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카레를 만들었다. 슈퍼에서 파는 카레가루로. 그리고 이제 슬슬 다음 단계로 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오! 스파이스 카레'
딱 3가지 향신료만 있으면 기본 카레는 만들 수 있는 모양이다. 터머릭, 카이엔 페퍼, 코리앤더.
향신료가 있는 부엌이란 언제나 멋지다. 상상의 공간에서는 ㅎㅎ
이미 그 로망은 실현해 본 적이 있더랬다. 그리고 절반정도 남은 향신료를 버렸다. 유통기한이 훌쩍 지나서.
열심히 쓰긴 썼는데 자그마한 병이라도 바닥까지 비워지는 게 더디기만 하더라고.
이게 카레 향신료를 선뜻 구입하는데 망설여지는 요인이었다. 남은 향신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저 기본 3가지 파우더만 사들이지 않을 게 분명하다. 커민씨, 카다멈, 클로브까지 내차 구입할테지.
그리고 향신료로 카레 만들기에 대한 열정이 식었을 때를 생각해보게된다. 대체로 이런 때는 오는 법이니까.
남은 카다멈과 클로브는 와인에 몇 알 던져넣고 끓여먹거나 밀크티를 만들어 먹을 때 쓰면 되는데.
커민씨와 터머릭, 코리앤더가 남는다면 어떻게 활용해야하나 아득해진다.
중식이나 동남아시아요리? 카레에 매달릴 수 밖에 없을까?
취미를 쉽게 바꾸고, 찰싹 달라붙어서 끝을 보는 성미가 아니어서 시작하기 전에 요런걸 궁리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기도 한거고. 이제까지의 카레에서 향신료 카레로 완전히 넘어갈 것인지 확실한 대답을
얻고 싶었다.
20년동안 카레에 매달린 사람답게 이 책에 있는 레시피는 쉽고 간단했다. 양파를 타기 직전까지 볶는 게 가장
까다로운 과정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저만큼 안 볶고 생략해도 괜찮을테니 그걸 감안한다면 더더욱 간단해진다.
주재료에 따라서 부재료가 살짝 첨가되는 걸 외에는 기본 공식이란 게 존재하고 있어서 향신료 몇가지만 구입하면
당장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기분이라는 걸 안다. 요리책은 영상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장난판이
되고있는 부엌이라던지, 요리에 걸리는 시간과 재료비 상세내역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면 저런 기분은 안 들텐데.
요리책은 언제나 깔끔하고 간략한 과정이 사진으로 실려있어 이내 착각하고 만다. 하지만 기억해야한다. 부엌의
대혼란을 겪는 건 물론 나. 치우는 것도 나, 남은 향신료를 처리해야 하는 것도 나.
실패해서 맛없는 카레를 먹어야 하는 것도 나.
작가의 카레에 대한 애착은 여기저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처음 향신료를 사러 백화점에 갔었던 순간이라던가,
비싼 향신료를 용량을 훌쩍 넘겨 사용했다는 에피소드 같은 것을 들려주는데 아마 이 작가는 카레에 대한 잡담을
사흘밤낮을 카레만 먹으면서 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다.
그도그럴게 1년 넘도록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 점심을 인도음식점에서 먹었단다고 하니까. 근데 이거 정말일까.
이게 가능해? 좋아하면 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일단 그렇다치고. 그렇게 1년을 매일 출근을 하며 식당사람들과 안면을
익혔고 마침내 그토록 궁금해하던 걸 하나씩 알아내간다. 스파이스는 무엇을 쓰는지부터가 시작이었다. 작은 부분부터
살큼살큼 경계를 허물며 결국에는 주방까지 들어간 것처럼 보이던데. 그걸 1년동안 매일 점심시간에 했단다. 대단하다.
이 에피소드가 진짜라면 카레 레시피도 마음에 들었지만, 작가의 카레에 대한 집착에 대한 에피소드를 더더 듣고 싶다.
분명 저것만 한 게 아닐텐데. 20년이니까. 게다가 작가는 인도인이 되고 싶어하기까지 한다. 카레를 잘 만들고 싶어서.
인도에서 수혈을 받고 카레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망상까지 할 정도니까 이 작가에는 분명 이 책에서 미처 쓰지 못한
어마무시한 용량의 카레경험치가 있을테다. 그게 궁금한데.
그래서 좀 더 찾아봤는데 아마존에 이 작가가 쓴 카레책이 엄청 많다. 카레가 표지에 등장하고 제목에 스파이스가 있는
걸로 봐서 이 카레쟁이가 맞는 거 같다. 책이 40권 정도 있다. 그리고 유튜브에도 영상자료가 꽤 많이 나온다. 이력에
방송이 몇 개인가 있던데 그것들인가보다. 테드도 있더라. 테드를 봐야겠다. 이 책에서 들려주지 않은 카레 에피소드를
기대하며.
테드를 보고나서 다음번 백화점에 갈 때 향신료를 사올 것인지 말것인지 결정해야겠다. 향신료의 질은 복불복이라고
작가가 그러던데, 백화점에 가면 복의 확률을 좀 높일 수 있을까해서. 물건 잘 골라뒀겠지라는 딱 각설탕만큼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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