의 생존에서 유리한 고점을 손에 쥘 수 있다. 나 역시 지금은 먹고 싶지 않지만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이론적으로 알아둘 겸 보고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식욕이 동하지는 않지만

재미있어서 보고 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독만 없으면

고기든 풀이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스토리 자체는 재미있지 않은데, 소재 자체가

놀랄움을 줘서 새 단행본이 나올 때마다 읽고 있다.

괴식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에피타이저가 될 것이고, 괴식에 뒤걸음질 치는 사람에게는

식욕을 평균치보다 끌어내리는 데 일조하리라 본다. 나같이 아무 생각없는 사람은 평범하게

감탄할 뿐일지도. 다음에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 궁금해지고.

일단 이 만화도 요리만화이다보니 작가가 여기에 나와있는 걸 모두 만들어서 먹어보고 있다.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도 나오고. '아빠는 요리사'도 작가가 전부 요리해서 먹는 걸로 유명한데

그건 맛있는 거 투성이라서 전혀 괜찮을 거 같지만, 이 책은 재료가 재료이다보니 또 다른 측면의

작가의 노고가 전해진다. 만화 관련 행사도 괴식 콜라보이기도 하고. 팬과 취재진을 모아두고

개구리 스프를 음미하는 작가의 모습이 어쩐지 영상으로 그려진다. 이 요리만화만큼은 작가도

응원하고 싶어진다. 위안이 될 게 있다면, 세상은 넓고 이 만화의 소재는 쉬이 고갈되지 않으리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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