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페나크의 독자의 절대적 권리 10가지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건너뛰며 읽을 권리

3.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 책을 다시 읽을 권리

5. 어떤 것이든 읽을 권리

6.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7. 아무 곳에서나 책을 읽을 권리

8. 임의로 골라 읽을 권리/첫페이지부터 읽지 않는 권리

9. 크게 소리내어 읽을 권리

10. 읽고 나서 아무말도 하지 않을 권리

 

 

난 거의 다 누리고 있다. 그리고 기타등등 기타등등도 누리고 있다.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맘껏 누리고 있다. 읽고 싶지 않으면 읽지 않는다. 읽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바로 덮는다.

이것만큼은 철저하게 누리고 있다.

책은 읽어도 좋고 안 읽어도 그만이다. 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바꾼 책도 없고,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책도 없다. 그러고보니 없는 거 투성이다. 

책은 읽고 있는 책과 앞으로 읽을 책, 딱 두 종류만 존재한다. 이미 읽은 책도 포함시키기에는

읽었다는 걸 잊어먹고 또 읽는 경우가 꽤 많고, 한번 읽고나서 두번째 읽으면 새롭고 세번째는

더 재미있는 책들이 있다. 그래서 이미 읽은 책은 읽고 있는 책이나 읽을 책에 포함시켜두고 싶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의 독서는 꾀나 괴롭다. 재미있지 않으면 덮어두었다가 다음 기회를 노려

읽는 게 최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속도도 안나고 신나지도 않고 비효율의 극치를 내달린다.

읽고 싶지 않을 때는 읽지 않는 것이 다음에 읽고 싶은 마음을 위해 좋다.

 

2. 건너 뛰면 읽을 권리

건너 뛰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거침없이 페이지를 넘기면 된다. 읽고 싶지 않은 부분 역시

그렇게. 내 마음이 끌리는대로 페이지를 넘기면 된다. 한 챕터를 건너뛰어도 물론 괜찮다.

내가 읽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면 그걸 절대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3.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1의 책을 읽지 않는 권리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재미없고 이제는 아니다 싶으면 덮어도 된다.

시리즈물을 읽고있는데 의리나 정 때문에 읽을 필요는 없다. 초반부는 참 재미있었는데 중간부터 다른 사람이

쓴 것인가 싶을 책도 마찬가지다. 책은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 탁하고 덮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다른 책을

찾아내서 다시 읽어가면 된다. 인생이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재미없는 책을 읽을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

책 말고도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걸 할 시간도 부족하다. 아니다 싶으면 아닌 것이니까 탁하고 덮고

꾸역꾸역 읽는 것을 그만하자.

 

 

4. 책을 다시 읽을 권리

다시 읽어서 좋은 책은 아름답다. 100번을 읽어도 좋은 책이 한 권쯤 있다면 참 좋을텐데. 나는 없다.

가끔 다시 읽기도 한다. 복기식으로 방금 읽었던 책을 휘리릭 다시 넘겨보는 경우도 있고. 이것도 종이책에

특화되어 있는 최장점 중에 하나다. 종이책이 쉬이 사라지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도 이런 장점들 때문이다.

이북의 경우에는 이게 속도감이 나지 않아서 흥이 나지 않아서 어느새 하지 않고만다.

이북의 경우는 차라리 아마존에서 영어로 된 책으로 다시 한번 읽는 게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두배 세배의 효과가 날지도. 외국어 습득기능에 작가가 영어권 사람이라면 그 작가의 언어로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건 엄청 멋진 일이다. 좋은 책을 만났다는 거니까. 그러니까 그 마음이 사그라지기

전에 부지런히, 여러가지 방법으로 다시 읽기를 해보는 것이 좋다.

 

 

5. 어떤 것이든 읽을 권리

세상에 나쁜 책은 있지만. 분명 있다. 해로운 책들이. 그런 것들만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읽어도 좋다.

물론 해로운 것이라도 자신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선택한다면 읽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해로운 책에 나는 만화나 판타지나 기타 장르소설처럼 특정 종류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만화나 판타지 기타 장르소설은 너무나 재미있지 않은가.

해로운 책이란 편향되고 잘못된 조사를 통해서 왜곡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이나

차별적 표현이 난무하고 이 책이 도대체 어떻게 출판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

이상한 사고나 편향적인 의견은 생각보다 전염성이 높으니까 그런 책들은 가급적 멀리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것 외에는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읽고 있다.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에서는 만화 읽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부러워서 따라해 본 적이 있다. 단언코 즐거웠다. 집중하기 쉽지 않은 공간에서 내려야 할 역을 놓치기 않기 위해서 

짧게 끊어서 읽기에는 만화나 에세이나 에피소드가 나눠져있는 책들이 유익했다. 쭉 이어서 읽어야 하는 건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전날부터 읽고 있다면 힘내서 읽을 수 밖에 없다. 

 

 

6.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소설로의 도피를 왜 하면 안 되는가?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고들 하지만, 그 사람이 천국에 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도망쳐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은가. 천국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금 그곳만은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럴울 수도 있다. 도망치는 곳이 마음에 안 들면 또 도망치면 되는거고,

그러다가 도망치는데 일가를 이룰지도 모르는 일.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다가 현실과 혼동도 해보고, 한 권의 책이 도피처로 삼을 수 있다니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7. 아무 곳에서나 읽을 권리 

책이랑 장소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반딧불과 쌓인 눈더미의 조력을 받아 책을 읽은 사람도 있는데. 

요즘은 특히나 더 좋아졌다. 이북리더기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책을 어디에서든 구할 수 있고, 어디에서든

읽을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아지는 건 어떤 단계일지 두근두근하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종이책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강화된 권리는 이것이 아니겠는가. 어디에서든 읽을 수 있는 권리. 

 

 

8. 임의로 골라 읽을 권리

이북으로 오면서는 힘들어졌지만 종이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휘리릭 펼치면서 마음에 드는 페이지부터

읽는거다. 그러다가 재미있으면 처음부터 읽기도 하고. 이북으로는 이걸 실현하는 게 종이책만큼 쉽지

않아서 아쉬운감이 있지만, 목차를 활용하면 또 못 할 것도 없다. 목차를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페이지로

바로 가면 된다. 그리고 검색기능도 있어서 이것도 활용하면 건너 뛰면 읽을 권리를 실현시키지 못 할 것도

없다.

 

첫 페이지부터 바르게 주루룩 읽어가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부담이 된다면 이 권리를 적극 활용해서

즐거운 기분으로 책을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즐거운 게 최고다.

 

 

9. 크게 소리내어 읽을 권리

나는 잘 누리지 않는 권리. 다만 목이 아프고, 소리내어 읽다보면 책 읽는 속도가 어마무시하게 느려진다. 

하지만 속도감이 떨어지는만큼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상당히 높아진다.

책을 읽고, 짧게 브리핑을 하는 방법은 수험에 성공한 학생들 중에서도 선택한 적이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나는 그럴 마음이 별로 들지 않아 즐겨 쓰지 않는 방법이지만 자신에게 맞고 제대로 활용한다면 독서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엄청난 역할을 할 듯하다.

 

 

10. 읽고 나서 아무말도 하지 않을 권리

물론 아무말을 해도 괜찮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물론 괜찮다.

좋다, 싫다/ 별로였다 등등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혼자만의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독서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오래전부터 독서일기라던가 독서기록장같은 걸 따로 만들어 관리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훈련을 받아왔다. 유감이다. 독서에서 자유를 빼앗고 흥미도 앗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니까.

이걸 많은 것들에 도입하면 그쪽 산업을 말라죽일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을 하고, 반드시 A4용지 한 장 사이즈로

게임관련 정보와 시연감상을 적으라고 강요한다던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내용을 분석해서 그 숨은 의미를

발견하라던가...이게 자발적으로 하면 굉장히 재미난건데 강요로 하게 되면 상당히 괴로워진다.

독서는 대체로 강요였고, 나는 독서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에 이것 역시 크게 일조했다고 믿고 있다.

책은 자유롭게 읽어야 한다. 아무 감상이 없어도 된다. 즐거웠으면, 한 권을 내리 읽을만큼 흥미로웠면 그것만으로

된거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책이 생기거나 멋진 책을 발견해서 기록을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거다.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그때 하면 된다.

 

 

 

자유롭게 읽으면 된다. 즐겁게 읽으면 된다. 읽고 싶을 때 읽으면 된다. 굳이 독서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게 나에게 언제나 해주는 말이다. 재미있는 걸 찾아내면 그것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는 것을 시작점으로 잡아서 

책을 읽으며 취미를 시작하곤 했었는데, 요즘은 구글이나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상당히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어서

굳이 책을 읽을 이유가 점점 사라져간다. 종이책을 정리하고 이북으로 넘어간지도 2년째. 종이책을 가끔 구입하지만 

몇 권 정도에 그친다. 읽은 책은 중고서점에 팔곤 했었고, 알라딘에서 개인셀러도 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6개월이

지나야 셀러에서 팔 수 있어서 신간도서를 살 때도 멈칫하게 된다. 이북으로 나오는 걸 기다리게 된다. 이북으로

안 나오면...그 사이에 그 책은 잊고 다음 책으로 다음 책으로 넘어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을 읽는 형태도 달라졌고 책을 읽는 방식이나 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나날이 바뀐다. 예전에는 

무척이나 좋아했던 장르나 작가의 책을 더 이상 읽지 않는 경우도 꽤 많고. 이전에는 지겨워서 기피했던 책들은

곧잘 읽고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하며 읽어나가지 않을까. 언젠가 책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어떤 것으로 

이주하게 될까. 아마 나는 짐을 싸들고 이주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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