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3가지 뿐이라고 오마에 겐이치가 말했다. 시간을 다르게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이것 외에는 인간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특히나 결심이나 다짐 이런 건 의미없다고

그랬다.

 

 

내 일생의 취미이자 소일거리인 결심이 무의미했다니!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들으니까 신선하더라고.

그래서 한결같이 이런 인간으로 동일성을 유지하며 쭉 살아가고 있구나 싶어서 변화를 모색하기로 했다. 대변신!

작년에 저 3가지를 해보려고 계획했고 1가지는 이미 이루었다. 이사를 했으니까. 올해 안에 다시 사는 곳을 바꾸게

될까. 일단 계획은 있다. 인간이 바뀌어야 되는데, 새로 이사온 것이 스며들듯 적응을 해버려서 곤란하다. 이전에 살던

곳은 생각도 안 난다. 가볼만한 동네의 식당은 전부 가봤다. 슈퍼나 장 볼 곳도 개척했고. 이제 동네는 클리어해서

슬슬 주위 동네로 관심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이사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5년은 산 것 같은 느낌이다.

...인간이 바뀐다며요?! 그래서 진지하게 다시 다시 곳을 바꾸는 걸 검토 중이다. 사는 곳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꿈쩍하지

않는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알래스카에 가서 오로라를 본다해도 나는 이대로일지도 모른다.

오로라도 별거 없네...예쁘기는 하네...오로라를 보며 분명 요런 생각을 할테지. 나란 인간은.

 

 

이사는 그렇다치고. 그럼 남은 건 시간을 다르게 쓰는 것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니.

음...늘 책을 읽고 있다만. 미드 말고 다른 나라 드라마를 볼까나. 결코 실존인간을 만날 생각은 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이게 나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시간을 다르게 쓰는 것도 해볼만 한 것 같다. 어찌나 규칙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지 그 성실함이 대견할 정도다. 이제 남은 두 개에 일단 집중하는 수 밖에 없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에 대한 명쾌한 단문은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말이 이 책에

실려있다. 난문쾌답. 짧은 단문을 엮은 책인데, 다른 책에 실렸던 명문의 정수만을 모아놓았다. 100권의 저서를 모두

읽는 건 무리일테니 읽을 책을 고르는 동안 이 책을 먼저 읽어봐도 좋겠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실린 그 책을 읽으면

되니까. 단문으로 되어있고, 여백도 많고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 물론 글자만 읽는다면. 하지만 그 문장에 대해서

생각하고 답을 찾으려고 궁리를 시작한다면 예상보다 독서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짧은 단문임에도 불구하고 한 권 내내 생각하라고, 스스로 생각하라고 잔소리를 해대는 책이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내 생각을 끄집어내게 되더라.

 

 

나이크 창업자 필 나이트의 말이 이 책에 실려있는데 그것도 인상적이었다. 사업에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

주던데.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면 된다고. 너무나 맞는 말이다. 저 말이 틀릴리가 없지 않은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고 다시 시도하고 또 다시 시도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평균 창업 횟수를 고려해봤을

때 저걸 실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성공과 직결되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 하지만 재기의 기회를 주는 사회이냐도

고려해봐야 한다. 한번 길에서 어긋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작가였고 그 글을 쓰던 때도 적지 않은 나이였을 때였다. 유명하고 성공한 작가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는데

그런 글을 쓴 것을 보며 내가 사는 사회는 어떤 곳인가 생각했더랬다. 한번 삐긋하면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다시 돌아가야 되나. 흘러간 시냇물에는 다시 발을 담그지 못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고. 다시 돌아간다면 퇴보같으니까

내침김에 앞으로 내달리거나 옆으로 폴짝 뛰어보는 건 어떨까. 백도는 역시 성미에 맞지 않으니까 별로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니지만 한번의 선택으로 인생이 휙 달라져버리고 돌이킬 수 없는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건 씁쓸하기는 하다.

거기에서 오는 불안과 체념을 알고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는거니까. 그런 사회에서는 보통을 강요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보통이 진짜 보통이 아니던데. 평범이라는 이름의 고난이도 의자뺏기 놀이 중.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면 된다는 말은 한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결국은 쟤가 이기나 내가 이기냐의 문제. 인생만사

존버인가.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보면 결국은 손에 쥐게 된다는 것일까. 안되면 말고. 그리고 

그만큼 했으면 스스로도 납득했을 거 같고, 후회나 회한도 없을테니.

 

 

 

기다린다. 미룬다. 이런 단어도 몹시 싫어하더라. 이건 이제부터 확실히 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무슨 인생과

비지니스의 독약같은 느낌으로 사용되는 것 같더라. 미루지 말라거나, 기다리지 말라거나 이런 말은 다른 사람들도

다들 하는 말이니까 그려려니 하는데.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말하는 부분들도 있어서 작가의 최신작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인간문화재가 될 거 아니라면 한우물 파지말라고도 하고. 현재의 교육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다. 그리고

아이에게 해주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어른보다 아이가 시대에 민감하고 아이가 옳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멋졌다. 내가 봐왔던 거의 모든 부모는 아이를 자신의 시대에 가둬두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다. 자신의 기준과 세대에서 높이 평가받는 것에 아이들을 밀어붙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신기한 건

그 자식들이 커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 아이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똑똑하고 시대를 훨씬 잘 읽을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부모세대의 실패와 다름이 없다. 부모세대를 발판삼아 그 위에 올라선 세대니까 이전보다

영특하지 않을리가 없지않나. 하지만 요즘 애들은 어쩌구는 사라지지 않고있다. 요즘 애들이 어쨌다고. 그럴만

하니까 그러겠지. 어쨌든 애들은 그냥 놔두면 좋겠다. 도와주기는 커녕 망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시대에 맞게 변화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나 역시 고루한 생각들을 내세우다

꼰대질을 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늘 가지고 있었다. 고집쟁이에 억지쟁이가 된 나 자신이라니 싫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마에 겐이치 책을 읽으며 굳이 그런 마음의 준비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시간과 여력으로 시대를 읽고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하며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미루지도 말고.

죽을 때까지 시대감각을 잃고 싶지 않다. 새로운 것을 거부하며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를 하며 사는 것도 싫다.

그래서 인간이 바뀌는 3가지 방법에 무척이나 끌렸나보다. 바뀌고 싶다. 결심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쓰는 방법도 변화를 줘야겠다. 지금 당장. 앞으로는 무조건 지금 당장!

 

 

 

100여권의 저서가 있는 작가인데 우리나라에 출간된 건 30권 미만이다. 그 중에 절판된 것도 있는데다, 이북으로

나온 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최신서적을 읽고 싶은데, 번역출간이 될지 안될지도 알 수 없다. 이럴 때는 유튜브다.

...일본어다. 영어자막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오마에 겐이치 공식계정이 있으면 딱 좋은데, 영어자막도 있을테고.

여기까지 찾아봤지만 아직 구글과 기타등등이 남아있다. 그리고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를 잇는 세계 3대 경영 구루

라는데 여차하면 피터 드러커나 톰 피터스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도 되고.

 

 

단문으로 되어있는데 그 문장을 요리조리 뜯어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그리고 그게

이 책을 읽는 큰 재미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3번 정도 읽었는데 시간이 요것밖에 걸리지 않는다니 더더욱 좋다.

일주일째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 1년째 읽고 있는 책이 있어서 오랜만에 읽은 여백 많은 책이 반가웠다.

여백은 내가 생각으로 채우면 되고. 아직 새해모드라서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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