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만화가였는데 어째서 빵집을 하고 있는거냐?! 라며 지켜보고 있는 만화다.

초등학생과의 기싸움에서 져서 학교를 그만 둔 전작 초등학교 선생님도 등장한다.

 

원피스급은 아닌 것 같지만 꽤 인기있는 만화를 그려 돈도 많을텐데 그 돈으로 전망이 전혀 없는 만년 적자 빵집을

유지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고, 빵을 굽게 되는 이유도 공감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의 마음을 이해

하려는 시도였다나 어쨌다나. 있을 때 잘하지 그러냐, 이미 늦었다. 초등학생, 그래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 좋다는 게 무엇인가. 휴직과 기타등등 복지를 이때 활용하지 않으면 언제 쓰려고 한단 말인가. 그런 일말의

시도조차 없이 학교를 그만둬버리고 혼활을 시작하는 것도 좀. 결혼이 그렇게 만만하고 호락호락한 세계는 아닐 거

같은데. 만화가이자 빵집 주인에게는 또라이 친구들이 들러붙어있고, 전작 교사에게도 장기간 동안 앙금이 쌓인

이런저런 관계들이 있어서 5권까지 어찌어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대체로 얘네는 왜 이러는거래? 잔잔하고 평온해보이는데 은근 진흙탕인 브레드 앤 버터 세계에 이해하는 것은 무리고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맛있는 빵들도 잔뜩 나와서 읽는 틈틈히 즐거워지니까 된 게 아니겠는가.

 

혼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연이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맞선남들을 만나면서 제대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는

찰나였다. 그때 우연히 들어간 빵집에서 쿠페빵을 먹고 그것을 인연으로 빵집남자와 엮이는 내용이었는데...

어쩌다가 결혼하자 그러니까, 빵집 남자가 냉큼 그러자고 대답하면서 빵집에서 재취업을 하면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소동들을 그리고 있다. 줄여놓으니까 더 말이 안 되는 거 같기는한데 천천히 읽어봐도,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꽤나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려고 노력하는 책이었다. 물론 생각해보고 싶지 않은 주제들도

상당히 많은데다가 의외로 나는 그런데 즉답을 내는 편이라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큰 감흥도 없었고, 깊은 인상도 별로

없었다.

 

6권에서 빵집에 자주 와서 온갖 잔소리를 해대고,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빵을 만들라고 억지를 부리는 부인이 등장

하는데, 결혼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상적인 결혼 따윈 존재하지 않으니까 아가씨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라고 했던가. 뭔 말이야?!!라고 생각하는데 주인공은 감동을 받고 펑펑 울고 난리다. 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이상적인 결혼은 없으니까 결혼을 하지 말고 제대로 자립하는 인간으로 거듭나라는 것일까. 

아가씨를 졸업하지 않는 편이 훨씬 좋을 거 같은데. 오지랖 넓은 부인은 4가지 종류의 식사를 차려내며 고군분투

중이었으니까 이게 맞는 거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집에 환자가 두 명이라 각각을 위한 식사, 손자들을 위한 식사,

그리고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을 위한 식사 이렇게 총 4개를 매번 식탁에 올리는 부인의 일장연설이니 내 해석이 정답

일거 같다.

 

이전까지 빵집주인과 전직교사이자 현빵집직원의 관계가 모호했는데, 드디어 6권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억지를 부리며

맛있는 호밀빵을 만들라고 강요했던 부인의 참견에 감동을 받아 펑펑 울더니 빵집직원은 어른이 되기로 결심했나보다.

어른스러운 일을 한다. 현재 재정이 엉망진창은 빵집을 살려낼 방안을 모색하고 빵집주인과도 어떤 관계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그렇게 안정된 마음에 빵집주인 역시 변화의 시류를 맞이하게 된다.

 

이전까지 만화가라는 것만 나오고, 어떤 만화를 그렸는지에 대해서는 도통 나오지 않았는데 6권에 이르러서 그 실마리를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왜 만화를 그리는 것을 멈추었는지에 대해서도. 그러면서 그의 캐릭터가 더욱 또렷해졌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그를 인정해주는 빵집직원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모양이다.

 

있는 그대로의 그/나를 인정해준다는 거 참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대사를 보면 좀...

있는 그대로의 나는 나도 싫어서 ㅋㅋㅋ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싶지만, 있는 그대로 있겠다니. 게다가 있는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달라니. 난이도가 높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하다니...욕심쟁이인가보다.

게다가 저게 성립하려면 있는 그대로를 유지해야하지 않을까. 자기는 시시각각 변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달라고

하면 곤란할 거 같다. 저 말은 인격이 제대로 완성된 이후에 요구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있는 그대로의 나는 좀 곤란하다. 매일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발전해줬으면 한다. 조금씩 껍질을 깨트리며 세상은 넓히며

살아가기를. 그런 자세로 살아가고 싶다.

 

이런저런 불만을 말했어도 7권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작가의 책은 항상 이해가 안 돼...라면서 끝까지 보게 되더라.

브레드 앤 버터도 그럴 듯. 다음에 전권 복습을 할 때는 빵 꼭 사둬야지.   

    

푸른 봄, 붉은 여름, 하얀 가을, 검은 겨울. 이게 인간의 네 가지 계절이라고 한다

작가는 여름의 끝자락 즈음을 두 사람을 세워놓았다. 39살이면 여름의 끝자락이라는 걸까. 예전에는 인생을

계절에 비유할 때 그러려니 했었다. 인생에 무엇에 비유하든 그건 표현자의 자유니까. 하지만 요즘 들어 의문이

든다. 어째서 노년을 꼭 겨울에? 봄처럼 안온한 빛을 띄며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을텐데. 겨울처럼 칼바람이 부는 

시기를 살아가는 어리고 젊은 사람도 있을테고. 나이에 따라 줄을 세우듯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니 이런 발상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꽤나 마음에 들었었다. 책을 정리할 때도 최후의 최후까지 가지고

있었던 소설 중 하나였고. 그말인즉 이 책을 이미 홀랑 팔아버렸다는거다. 오늘 올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에 하는 정리/청소 대환장파티를 하고 있었다. 파일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써놓은 책감상이 있어서

한참을 망설이다 열어봤다. 예전에 내가 쓴 글을 읽노라면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이냐 억울해지니까. 대충 열어서 

쓱쓱 읽다가 빛의 속도로 영구삭제를 하곤 했었다. 이번에도 그걸 예상하며 멈칫거리면서 문서를 열었는데 

이 책의 감상문이 튀어나왔다.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트라비아타

그걸 보고 어쩐지 다시 읽어싶어져서 뒤적뒤적 서점사이트를 뒤졌더니 품절이었다. 이북도 없었다. 이 작가의 다른

책은 있는데. 이 책보다 이전에 출간된 것임에도 있었다. '49일의 레시피' 이 책은 작가가 이름을 알린 작품으로

드라마화 되기도 했었다. 드라마에서 청소법이나 살림의 지혜같은 걸 제법 알려줬었고, 드라마에 부인역으로

나온 배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즐겁게 봤었던 것 같다. 드라마화된 그 책은 여전히 있건만, 이 책은 데뷔작.

데뷔작이지만 꽤나 재미있는데. 소재도 독특하면서 따스하기도 하고. 페코짱이 얼마나 매력적인데. 

하지만 세상은 이름을 날린 책들만 재고가 확보되어 있는거다. 냉정한 출판/도서 시장이다. 이북으로 나오면 좋을

것을. 어쨌든 지금은 이 책을 종이책으로도 이북으로도 볼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찾아내었다. 이 책이 있는 도서관을. 품절된 책은 반드시 도서관에 있다. 이 책을 읽고 싶다면 가까운

도서관에서 찾아보자. 근처에 없을수도 있다. 그럼 구로 넓혀서 같은 구내의 도서관을 뒤진다. 그래도 없으면 다른

구에서 찾으면 된다. 이도저도 방법이 없다면 거기에 가면 된다. 국립중앙도서관. 여긴 최후의 보루다. 그 전에

대체적으로 찾아내진다. 아직까지 책을 찾다가 저기까지 가 본 적은 없으니까 안심하고 일단 집근처 도서관부터 

인터넷으로 방문해보자. 

 

이건 내가 기록해두었던 책감상기를 토대로 재구성해보았다. 

 

테쓰지는 요양을 겸해서 어머니의 집을 처분하려고 미와시에 내려와 있었다. 모친 상을 치르고 나서 회사 앞 역

앞에서 목이 오른쪽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장기 휴가를 받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집에서 몹시

삭막하고 느긋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어느 날 패스트푸드가 몹시 먹고 싶어졌고, 차를

빌려서 저 멀리 가게로 햄버거를 사러가는 길이었다. 그 맘 잘 안다. 버거킹이나 맥도날드를 차를 타고 나가야

만날 수 있는 나는 그 맘 잘 안다. 번화가에 나가서 가끔 버거킹이나 맥도날드에서 우걱우걱 햄버거를 먹는 나는

이해할 수 있다 테쓰지가 차를 몰고 패스트푸드를 찾아나선 것을. 맥세권이나 킹세권에 사는 사람들은 이 맘을 

모를지도. 좋겠다. 몰라도 좋을 마음이니까.  

그 길에서 만났다, 페코짱을.

사람들이 페코짱이라고 부르는 키미코. 화물운전을 하는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퍼진 소문이 있다. 페코짱을 만나면

복을 받는다고. 돈복이 잔뜩 붙고, 엄청난 재력가와 재혼해서 돈방석에 올라앉고. 그러고보니 대체로 돈과 관련된

복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페코짱은 정중하게 대한다. 행운의 페코짱.

하지만 정작 페코짱으로 불리는 키미코는 자신은 여러가지 쓰고 아픈 인생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매년 여름이

되면 미와시로 스미듯 찾아온다. 행복과 슬픔, 애잔함이 뒤섞여있는 이 복잡한 감정이 고여있는 이 곳에서 여름의

한 때를 보내기 위해서. 이번 여름도 그리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테쓰지를 만나면서 그 예정은 한참을 벗어나게 된다.

 

그들의 첫만남이 어땠냐고? 첫눈에 반한 건 절대 아니었다. 우연히 차를 태워주고, 차를 얻어탄 사이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인연의 작은 시작점이 되었다.

테쓰지는 자살을 시도한다. 충동적으로 바다에 뛰어들었고, 그 모습을 발견한 키미코에 의해 구조된다. 그리고

키미코는 테쓰지를 보살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신 테쓰지는 키미코에게 클래식을 알려주기 시작한다. 그녀의

아들이 항상 들었던 그 음악을. 듣고 싶었어도, 도저히 들을 수 없어서 듣지 못했었다. 시간이 흘러 들을 수 있게 

되었을 때는 클래식에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며 다가가지 못하고 부근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음악을 테쓰지의 도움을 받아서 키미코는 드디어 듣게 된다. 그리고 올바른 대가관계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가진 키미코는 정성을 다해서 테쓰지를 챙긴다. 그가 살고있는 곶의 집을 정돈하기도 하고. 바닷가의 그림같은

집에서 그의 센스있는 어머니가 남긴 음반을 듣고 책들을 읽으며,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서로의 좋은 점을 알아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테쓰지에게는 이미 가정이 있었다. 붕괴 직전이긴 하지만 어쨌든 부인이 있고, 아이가 있다.

그를 사랑하지만 키미코는 그의 가정이 망가지는 걸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떠난다. 이러면 몹시 신파같지

않은가? 결국은 불륜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당사자는 그걸 사랑으로 굳게 믿고 있으며, 그게 진실한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가정을 위해서 마음을 접는 한 여자라니...! 하지만 이 소설이 이해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 속을 떠도는 괴상한

이야기라고 한켠으로 밀어둘 수 없는 건, 서른 아홉 살에 찾아온 로맨스를 아기자기하게 꾸려나가는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설레어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제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망설이고 고민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위한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속이는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를 내리는

과정이 이 소설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이 책은 불륜 치정극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비록 테쓰지의 부인이 옴팡 악역을 뒤집어 

쓰기는 했지만.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부인에게 이 책의 모든 악한 역할을 몰빵한 거 같다. 그 부인 외에는 모두가 

굉장히 순수하고 선량하고 올곧고 강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비록 초반에 바다에 투신하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상처로 크고 작은 흉터를 잔뜩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마주보고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을 그려내고 

있어서 이 책은 지금도 꽤나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 키미코가 테쓰지에게 만들어주던 음식들도 굉장히 

맛있어보였고. 갓 튀겨낸 뜨끈뜨끈한 감자튀김이라던지, 치킨난반, 손님초대를 위해 만들었던 맛있는 음료들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에 나왔던 음악과 함께하고 싶다. 물론 마지막은 오페라로

해야겠지. 라트라비아타. 

 

  

 

이 책을 읽다보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싶어서 쿡하고 웃음이 나온다. 제목처럼 인생의 똥차들과 쿨하게

이별해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어영부영하다보면 똥차와 엮여서 내 생활이 살금살금 좀먹는다. 똥차들과

이별해야 하는 이유는 오직 이 한 가지다. 내가 위험하다. 저들과 있으면 나도 저들과 비슷해질 수 밖에 없다.

익숙해져버리니까. 나중에 내가 똥차짓을 시전할거란 말이지. 그러니까 마주앉은 똥차를 말끄럼히 들여다보며

내가 능력을 흡수하는 슈퍼히어로이고, 저 사람의 저 짜증나는 능력을 흡수한다고 생각했을 때 인상이 찌푸려

진다면 이제 정리해야 한다.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 인생의 똥차를 뻥하고 차버린 경험담의 모음이니까.

 

친구에게 말하기 쉽지 않다. 엿먹으라고. 하지만 이 책의 모든 시작은 그거였다. 친구에게 이 한마디를 해낸 것.

그리고 그 친구가 없는 일상이 너무나도 행복해져서 삶에서 하고 싶지 않은 것과 싫은 녀석들을 몰아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다. 인생을 바꾸려면 만나는 사람을 바꾸라고. 

그리하여 작가는 인간관계를 호탕하게 정리해나가기 시작한다.

 

똥차에는 우선 자신이 있었다. 이 파트에서 소소한 행복을 위해서 욕조 주위를 둘러싸고 캔들에 불을 붙이고,

장미꽃잎이 풍성한 거품목욕을 실현하려다 짜증이 머리꼭대기까지 치솟는 경험이 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도 일상의 동경을 때때로 시도해보곤 하는데, 작가의 장미목욕과 비슷하게 끝이 났었다. 광고나 화보에나

등장할 것들을 내 일상에서 실현해봤을 때 나만 실패하는 줄 알았는데, 독일 어딘가에 동료가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포근해졌다. 장미꽃이랑 캔들을 마음 속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건너뛰기로 했다. 운동 싫어하고, 여행

취향이 비슷해서 또 한번 동질감을 느끼며 이 책을 내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책도 읽어봐야 겠다고

이 순간 다짐했었던 것 같다.

 

똥차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일부 정리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타인으로 넘어간다. 정리해야 할 친구, 지인, 가족,

친척, 타인. 세상을 살다보면 좁고 좁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더라도 사람과 공간과 시간을 공유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나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 사람들에 맞추기 위해서 내가 무리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니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내 삶에서 나가달라고.

 

이 책에서 보이는 해결방법으로 일단 안 보면 그만인 범주인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으로

말한다. 싫으면 싫다고 제대로 거절한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지점에서는 좀!이라고 내지른다.

하지만 안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 엄마, 파트너 등등. 이때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라고 하더라.

작가는 파트너와 10년동안 살고있고 아이도 한 명 있는데 파트너가 아직까지 양말을 빨래통에 제대로

넣지 않아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고 한다. 결국에는 그 습관을 뜯어고치지 못했고 해탈하는 수 밖에

없었나보다. 양말을 안 빨아주면 살금살금 작가 양말까지 탐내며 훔쳐간다고. 몹시 짜증날 것 같은데

자신이 구입한 딸기쨈에 만족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게 작가의 결론이니.

 

안 보면 그만인 사람들의 범주에서 작가의 활약이 대단하니까 평소 거절을 하려면 모래를 삼키는 기분이

들거나 타인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조용히 정진해보도록 하자. 

 

똥차가면 벤츠 온다지 않던가. 일단 내 안의 똥차도 말끔하게 몰아내고, 나에게 해를 끼치는 똥차들도

전부 쫓아내야겠다. 참지말자. 참다가 홧병난다. 홧병은 위험하니까 나는 나를 지켜야한다. 참지말자고,

여기에서 멈추지말고 더더더 참지말자고 다짐해본다.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동화를 많이 읽는 편이었는데, 오랜만에 청소년문학상을 읽었더니

참 글자가 많다. 그리고 동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적인 폭력이 등장한다는 점이랄까.

아몬드에서 일어났던 강력사건들 중에 어느 한가지만 만나도 삶은 이전과는 같은 형태로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무차별 살인, 유괴인지 실종인지 알쏭달쏭하지만 아이의 사라짐, 교내에서의 집요한 따돌림, 그외에도 꽤 많은

인생에서 만나서는 안 되는 사건들이 아몬드 안에서는 산재해있다.   

 

감정 표현 불능증/알렉시티미아이라고 진단을 받은 아이가 있다. 평범과 보통이라는 어마무시하게 어려운 목표를

전자렌지에 햇반돌려먹는 것마냥 손쉬운 일인것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비슷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 사회에서 저 

아이가 치뤄야할 건 가혹할 게 분명하다. 홈스쿨링이나 검정고시를 선택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하는 공간에 들이밀어진다면 더욱 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는 엄마와 할머니가 있다. 물론 보통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에게 주입식 감정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주입식이라고 하기에는 세상 제일 귀여운 모양새긴 하지만.

하지만 교육이란 무엇이 되었던 비슷한 모양새다. 아이가 성장하고 질문이 많아지면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그게

우리가 매일 느끼는 감정이라도, 찬찬히 뜯어보면 겁내 복잡하고 말로 설명하기는 몹시 힘들다. 아이가 묻는 질문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엄마는 곤란해진다. 설명하기도 어렵고, 그때그때 다른 용법에 난감해한다. 감정은 그토록 복잡

하다. 그래서 공감이 필요한 모양이다. 언어만으로 안 되니까.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아이는 그 감정을 최대한 언어로 표현하려는 아이였다. 감정이 없다기보다는 감정을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해서 설명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아이. 그러면서 보다 본질에 다가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감정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 감정을 순환시키는 방식이 달랐다. 그 다름을 인정받지 못하면 아이는 병명을 꼬리표처럼 달고

살아가게 된다. 아몬드 소년처럼.

 

예쁜 괴물이라고 부르는 할머니도 있었고, 아이에게 삼시세끼 아몬드를 먹이는 엄마도 있어서 그는 괜찮았다.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바람막이가 너무나도 훌륭하게 가동되고 있었다. 그 평온함 속에서 아이는 살아가고 있었다.

그대로라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든, 감정을 느끼지 못하든 그 아이는 잘 자랐을 것이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보호막

속에서 더디지만 차근차근 성장했을테니까. 다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을 뿐.

하지만 시간은 아몬드 소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가족외식을 나갔던 크리스마스 이브에 누구든지 웃는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놈을 만나버렸으니까. 그리고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아이가 소년이 되는 동안 겪는 일들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아이가 범죄를 목격하고 슈퍼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

했을 때 아저씨는 방관했다. 아이가 자신이 끌어 쓸 수 있는 단어를 최대치를 사용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저씨는

태연했다. 그저 텔레비전을 들여다봤을 뿐이다. 아저씨가 몰랐던 건 거기에서 죽어가던 사람이 자신의 아이라는 것뿐.

실직을 하고 차린 치킨집이 2년만에 문을 닫고 히키코모리가 된 남자는 웃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데려가려고 했다.

자신의 상황이 처참하고 암울하다면 타인 모두가 자신의 기준에 합당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진흙탕에서 살아가고 있다. 몹시 괴롭지만 어쩌다 그 시간, 그 순간 거기에서 웃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는 왜

한 순간의 테스트를 실시한 걸까. 신이라도 되는냥.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이 다치고 쓰러지는 동안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하긴 그러기 위해

경찰이 있고, 모두들 두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쪽수로 이길 수 있다. 한 명 정도는 다수가 힘을 합치면 제압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에 얼마나 사람들이 많은지를 떠올려본다면 누구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그 순간은 슬프기까지 하다.

따돌림을 직접 실행하는 아이들은 지능이 부족할 뿐이다. 그리고 그 부족한 그대로 자라서 사회를 망칠 예비군이라고

생각한다. 후에 반성하면 다행이지만 인간은 그리 쉽게 변하지도 않고 제대로 사과하기에는 자기애가 넘치지 않을까.

그들이 통렬한 반성을 하기 위해서는 제 값을 치르게 만드는 수 밖에 없다.

이 소설 속에서 또라이같은 것들을 대충 추린 게 저 정도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몬드 사회에서의 비난은 몽땅 아이

에게 쏠린다. 왜 더 긴박하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냐고. 왜 엄마와 할머니가 죽었는데 오열하지 않냐고. 왜 평범하게

학생 무리에 섞여들지 않냐고. 그저 전부 이상하고 미친 소리 같았다. 정말 비난이 향해야 하는 곳은 저 사람들이니까.

구조 요청에 대충이었던 슈퍼 아저씨, 무차별 살인 계획을 세운 악마, 집요하고 끈적한 집단 따돌림 종자들.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까 조용히 숨을 죽이며 방관했던 다수의 사람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 이들에게 그에 합당한 비난을 하지 않는 것일까. 대신 소수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아몬드 소년에게 모든 비난을

제 몫을 뛰어넘은 책망을 뒤집어 씌우는 것일까. 아직 어린 소년일 뿐인데.  

 

그 아몬드 소년이 또다른 상처입은 소년 곤과 도라를 만나면서 성장한다. 성장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을 치르긴 했지만.

아무리 소설이래도 너무 한다 싶을 정도니까. 여기에 나오는 비중있는 주/조연 캐릭터들은 왜이리 안타까운 애들뿐일까.

사건과 사고 속에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쉽게 어그러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들이 작가가 그 애들에게

부여한 삶이니까.

 

아몬드 소년의 주위에는 현실에서는 일단 내가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종류의 사람들이 그나마 아몬드 세계가 끔찍한

공간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조력한다. 

2층에 왠 빵집이란 말인가. 1층을 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2층 빵집. 그런데 빵집 주인이 전직 의사다. 아몬드 엄마가

아몬드 소년을 부탁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잘 부탁한다고. 그걸 들어주는 실존인물이 있을까. 비슷한 실존인물은

본 적이 있는데 본인 가정이 망가졌었다. 아몬드 세계의 빵집주인이자 건물주는 가정도 없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

저걸 들어줄 수 있었나보다. 아몬드 소년이 혼자가 되었을 때 그를 등 뒤에서 바쳐준다.

곤이 아빠는 말썽을 부리는 곤이를 2번 때린다. 그리고 통탄의 반성을 하고 다시 곤이 돌아왔을 때 휴직을 선택한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나. 자신의 잘못을 제깍 인정하고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보통은 사람은 변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마주할 때는 이미 생의 끝머리 즈음이 아니겠는가.  

아몬드 엄마는 헌책방을 연다. 헌책방이라니 부양할 미성년 자녀가 없다면 그렇다치지만 이건 아니다. 할머니의 일을

물려받아 떡볶이 집을 차렸어야 했다. 요즘 떡볶이 비싼데, 헌책방보다 이쪽이 훨씬 전망이 좋아 보인다. 그런데 그럭저럭 

생계를 꾸려나갔다고하니 엄마는 요술쟁이인가. 엄마와 할머니가 지키지 않는 책방은 금새 내가 예상했던 루트로 망해간다.

사건 이후에 혼자서 책방을 지켰던 아몬드 소년도 장사가 되지 않아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폐업을 결정하게 된다. 그 과정을

읽을 때 나 역시 알라딘 셀러 폐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신기했었다. 이런 우연이.

할머니가 젤 멋진듯 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아몬드 소년을 사랑해줬으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저런 사랑을 과연 할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이 책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들처럼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비한 인물들이 제법 많이 포진해 있어서 

그 참담함을 희석시킨다. 아몬드를 읽기 전에는 대략적인 내용만 보고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등장하는 활극이려나

예상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끔찍한 사건들이 도사리는 가운데서도 제법 따사로웠고, 평온했다. 그건 모두 신비하고 강한

캐릭터들이 아몬드 세계에 포진해있어서이리라.  

 

그러는 동시에 이런 인물들이 없이 이런 사건들을 직접 겪었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본다. 나도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는

어쩐지 가해자에 공감하는 곳이니까. 분명히 가해자인데 안됐단다, 그들도 사정이 있다고 할 때마다 탐욕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피해자의 몫까지도 악착같이 차지하고 싶었나보다.

감정만 제대로 보통으로 처리하지 못할 뿐인 아몬드 소년이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였다.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 

교내 따돌림의 당사자, 일방적인 폭력의 피해자, 마지막에는 이유없는 칼부림까지 겪는다. 나비날개 하나 뜯어버린 적 없고,

누군가에게 나쁜 소리를 한 적도 없는데 어쩐지 모두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함부로 대한다.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아닐까.

 

 

 

 

 

 

 

  

 

 

작가는 '오싱'의 극본가다. NHK의 일년짜리( 현재는 반년이다) 아침드라마를 네 편을 썼고, 대하 드라마는 세 편.

20년동안 500화를 방영한 드라마를 쓰기도 했다. 1925년부터 살아왔고 전쟁을 경험했다. 이 책의 초반에 전쟁에

대한 기억들이 실려있는데, 나는 일본인이 전쟁에 대한 것을 기록한 것을 보기 전에 항상 경계한다. 이게 이 작가와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늘 하고 있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대체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 한 구절이라도 등장한다면 책을 덮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혹시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말을 하자면 이 책은 괜찮다. 그런 불쾌감에 대비하면서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그 점에 있어서만큼은 마음 놓고 읽어도 된다.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왜 하는지도 안다. 하지만 그것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의 의견이나 창작물은 소비하고 싶지 않다. 굳이 왜? 안 그런 작가들도 많고, 세상은 넓고

책은 읽어도 읽어도 끝이 나지 않는데 굳이 왜?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라는 부제가 있는만큼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있다. 강하게

각인될 정도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역시나 경력에 맞는 글솜씨로 풀어내고 있다. 각본가로서 엄청난 이력을 가진

작가였지만 텔레비전으로 들어온 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 때문이었다. 그는 쇼치쿠 각본 연구생이 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었다. 1200명이 지원했는데, 입사한 사람은 6명. 그 중에 여성은 자신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회는 전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쇼치쿠의 첫 여성 각본가'가 되었지만 영화 감독은 여성과 일하는 것을 거부

했다. 선배 각본가 집 애완견 산책을 시키고 사모님이 시키는 설거지와 청소를 했단다. 차를 대접하고 회식에서 술

따르는 일은 전부 자신의 몫이었다고. 비참했단다. 그래도 버텼지만 10년이 넘어서 비서실에 발령받았을 때 그만두었 

다. 그리고 마침맞게 시작되고 있던 텔레비전 시대에 몸을 실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손절의 중요성과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시류를 감지하는 판단력의 가치을 배웠다. 나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기회를 주지 않은 것 같은 판은 재빨리 버리고 새로운 세계로 가야 한다. 그런 곳에서 허비할만큼 인생은

길지 않고 세상은 넓다. 

 

자신이 쓰는 드라마가 이류라고 생각했고, 그걸 쓰는 자신도 이류라고 했다. 일류가 되면 괴로울 테니까, 이류로서 마음

편히 살기로 한 것 같다. 하지만 이류로서 지켜야 할 것을 관철했다. 마감을 어기지 않는 것. 마감을 어기는 것은 일류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류인 자신은 마감만큼 지켜야 한다고 스스로를 달래왔다고 한다. 그리고 살아남았단다.

이토록 멋진 이류정신이라니, 이 작가를 이제서야 만난 게 아쉬워서 검색을 해봤더니 '오싱'과 과련된 책이 잔뜩 

나왔다. 어린이를 위한 오싱도 있더라. 그 외에는 '그리고 안락사를 부탁합니다'였는데 목록이 심상치 않아서 읽어볼

예정이다. 이 책과 비슷한데 심화버전이라는 예감이 들어서.  

 

열심히 일을 했고 결혼을 했다. 평생 파트너로 함께 일했던 프로듀서를 겁박해 남편을 소개받았다고. 그런데 남편이

마마보이였단다. 시어머니에게 죽을 때까지 나이를 속이기까지 했단다. 4살 연하가 뭐가 대수라고. 하긴 그 시대에는

대수였나보다. 마마보이면서 가부장적인 건 또 뭔가. 남편 역시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이었음에도 자신은 각본가와

결혼한 게 아니니까 자신이 보는 앞에서 원고를 쓰지 말라고 요구했고 그걸 들어주었단다. 그러면서 새벽까지 술에

취해 동료를 끌고 집에 들어와 차밥을 내와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늦은 귀가에 오히려 신났던 거 같다. 맘껏

원고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그 가부장적이면서 마마보이인 남편은 소원대로 어머니와 함께 묻혔다고 한다.

 

아이를 갖고 싶어서 한 결혼이었는데 아이는 없다. 평생 파트너였던 프로듀서 손에 이끌려 결혼 전에 자신에게

불임사유가 없음을 증명하기도 했었다고. 그럼에도 아이가 생기지 않자 의사가 남편도 검사를 받아보자고 했는데

상처가 될까봐 말하지 않았다고. 그건 작가에게도 그 과정이 몹시 상처였다는 걸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싸울 수 있어서 결혼한 건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프로듀서나 감독이 수정을 요구했을 때 부당해도 꾹

참았는데 고정소득이 있는 남편과 결혼하면서 자유롭게 때려칠 수 있었다고. 그 이전에는 생계가 달려있어서 꾹꾹

참았다고. 결혼 후에는 맘껏 쓰고 싶은대로 썼다고한다.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더 좋은 평가를 얻었고.

 

결혼이란 거대한 단점이 있음에도 긍정적인 점도 있긴 하다는 것을 알게 되긴 했다. 안심하고 맘껏 싸울 수 있는

기반이 생겼고, 맘에 안 드는 캐릭터를 잔뜩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관계의 확장을 손에 넣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없었더라도 이 작가는 왠지 굉장히 잘 살았을 거 같다. 재테크를 통해 고정수입을 늘리고, 인간군상에

대한 관찰은 다채로운 간접경험이 있으니까 괜찮았을 거다. 여행도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남극과

북극도 다녀오고 크루즈 안에서 글을 썼다고 하는데 결혼생활이 부재했다면 사막횡단과 아마존 탐험까지 하지

않았으려나 싶었다. 어쩌면 이미 했을지도.

 

인생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름이 아닌 죽음에 대한 것이다.

존엄을 지키며 죽는 것, 그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소재였다. 이 한 권의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들은 죽음에 대해

말하기 위해 깔아둔 복선이었다는 듯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 본격적으로 죽음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한다.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서 나름의 결론을 내린 작가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죽음은 영면, 끝없는 잠일

뿐이라고. 죽어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는 작가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나름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그 생각에 맞는 제도가 아직 일본에는 없어서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싶다. 의견을 모으고, 그 의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한번씩 경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

이 책에는 죽음에 대한 몇 가지 물음이 실려있다. 그걸 채우다보면 자신이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전보다는 또렷해진다. 그것에 의지해서 생각을 확장해나가면 된다. 그걸 하는 중이다.       

  

 

 

 

제목이 너무나도 평범한 자기계발서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으쌰으쌰!! 힘내서 나를 바꾸자!! 이런 부류의 책이

아닐까 짐작했었으니까.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라 읽으면서 만족도가

점점 높아졌다.

 

특히 그 부분을 발견했을 때 멋지다고 생각했고 이 책에 신뢰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기타등등의 계정의 비밀번호를 투 두 리스트로 바꿔 버리는 방법을 사용했던 한 사람의 사례였는데, 그는 그것을 통해

단박에 담배를 끊었고 배우자와 헤어진 여파도 극복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이건 나도 꼭 해야지!!라고

마음 먹었고 지금 자주 다니는 사이트의 비번을 나의 목표와 해야 할 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효과 있으면 널리널리 소문낼 예정이다. 단박에 중독에 해당되는 것을 끊어내고 하고 싶은 것을 성취해내기 위해 해야

하는 게 비밀번호 바꾸기라니, 심플하면서 어렵지 않아서 너무 좋다. 효과만 있다면!! 

 

이 책에서는 일단 행동을 하라고 계속 말하고 있다. 마음 먹는 것만으로, 결심하는 것만으로는 되는 게 없다고.

뭐라고 반박할 수 없는 게 너무나 맞는 말이라. 나는 대체로 행동력이 부족해서 마음을 단디 먹는 것으로 보충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동안의 내 모든 실패의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는 걸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는

이제 여기에 숨을수도 없어졌다.

'지금 당장/ 움직이자'를 잊지 않으려고 실제로 예전보다는 많이 움직이고 있다. 망설이고 고민하는 시간에 그냥 해버리고

있다. 후회될까봐 멈칫 하기도 했었는데, 후회 좀 하고 말지 싶기도 하고. 나중에 수습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전에

생각뿐이던 것을 마감시간도 정해두고, 이 책에서 알려준 7가지 행동요령을 적용해서 열심히 어쨌든 행동하는 중이다.

 

이제까지 행동력이 많이 미숙했기에, 이 책에 나와있는 여러가지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뇌를 해킹하는 방법을 써보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상당히 독려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한대로 나의 의지력 따위는 이제 믿지 않기로 했고.

그러고보니 전적으로 따져보건데 못 믿을 녀석이란 말이지. 계획과 현실 사이의 거리감이 상당하니까.  

 

제깍제깍 잘해냈던 건 가지고 싶거나 사고 싶던 것을 집요하게 기억해서 마침내 손에 넣고 마는 것이려나. 새로운 빵이나

과자가 나오면 신이 나서 찾아 먹곤 했고. 이게 이 책에서 말한 내 열정 행동이었다니 나는 내가 안타까워졌다.

해야만 하는 것은 왜 전부 다 일반행동뿐인 것인지, 이걸 열정행동으로 순식간에 전환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반행동이든 열정행동이든 어쨌든 둘 모두를 활용해서 내가 좀 더 나로 즐겁게 살아가는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에 나와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시기적절하고 알뜰하게 사용해야만 한다.

 

마지막 페이지에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 여기까지 왔다면 해낼 수 있다고. 어쩐지 기운이 난다.

그래, 무조건 달라진다.

독서에 대해서 엄청난 가치를 두고 과업을 수행하는 듯한 작가와는 정반대로 책을 읽고 있어서 신기해서

읽게 되었다. 나는 대체로 설렁설렁 대충대충 읽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말한 것과 정반대로 읽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다른 독서스타일이 너무나 신기해서 그럭저럭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좋은 팁도 발견했고. 공항에서 책이 잘 읽힌다고 한다. 공항에서 책을 읽어본 적이 일단 없었다.

이리저리 구경다니다가 편의점에서 최후의 동전 하나까지 털어내기 위해 고군분투 후에 의자에 널부러져

있던 게 전부여서 책을 읽겠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오! 한번 가볼까? 싶어졌다.

맛집 찾아뒀다가 근처에서 밥도 먹고. 그리고 기차타고 책 읽는 것도 재미있어 보였다. 

다양한 장소에서 책을 읽고 있더라고. 카페도 몇 군데나 다니면서 책을 읽고. 괜찮은 아이디어인 듯 했다.

흐름이 끊길 때마다 장소를 바꾸거나 책을 바꿔주면 독서를 쭉 이어서 할 수 있으니까.

 

그 외에는 전부 다른 점 투성이었다. 일단 종이책이 거의 없다.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것마저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거실을 서재처럼 쓴 적이 있었는데 3천 권 정도 책을 가지고 있었었다. 팔고 팔고

마지막으로는 고물상에 폐지로 팔아서 피자를 사먹었었다. 최근까지 종이책을 사기도 했지만 요즘은 거의

사지 않고 있다. 구입한다면 이북으로. 최근에는 한달 결제 이북대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책을 깨끗하게 읽는다. 줄 긋고 접는 거 싫어한다. 줄 긋는 건 귀찮고, 접는 것 그 페이지에 메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별로다. 이북으로 읽어도 역시나 책갈피 기능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베스트셀러 잘 읽는다. 잘 팔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요즘 사람들은 무슨 책을 좋아

하는지도 궁금해서 베스트셀러는 거의 다 읽고 있는 편이다.

 

작가 정보를 읽지 않는다. 책마저도 경력을 따져서 읽고 싶지 않다. 이거 굳이 따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선택이 유도되는 경우도 꽤 많아서 왠만하면 작가 이름도 보지 않고 책제목이나 표지에도

휘둘리지 않고 일단 읽어보려고 한다. 물론 펼쳐서 별로면 바로 덮는다. 50페이지 정도는 일단 읽는다.

 

재미가 없더라도 잘 덮지 않는다. 진짜 별로인 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휙하니 지나치지만 재미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만 읽지는 않는다. 대신 엄청난 속도로 발췌독을 한다. 휙휙 넘기면서 이 책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

 

책 읽을 환경을 세팅하라는데, 나는 이북리더기가 있으면 충분하고 스마트폰으로도 종종 책을 읽고있으며

tts로도 책을 듣기 때문에 독서를 위해 스마트폰과 결별할 일도 없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10권, 20권 빌리는 거 가능하다. 이 책에서 안 되는 것처럼 되어있길래.

1명당 대여 권수가 10권인 곳이 상당 수가 있고, 가족 회원으로 묶어두면 그 가족 이름으로도 대출이 가능

해서 이론적으로는 10권, 20권 빌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모두가 공유하는 도서를 빌리는만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책만 대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떻게 독서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신용카드를 쓰지 말고 현금으로 생활을 하라고 한다. 나는 한 10년 전부터 현금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그러다 떡볶이집에 갔다가 일단 먹고나서 카드를 내밀었는데 카드 안 된다 그래서 난리난 적이 있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 만원 정도는 일단 가지고 다니기는하는데, 여전히 카드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러면 안된단다. 현금으로 생활하라고 한다. 일단 신용카드를 딱 끊으라고 하는데, 체크카드면 되려나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며 읽고 있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 일단 현금으로 쓰면서 돈을 쓰는 횟수를 줄이는 게

포인트인 듯 하다. 확실히 현금을 쓰면 소비가 줄어들긴 하더라. 현금 쓰는 게 귀찮아서 돈을 안 쓰게 된다.

오만원권이 무엇인가를 사서 만원 단위로 쪼개지고 동전도 한웅큼 생길 것을 생각해보면 소비욕구가 스르르

가라앉는 마법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더라. 그러면서 카드를 돈이 아니라 포인트 쓰는 기분으로 사용해왔을

지도 모른다는 자기성찰을 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무척 좋은 방법인데, 동시에 이만큼의 불편함에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노출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는 했다. 정말 불편해서 돈을 안 쓰다보면 돈이 모일 것 같긴한데, 돈은 쓰라고 있는거잖아? 이러면서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만큼 불편하다. 카드는 참으로 편한 녀석이구나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그냥 돈이 많아서 내가 쓰는 카드값이 티끌이어서 카드를 자유롭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망상을 하며 일단

요즘은 현금을 이전보다는 월등하게 많이 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고정지출을 이리저리 뜯어보기 시작했다. 역시 거슬리는 건 핸드폰 요금이다. 요 녀석을

갈아타야겠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는 중이다. 새로나온 아이폰을 사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다. 

휴대폰 요금에 이만큼이나 지출해도 괜찮은지 이 책을 읽고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줄여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2년치 요금을 더해봤더니 반드시 바꾸고 만다, 폰요금 아껴서 최신 핸드폰을 일시불로 구입하리라

다짐하게 되더라. 이 책의 작가가 고정지출은 반드시 줄여야 하는 거고, 핸드폰 요금을 많이 내서는 안된다고

거듭거듭 강조하고 있기도 하고.

 

그 외에도 사치라고 부를 수 있는 식비에서 뜨끔했고, 타성에 젖어서 구입하는 만화책과 잡지에서 또 한번 

흠칫하면서 고정지출의 무서움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 예스에서도 출시했지만 1달 결제로 무제한

으로 이북을 빌려읽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가입하려고 알아보는 중이었다. 리디셀렉트도 있고, 밀리의 서재라는

곳도 있어서 세 군데를 비교하며 12월의 시작을 ( 하긴 전세계 축제나 명절도 기념하며 무언가 시작하고 사고.

1월이라서 2월이라서 목요일이라서 금요일이라서 무언가를 사곤 했다. 반성한다 ) 이 서비스를 결제하면서

화려하게 장식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일단 무료서비스를 이용

해서 어떤 곳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지 확인해보고 내가 잘 쓸 수 있는 것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지 꼼꼼

하게 따져서 그래도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면 그때 가입하기로 했다. 12월의 시작에 맞출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고정비에 대한 자신의 방만함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좀 덜 먹어야 겠다. 폴 바셋에서 아이스크림

먹지말고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사먹고, 커피는 내가 끓여먹어야 겠다. 떡볶이도 집에서 만들어 먹고,

치킨도 그릴에 데워먹을 수 있는 걸 구입해서 먹어야겠다. 일단 식비도 좀 줄여야 겠다고 다짐했다.

사치라고 부를 수 있는 식비라니, 그 문장의 충격이 상당히 강했나보다.

  

그리고 타성에 찌든 도서구입 자제해야 겠다. 이건 진짜 이번 기회에 정리하고 싶은 습관이다. 책 사는데는

돈 아끼는 거 아니라는 말은 참이 아니다. 책만큼 돈을 아낄 수 있는 게 없다. 수가 적다고 하지만 도서관

이라는 곳이 어엿하게 있고, 이북도 빌려읽을 수 있는데 뭐가 그리도 갖고 싶었던 것일까.  조금 기다리면

읽을 수 있는데 그 순간을 못 기다려서 홀랑 산다. 사서 읽으면 다행이게. 일단 사면 안심하고 쌓아둔다.

책욕심은 결코 무해하지 않다. 책 자체가 요즘 상당히 비싸기도 하고, 일단 구입하면 반가격으로 중고가가

뚝 떨어지고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 천원에 팔아치울 수 밖에 없게 되니까 지갑이 얇아지는 건 시간문제고

순식간에 줄어든 통장잔고에 깜짝 놀라게 된다. 책에 빠져들면 다른 취미못지 않게 돈이 술술 나간다. 책도

다른 취미와 똑같이 위험한 녀석이다. 독서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꼭 읽고 싶은 것을 신중하게 구입해야겠다. 구입하자마자 읽고, 또 읽자고 매번 다짐하는데 책은 어쩐 일인지

쌓인다. 내 책소비는 눈이나 먼지같은 습성이 있나보다. 이 참에 이 습관과도 헤어지고 싶다.

 

이 책은 내 고정비를 되돌아보게 해준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있는 독서였다. 90일 지출플랜에도 성공해서

기념으로 나에게 멋진 선물도 해주고 싶다. 작가는 말한다. 막연한 계획은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고.

마감일을 잡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졌을 때 비로소 거기에 다다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라 끄덕끄덕할 수 밖에 없었다. 

 

돈을 모으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의외로 청소를 하라던가 책을 읽으라던가와 같은 얼핏보면 상관없는

것같은 조언들도 보이는데 일단 믿고 화장실이든 냉장고든 청소를 하고 있다. 잃을 게 없지 않은가.

최소한 깨끗한 공간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 청소와 돈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관찰 추적 중이다.

유의미한 성과를 얻게되면 반드시 공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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