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책이긴 했다. 전자책으로 읽어서 볼륨을 물리적으로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지만,

부지런히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겼는데 읽은 퍼센트지가 조금씩 조금씩 기어갈 뿐이다.

역시나 744페이지. 평범한 다른 책의 두 권 분량이다. 

그렇지만 책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지겹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세상은 이제까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해갈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작가는 말한다. 당신이 읽고 있는 그 시점에서는 이미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게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이 책은 2016년 출간작이다. 지금은 2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 시간 동안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어떤 것들에도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를 알아차렸다면

이 책의 내용 역시 어느 정도 수정되지 않았을까.

그토록 급변하는 시대, 그 시대에서 살고있는 우리는 이제 시대를 통찰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의 시대에서는 먼 훗날 한숨을 쉬며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해

아련아련한 시선을 보낼수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잘못 선택했다가는 두고두고 홧병날

일이 생길터이다. 투자 실패는 비슷한 시도였으나 멋진 성공을 거둔 투자와 영원히 비교될 것이고

때로는 이 책같은 곳에서 영원히 박제당하기도 한다. 지금의 성공은 과거의 성취와는 또 다른 

규모이듯이 오늘날의 실패는 과거와는 다른 타격을 입힌다. 철전팔기라고 했던가. 과거에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과거의 뼈아픈 실패에서 일어나는 게 그리 쉬울까. 한번 실패를 하면

시대는 훌쩍 변해버린다. 그리고 과거의 패배를 발판으로 하는 건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서는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독이 될지도. 지금은 과거 어느때보다 실패가 위험한 시대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을 잘해야 한다. 단 한번의 선택,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콘텐츠의 미래'같은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도 여러 비즈니스의 성공요인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망조가 된 사례도 알려준다.

그것의 성공에 어떤 특별함이 있는지 여러 예시를 살펴보며 그 당시, 그 곳에서만 가능한 시류를

읽어내고 고려하고 포섭해야 하는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류라는 것을 읽고 이 책에서 중요시하는 연결, 네트워크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저건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

많은 기회가 있는 시대. 그리고 그만큼의 잔혹한 실패가 도사리고 있는 곳.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여기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곳과 닮았다. 여왕이 말했다.

열심히 열심히 뛰어야지 그나마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나날이 그와 같은 세상에 살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꽁지에 불붙듯이 달려야 그나마 그 자리. 그러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건 역시 각자의 몫, 각자의 선택.

그리고 가지 않는 길을 돌아보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는 그 선택의 결과.

그런 점에 있어서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는 것일까.

어쨌든 흥미로운 내용이니 심심할 때 읽어보면 재미나다. 사례들의 거대한 조합이라서 끊어서

읽는데도 무리가 없고, 슬쩍슬쩍 건너뛸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아서_ 대체로 두꺼운 책들은 그런

면모가 있다. 조금씩, 때로는 조금 많이 스킵해도 무난하게 따라잡을 수 있다_읽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았다.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어떤 감각을 가져야 하는지 골똘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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