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는 두번째 고양이다. 첫번째 고양이 사바를 보내고, 죄책감에 밥도 넘기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할 때

펫숍에서 만난 테라피스트다. 구구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를 만나고 그제서야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구구는 이름이 여러개다. 구구를 제외하고 두 개의 이름이 더 있고, 때때로 사바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게 또 미안해져서 사료를 들고 한동안 이름을 되새긴다.

 

여러모로 사려깊은 사람이라 구구를 기르며 사바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을 한없이 후회한다. 첫번째 고양이

사바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들을 끝없이 떠올리며 이전과 같은 실수를 구구에게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두번째 고양이는 이득이다며 시작하는 작가의 말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그건 작가가 첫번째 고양이를

결코 잊지 못한다는 말임과 동시에 구구는 제대로 돌보겠다는 나름의 다짐이기도 하니까.

 

고양이 먹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고양이 밥이라고 부르는 에피소드를 보며 고양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사람이라면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읽는다면 이 책이 다른 무게로 

다가오지 않을까. 첫번째 고양이와 13년 5개월 하루를 살고, 이제는 고양이 구구 그리고 고양이 비와

살아가는 만화가의 소소한 일상과 가볍지 않은 깨달음이 이 책에 가득하니까.

 

1권 마지막에서 작가가 암으로 인한 수술을 하게 된다. 혼자 살고있기에 고양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고,

만약에 자신이 죽게되는 경우를 대비해서 유언장까지 쓰고 고양이의 배웅을 받으며 혼자 입원을 하고

수술을 받는다. 퇴원을 기다리며 구구와 비의 열광적인 환영인사를 기대했었는데 구구는 그만 토라져

있다. 물론 1시간 뒤에 초밥을 시켰을 때는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따뜻하고 평화롭고 깨달음이 가득한 책이었다. 10년전 쯤에 이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었다.

물론 보지 않았다. 어쩐지 보고 싶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고 예고편을 봤는데, 아직까지도 고개가 갸웃. 

5권까지 전부 읽고 이 영화를 볼지 말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겠다. 예고편 속의 고양이가 어마어마하게

귀여워서 그것만으로도 홀딱 넘어갈 뻔 했지만, 일단 원작부터 먼저 모두 읽고나서.

 

 

 

요즘 어린이들의 꿈이 건물주라고 했던가. 이 책은 어른에게 건물주 꿈을 꾸라고 말한다.

마흔 전에 건물사기를 위해 2~3년 바짝 먹고 싶은 것도 꾹 참고, 하고 싶은 것도 돈 쓰는 건 하지 말고

돈 되는 것을 해가면서 일단 1억을 모으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1억은 마법의 금액인가? 오래전부터 금융이나 재테크 관련 서적을 읽어보면 일단 1억을

모으라고 반드시 쓰여져있었다. 일단 수익을 내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최저 금액이 1억인가보다.

그 1억으로 알뜰살뜰 불려서 은행이랑 손잡고 염가세일하는 건물을 사는거다.

그게 이 책에서 제시하는 큰 꿈이다. 그러면 월세를 받으면 등 따숩고 배 부르게 살 수 있겠된단다.

 

그 과정까지 가기 위해 해야하는 것들이 이 책에 쓰여져 있다. 결국은 돈을 쓰지 말라는거다.

돈 빌려달라는 친구와는 인연을 끊고, 돈 빌려달라는 남자도 절대 만나면 안 된다. 그리고 뭘 자꾸

사달라고하는 남자친구가 있다면 단숨에 끊어내라고. 돈 얘기 꺼내는 남자는 만나는 거 아니라고

이 책에서 부자언니가 말하고 있다.

여행도 왠만하면 꾹꾹 참고, 드라마나 연예기사 보는 시간에 경제신문과 뉴스라도 하나 더 챙겨보고

부업해야 한단다. 일단은 다 맞는 말을 쭉 하는데 사례를 들어서 재미있지만 서글프게 충격을 주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도 한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건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수 밖에 없고, 인생계획을 원대하게 다시 한번 짜봐야 할 것 같고 그렇다.

 

월급이 통장에 잠시 스쳐지나가거나, 일을 시작하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내가 가진 건 통장이

아니고 텅장이고, 이대로는 안 될 거 같은 막연한 불안감을 소비로 채우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본격적인 재테크 방법은 나와있지 않은데, 기초적인 경제개념이나 재테크 방법에 대해

폭넓지만 간략하게 다루고 있어서 재테크 진입장벽을 한껏 낮춰준다.

 

그리고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돈을 노리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

돈을 모아서 부자가 된다는 확실한 목표를 정해둬야 거기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

하긴 그렇긴 하다. 돈을 깔보고 무시하면 돈이 뭐가 좋다고 찰싹 달라붙겠는가.

어기둥둥 예뻐하고 좋아해줘야 나한테 답싹 안겨들겠지. 수긍했다.

앞으로 돈을 많이 예뻐해줘야겠다. 함부로 쓰지 말고. 돈으로 행복을 산거야...이러면서 쓸데없는 거

사는 것도 자제해야겠다. 돈 많이 벌어서 더 큰 행복을 사야지 ㅎㅎㅎ

 

'부자언니 1억 만들기'라는 책이 얼마전에 나왔던데 이건 재미있으려나. 조만간 읽어봐야 겠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제 4장이다.

초반에는 집을 사라고 하고, 그러기 위해서 목돈을 모아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딱히 집을 소유하고 싶지 않다면

건너 뛰어도 무방하다. 부의 축적을 위한 저축과 절약법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싶다면 같은 작가의 재테크 서적이 있으니

그 책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4번째 장에서 작가는 앞으로 평생직장은 없다는 확신 아래에 글을 쓰고 있다. 평균수명의 연장, 안정되지 않은 직업에서

마지막 그날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작가의 고심과 노력을 이 부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다시 돌아와서 작가와 칼럼리스트로 전업하면서 경험했던 시간들에 대해서

들려주고 있다. 작가 본인의 특수한 경험이기는 하지만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어

주지 않을까. 시대가 변하니만큼 작가의 경험도 이제 과거가 되어있고, 이 책을 읽는 사람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재능과

능력을 바탕으로 그때에 맞는 가장 나은 방법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겠지만.

 

작가가 직업생활에서 버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살펴보며 결론은 단 한가지다.

지금 당장 할 것.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어도 일단 할 것. 일단 하면서 배워나가면 된다고 한다.

작가의 첫 책도 원고가 절반 정도 썼을 때 출판사에 제안서를 보냈다고 한다. 일단 시작하고 자신이 정해둔 목표일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게 아닐까.

저축에만 복리가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직업생활에도 자신의 능력이나 재능에도 복리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타는 것은

무척 중요하고 멋진 일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도전하고 지속하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춘궁기같은 긴 시간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뒤쳐치게 되는 이 시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인한 리스크는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그러니까 일단 움직이자.

 

이런저런 화제의 정점에 있었던 책이었는데 늦되게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으로 떠오르고 논쟁이 꽤나 과격했던지라 김지영씨가 소설에서 불이라도 지르고

살림이라도 때려부수나 싶었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

김지영씨는 오로지 피해자 역할이었다. 게다가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러다 결국은 다른

사람의 인격을 빌리고나서야 속에 한참을 쌓아둔 말을 꺼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캐릭터가 주인공인 이 책이 어디가 그토록 불편한 페미니즘 도서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 책을 모두

읽은 다음에도 모르겠다. 이 책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건조하고 온도도 낮은 편이었다. 그래서 이런 책에

그토록 예민하게 반응했었던 이 사회가 더더욱 의아해졌다. 솔직히 책보다 이 점이 더 충격이었다.

생각보다 여성인권이, 표현의 자유가 내가 원하는 정도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다는 걸 실감했으니까. 

 

이 책에서 김지영씨가 경험하는 수많은 불쾌한 경험은 모두 이 사회에서 이루어졌고, 현재에도 존재하는

일상적인 폭력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 이 책이 전하지 못한 수도 없이 많은 폭력이 여성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알고도 넘어가기도 하고, 미처 인식하지 못한채 지나치기도 하면서.

게다가 김지영씨는 물리적 폭력에 노출된 적은 없지 않은가, 또 김지영씨는 위기의 순간에 그녀를 재빨리

위험한 물가에서 끌어올려주고 한숨 돌리게 만들어주었던 여성이라는 이름의 연대로 묶인 동료들을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만났었다. 하지만 현실에는 김지영씨의 조건마저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있다.

 

이 책은 그간 눈치채지 못했던 피해를 자각시켰고, 자신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음을 스스로 확신하게

만들었다. 잘못된 건 내가 아니라 너였고, 사회였다는 공감대 형성에 기여했다. 그리고 제대로 권리를 손에

쥐기 위해서는 연대와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 전반에 걸쳐 말해주고 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지 않지 않을까. 참지 않는 것. 불의를 보면 목소리를 높이고,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것. 82년생 김지영이 제대로 회복하고 원래의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는 김지영씨가 경험한 것들이 사라져야 한다. 일상에 노출되어 있는 각종 폭력과

차별에서 우리는 김지영씨를, 우리를 구해내야 한다.

 

 

 

  

마흔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라이프 스타일 제안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설렁 설렁 넘기다가 나에게도 유용하겠다 싶은 것을 낚아채면 된다.

 

이 책에서 내가 건져올린 팁은 그것. 아침에 계획표 짜기. 45분 일/ 15분 휴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3시간 세트를

활용해서 그날 해야할 일의 대부분을 마쳐놓을 것.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규칙적 시간 활용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파하고 있지만, 나는 아침시간을 곧잘 낭비하곤 했었다.

이 책에서 본 활용팁을 적극 도입해서 새해가 되기 전에 올해가 새로 시작될 때 다짐했던 것들을 미친 듯이 해치워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원래 일을 미루는 사람의 최후의 이러하다. 11월이 되면 갑자기 조급해지고 해야 할 것들이

소나기처럼 들이닥친다. 진작에 하지 그랬냐...고 생각하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부터 잘 해야한다. 내일부터는 아침

시간을 금과옥조마냥 낭비없이 다루리라.

이러면서 내일 홀랑 놀러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어플에서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날씨가 좋을라치면 신이 나서

어쩔줄을 몰라하며 밖으로 뛰쳐나가버리니까. 날이 아무리 좋아도 꾹 참고, 그동안의 게으름을 보상하겠다는 자세로

2018년의 마지막 남은 날들을 하루하루 귀하게 보내봐야 겠다.

 

그리고 또 하나 있다면, 그것. 원데이 클래스를 이용하라는 것. 그리고 선생님은 매우매우 중요하다는 것.

이렇게 공감되는 조언이 또 어디에 있을까. 취미를 시작할 때 선생님과 마음이 맞아 수업이 좋았던 경우는 정말 적은

수였다. 대체로 나와는 맞지 않는 선생님이었고, 좋지 않은 선생님을 만날 때도 있었다. 그러다보면 의욕이나 열정도

금새 식어버렸고. 선생님을 탓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선생님은 몹시 중요하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러니까 가르침을

줄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작가가 조언한대로 원데이 클레스를 적극 활용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일단 제일 좋은

교습소에 찾아가야 되려나.

그러고보니 최근에는 뭔가 배우고자 할 때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을 나눠받고 있다보니 취미를

확장하기 위해 학원을 찾아다니는 일이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 스트레칭도 유튜브로, 종이접기도 유튜브로, 매듭짓는

법도 이걸로 배우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유튜브 자체가 내 선생님이다. 신통방통 재주도 많은 수많은 사람들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니 멋진 일이다.

 

그 외에도 아플 땐 삼계탕이라던가, 손님 초대에는 역시 외식이라는 것을 배웠다. 채소스프를 만들어두면 일주일 동안

든든하게 언제든지 귀찮음으로 식사를 포기하는 나를 구해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생활 속의 소소하지만 실용적이 팁을 알려주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제목에 마흔이 왜 들어가는지 알 수 없고 이해도 되지 않지만. 뭐 모든 걸 이해해야 되는 것도 아니니까.

이 책을 읽은 시간보다 나이로 인한 차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훨씬 길었던 것 같다. 실제로 나이로 인한 차별은

존재하고, 거기에는 남녀도 없고 동서고금도 없으니까. 그 속에서 언제까지 그다지 성장하지도 않고 별로 어른스러워

지지도 않을것만 같은 나는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봤었다. 뭐 어쩌겠는가. 그냥 나로 사는 수 밖에.

 

    

도티가 만든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샌드박스 네트워크다. 이 책을 읽고나서 샌드박스 네트워크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도티라는 크리에이터도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었고 이 책에 등장하는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평소에 내가 보고 있는 영상을 제작하는 분들은 아니라서 별다른 감흥없이 이 책을 읽었는데, 내가 구독하고 자주 보는

영상을 만든 사람이라면 다른 인상을 받으며 이 책을 읽었을까 궁금하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샌드박스 자비 출판인가 생각했을 정도로 샌드박스 자체에 대한 홍보가 책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여러 크리에이터들의 경험이나 조언들이 있기는한데 많은 수 사람들이 페이지를 나눠갖다보니 깊이감이 없었다. 

그러니까 다들 아는 이야기, 유튜브 동영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라 아쉬웠다.

영상에서 빠져나와서 책이라는 매체에 맞게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집중해서 노하우를 알려주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르는, 유튜브를 보던 사람들이 감탄할만한 어떤 것이 있어야 할텐데, 이 책에서 그런 건

발견하지 못했다.

 

읽고나서 샌드박스라는 mcn이 있구나 정도의 감상이었다. 회사 홍보를 위한 책이었다면 성공적인 것일지도.

    

 

평범한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하고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기면서 읽고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걸 발견했다.

자신이 못하는 것을 극복하려 애쓰지 말라는 것. 나는 이런 경향이 있었다. 꽤 오랫동안. 못하는 것을 굳이 잘 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건 잘 하는 사람에게 맡겨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랬던 것인데 ㅎㅎ

앞으로는 그렇게 살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다 싶은 것은 과감하고 정리하고 나에게 맞고 즐거운 것을 하는 사람이

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최근에 버리고 정리한 것도 꾀나 된다. 그러다보니 이 책과 맞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나보다. 이 책은 그야말로 버리고, 정리하고, 내려놓는 것에 대해 조언하는 책이니까.

 

교재로 구입했었던 과거의 동경이나 열정이 배여있지만 현재에는 마음의 부담만 되는 책도 전부 정리해 버리라고 한다.

저 부담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미련이 뚝뚝이다. 하지만 이때 아깝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아까운 건 무겁게 짓눌린

내 마음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과감하게 처분하는 수 밖에 없지만 쉽지만은 않다. 문제는 이거다. 쉽지 않다는 것.

그럴 때 정말 배우고 싶은지, 배워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거 효과가 좀 있다. 최근에 또 드릉드릉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프레디 머큐리가 피아노 치는 걸 봤더니

왜 피아노가 치고 싶냐고. 이건 아니라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만으로는 설득이 안 된다. 그래서 저걸 해봤다.

정말 배우고 싶냐고, 배워서 어떻게 하고 싶냐고. 그랬더니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더라고. 그래서 피아노 연주회를 좀 더

들어보고, 퀸 콘서트 영상을 보고나서 '그럼 영화 한번 더 볼래?'했더니 그것만으로 저 마음이 충족되더라고. 진짜 내 맘은

영화를 한번 더 보고 싶었던가보다.

하지만 이토록 정리가 빠른 것은 내가 악기에 도전한 적이 몇 번인가 있었기 떄문일지도. 붐이 일 때 나도!나도!하며 폴싹

뛰어드는 걸 좋아하는 나는 기타도 피아노도 이미 해 본 적이 있는걸. 그리고 재미없었다 ㅡㅡ 잘하지 못해서 재미가

없었다. 미숙한 내가 만들어내는 소음을 나 스스로가 견딜수가 없어서 내 마음에 피었던 불꽃은 정말 쉽게 사그라지더라.

그리고 악기가 남는데. 악기는 처분하기 엄청나게 어려운 물건 중에 하나가 된다 ㅡㅡ 

그런 경험이 토대에 깔려있어서인지 영화 한번 더로 어떻게든 만족스럽게 스스로와 협상할 수 있었다.

 

이미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버려야 새로운 것을 맞이할 기회를 얻게된다. 이 책이 말하는 요지도 그것이고.

언제까지 과거의 내가 선택한 것에 얽매이는 것은 어쩐지 억울하지 않은가. 과거의내가 지금의 나를 속박하다니 내가 조금

가엽다. 이 생각을 하면 버리고, 내려놓는 과정이 조금 쉬워지기도 한다.

 

이 책은 참으로 하지말라는 것이 많다. 투정하지 말고, 헛된 기대도 하지 말고, 불안과 신념도 버리라고 한다.

한 권의 거대한 고나리질 책. 하지만 하지 말라는 것 중에는 정말 해서 득은 결코 되지 않고 인생만 허비할 뿐인 것들이

있어서 어느 지점이 넘어서면 수긍하게 된다. 그러다 어디 한번 해볼까 싶은 것들도 발견하게 된다.

전부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책 한 권을 읽어서 행동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큰 소득인 것 같다.

그래서 자기계발서가 그동안 인기가 있었구나 수긍하게 된다.

내가 최근에 자기계발서를 읽게된 것은 집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자기계발 관련 도서들이 꽤나 많은데, 아무도 빌려가지

않길래 한 권 두 권 읽다보니 재미가 들었나보다. 좋은 걸 발견하면 실제로 해보기도 한다. 나와 맞든 맞지 않든 일단

내가 행동하고 있다는 데 큰 만족을 얻어서 당분간은 즐겁게 자기계발서를 읽을 예정이다.

게다가 빨리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래서 서점에 가서 펼쳐보고 읽어보고 구입했어야 한다. 아니면 책소개글을 꼼꼼하게 살폈어야 했다.

평이 워낙 좋길래 덜컥 구입했는데 나와는 맞지 않았다. 일단 조각글의 모음을 즐겨 읽지 않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종류였다. 여러 군데에서 연재했던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나온 거는 일단 믿고 거르자고 마음 먹었는데...

앞으로는 서점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종이책은 사지 않겠노라 다짐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종이책을 사서 실패를 해도 홀랑 팔아버리면 됐었다. 나는 중고셀러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정책이 바뀌었다. 신간은 6개월이 지나야 팔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알라딘이나 예스에 반값에 넘기는

것 뿐. 종이책을 사는 것 자체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런 사정이 있다보니 종이책 선택에서 실패를 하면 심적

타격이 있다. 그 마음을 추스르며 주섬주섬 20권 정도를 골라서 박싱해서 택배로 보내거나 중고서점에 방문해야 한다.

그러니까 차라리 이북으로 사는 게 마음의 안정을 준다. 팔아치울 수는 없지만 종이책 형태로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냥 삭제하면 그만이다.

최근에 산 종이책들이 참담한 실패를 거듭해서 최근에만 세 박스 정도 책을 보냈다. 조금 지쳤버렸다.  

이제 반드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방문한 다음에 책을 직접 확인하고 그 다음에 종이책을 구입해야 겠다.

또 잊어먹진 않겠지. 이런 다짐을 일년에 몇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여기에 꾹꾹 적어둔다.  

 

이 책은 두어번 읽었는데 작가의 감상 중에 공감할 수 없는 것들을 가끔씩 발견했고,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들도 

찾아냈다. 그렇게 불화가 생기면 독서는 힘들어진다. 책 전체를 요리조리 뜯어보고 관찰하게 되니까.  

게다가  채도가 낮은 조용한 밀실같은 책을 읽어가고 있노라니 졸렸다. 슬픔을 공부하기는 커녕 기계적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독서에서 이탈하지 않는데 집중했다. 이렇게 읽으면 독서 후에 남는 것도 그다지 없다.

 

나와 맞지 않는 책, 그저 그뿐이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별점도 훌륭하니 이 작가와 이 책으로 일면식을

치를 예정이라면 미리보기를 권하고 싶다.  

 

평론가와 관객의 평이 상반된 경우에 대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몇 번 더 볼 생각이다.

고작 거기에 만족하는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관객이기에 이 책에 대해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보헤미안 랩소디에

빠져들고 있나보다. 그래서 이 책을 팔아서 보헤미안 랩소디 한번 더 볼 예정이다. MX관에서. 싱어롱도 봐야지.

 

일단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읽어볼 예정이다. 이 작가와 맞지 않는 것인지, 이 책과 맞지 않는 것인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확인을 하고 마무리를 짓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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