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마음에 들어서 연속으로 읽었다! 이번에는 2권이다.

1권이 요리에 중점을 두었다면 2권은 산에서 만난 인연, 만남에 무게가 실려있다.

물론 제목이 '산과 식욕과 나'인만큼 이번 권에서도 열심히 열심히 먹는다.

산을 오르기 위해서 먹는 것인가, 먹기 위해서 산을 오르는 것인가 분명 주인공도 헷갈릴테다.

그 헷갈리는 지점에 있는 게 이 책의 멋진 점이다. 산과 맛있는 것 둘 모두를 잡았으니까.

 

단독등반가인 히비노 마유미는 이제는 술에 도전한다. 알콜을 살짝 넣은 '어른의 코코아'도 그 중

하나. 산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저 정도의 물건만 손에 넣으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임시 피난처에서 비를 그으며 마시는 생강과 술을 넣는 코코아의 레시피도 배웠다. 이건

날씨가 쌀쌀해지면 바로 만들어볼 예정이다. 아직은 이르다. 코코아는 조금만 더 기다리고 싶다.

매력적인 코코아 레시피를 알게 되니 다가오는 추위를 대비한 것만 같아 든든하다...라고 세뇌하면

좀 덜 추우려나 ㅡㅡ 올해 유난히 추울 것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그런데 이 책에서 이상한 게 있다. 코코아 컵에서 뜨거운 김이 나는데, 찬물에 코코아를 녹이라고

되어있다. 뭔가 조금 앞뒤가 안 맞다. 끓이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없는데, 찬물에 생강을 넣었을

뿐인데 그 다음 장면에서 김이 나는 코코아가 되다니! 이건 무엇일까. 빈 공간의 레시피는 자체적으로

채워야 겠다. 어차피 나는 집 안에서 가스불에 냄비를 올리고 우유와 생크림도 첨가하고 내키면

건과일이나 마시멜로우도 띄우고 고추도 부숴넣을테니까. 결국은 레시피대로 하지 않는 타입이다.

그러니까 괜찮다. 비슷하게 내 맘에 차는대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대단한 건 마유미씨는 산에서 술을 데운다. 술을 데우기 위한 눈사람 모양

술병도 가지고 있다. 눈사람 모자가 술잔이 된다! 무엇이 이리 귀여운 아이템이 다 있담.

마유미씨의 센스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한편 마유미씨가 돈이 없다고 가끔씩 말하는데 어쩐지

이유를 알 거 같았다. 굿즈의 세상에 진입한 사람은 원래 그런 법이다. 하지만 행복하다면 된 게

아니겠는가. 빨간 술잔을 모자로 삼은 눈사람 모양 술병을 발견했는데, 어찌 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데운 청주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전혀 필요없는 아이템이지만 분명 샀을거다. 홀랑 집어나와 

허브차라도 넣어서 티워머로 썼을 거 같다. 내가 산이나 캠핑에 빠져들지 않아서 어찌보면 다행이다.

거지가 되었을거다. 예쁜 아이템을 찾아서 직구를 했을테고, 외국에 있는 산에도 가보고 싶어 했을 게

분명하다. 적금이라도 넣었을지도 모른다. 중간에 찾아서 등산 굿즈를 사고, 또 적금을 다시 시작하려나.

어쩐지 산을 좋아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평행우주 어딘가에 산을 좋아하는 내가 있다면 저리 살고

있을지도. 쯧. 

 

폰카스 덮밥이나 찐 만두 에피소드를 보며 감동받았다.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그리던 것을

실현하는 그 집념과 의지가 인상적이라서 이점만큼은 본받고 싶어졌다. 조금 해보고 안되네,라고

그만두지 말고. 방법을 바꾸고 여러가지 방향에서 접근하면서 원하는 것에 성큼성큼 다가가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산에서라도 완벽하게 찐 미니 만두와 원하는 소스를 뿌린 폰카스 덮밥을 보며

깨닫는다. 집념의 인간이 되어 산에서도 만두를 찌고, 폰카스 소스를 담을 대체용기 정도는 거뜬하게

찾아내는 사람이 되고싶어 졌다. 포기해도 되지만, 여러가지 시도를 하면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이번 권에서는 산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가 멋지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잠시 잠깐 스쳐가는 인연이지만, 일단 단독 등반가이니까, 그 짧은 시간과 공간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뿜어내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잠시 잠깐 만나서 좋은 사람들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온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평범하게 둘 다 이려나. 아! 그러고보니 이상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까먹었다. 그냥 좋고 멋진

캐릭터들만 기억했었나보다.

 

2권은 1권보다 더 재미있었다. 스토리도 재미있었고, 1권이라는 토대가 있어서 좀 더 친해진

느낌으로 2권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3권은 더 재미있으려나. 언제쯤 나올까. 신간알림 등록을

해두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