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단독 등산가 히비노 아유미의 주말들이 담겨있다.

나는 산을 싫어한다. 싫어한다고 생각했었다. 제대로 의욕을 가지고 산을 올라 본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그런 결론을 내렸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과연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산에는 대체로 끌려올라가는 상황이었으니까.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억지로 자의에

반해서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가는 경우가 학생일 때부터 꽤나 있었다. 싫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건 그 상황에 대한 거부감일수도 있다. 예전부터 나는 이래라 저래라하는 걸 세상 제일

싫어했으니까. 아, 지금도 싫어한다. 하지만 꽤나 당하고 살았다. 그래서 타인에게는 이래라 저래라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게 조용히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나름의 성과다. 이 성과라도 없으면 울고싶을 듯. 그렇다. 평범한 내 정신건강을 위한 합리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꽤나 산에 대해 꽤나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걸 말하려고 이렇게 길게 주절거려보았다.

여기서의 등산은 즐거웠고 산뜻했으며 내 취향이었다. 산에 올라가서 라면이나 우동같은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식사를 만들어 먹고, 나오는 등산 소품들이 맘을 확 끌었다. 저 버너는?!! 저 밥짓는 스웨덴제

찬합은 뭐지?!! 산에서도 커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네!!! 순수하게 호기심이 들끓는다.

산에 올라가서 물을 끓여 밥을 짓거나 라면을 끓여먹는다거나 커피를 끓이다니!! 순수하게 감탄했다.

등산에도 굿즈의 세계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어쩐지. 등산복이 꽤나 비싼 건 이런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거다. 등산 굿즈의 세계도 역시나 신나고 좋았다. 내킨김에 조금 구경했을 뿐인데도. 

이런 등산의 세계를 먼저 접했다면 나는 산을 좋아했으려나 궁금해진다.

 

산을 좋아한다면 이 책이 더 재미있으려나. 산에 대해 오로지 호감으로 일관하지 않았던 나는 재미있었다.

그러니 산에 호감이 더 강하다면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나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읽는 책은 더욱 재미있는 법이니까 나보다 훨씬 즐겁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본요리만화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산에서도 요리를 하다니! 이쯤되면 소재가 고갈되지

않을까 한참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데,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장소와

시대를 바꾸며 견고하게 발판을 다지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이세계도 막 가더라.

 

구입해두고 조금 묵혔다 읽은 책인데 재미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2권 같이 산 나, 잘 했다.

3권 역시 이북으로 빨리 나오기를. 산에서 커피 끓여먹어보고 싶다. 어떤 맛일까. 등산복 바지 편해보여서

하나 사볼까 생각 중이다. 물론 등산이 아니라 방바닥 등정을 할 때나 집 근처 5키로 이내 이동시 주로

활약하겠지만. 아니다, 너무 좋으면 일상복이 되는 게 아닐까?!! 변화의 거대한 흐름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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